톱 데이지 서우 박(Daisy Suhwoo Park).

톱, 스커트, 어깨에 걸친 베일 모두 돌체 앤 가바나(Dolce & Gabbana), 리본 헤어클립 로저 비비에(Roger Vivier),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최선을 다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겠죠. 일이라는 게 잘 풀리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좌절할 때도 있고. 그런 상황은 어떻게 극복해왔나요? 저는 제 일이 잘 맞는다고 느끼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아요. 체력적으로 지치거나 답답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건 일시적인 상황이에요. 좋은 결과물을 만들 때의 기쁨이 다 상쇄해요. 저는 저 자신을 늘 칭찬하고, 동기부여를 하고, 컨디션 관리를 엄격하게 해요. 예를 들어, 잠을 늦게 자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그건 제 잘못이에요. 자신을 압박하며 일하는 건 힘들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기쁨과 행복이 더 커요. 무대, 화보,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각기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도 즐거움을 줘요. 결과물마다 느껴지는 감정도 다르고요. 일이 다양해서 지루한 줄 몰라요.

그런데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 않아요? 아티스트가 아닌 일반인 예지로서의 삶도 즐기고 있나요? 저는 그냥 한 인간으로 존재하고 싶어요. 일과 삶 사이 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지 않고, 온전한 나로서 존재할 때 안정감을 느껴요. 그래서 일할 때나 평소 생활할 때나 일관되게 행동하려 해요. 일만 하고 살아서 인간적인 면모가 부족하다 싶을 때도 있어요.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드라마도 잘 안 보거든요. 결과물을 얻는 것을 좋아해 드라마를 보더라도 저에게 유익한 것을 봐요. 시간을 허투루 보내는 건 싫어요. 기계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런 제가 좋고 행복해요. 작업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기분 좋게 성장한 느낌이 들어요. 그게 동기부여가 돼요.

더센토르(The Centaur), 드레스 손정완(Son Jung Wan), 헤어 장식 큐 밀리너리(Q Millinery).

드레스 제이든 초(Jaden Cho).

물 흘러가듯 사는 사람이 있고, 팽팽한 외줄을 타듯 사는 사람도 있어요. 예지처럼 야무진 사람은 후자에 가깝죠. 제 삶이 외줄 타기 같다면 남들에게는 불안해 보일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이렇게 사는 데 익숙해요. 물론 때때로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예를 들면 다음 스케줄을 위해 밥을 빨리 먹는 편인데, 가끔은 천천히 식사를 즐기려고 노력해요. 밥을 30분 동안 먹는 팀원을 보면 저도 그런 여유를 갖고 싶거든요. 그럼 마음이 편안해질 테니까요. 여유를 갖자고 생각하다가도 일을 빨리빨리 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제 모습이 떠올라요. 그래서 한 번쯤은 누려보지 못한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자신을 몰아붙이고,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려면 믿는 구석이 있어야 하잖아요. 예지가 믿는 건 무엇이에요? 의심이나 불안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고민 없이는 발전도 없다고 봐요. 만족을 못 해서 완벽해지려 노력하는 건 아니에요. 작업이나 연습이 완벽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제가 지금 하는 활동을 보면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는 못 할 것 같은 일이 많아요. 그래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내는 게 가장 중요해요.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며 긴장감을 유지해요. 무대에서 내려와서 혹은 시간이 지나서 아쉬운 점이 있을 수 있지만 최선을 다했다면 만족감을 느낄 수 있거든요. 최선을 다하면 후회도 적다는 것, 무슨 일이든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미련이 남지 않을 만큼 노력하며 살고 있군요. 이번 앨범 의 수 록곡 ‘Bet on Me’에서 ‘자신에게 베팅하라’는 메시지를 전했어요. 이 메시지는 모두가 공감하고, 많은 사람에게 힘이 되리라 생각해요. 세상에는 도망가도 된다는 사람과 도망가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후자에 가까워요. 한 번 포기하면 계속 포기하게 되거든요. 재도전하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나를 믿고, 나에게 베팅’하기로 했어요. 이런 마음가짐이 녹음할 때도 힘이 됐고요.

예지가 판단하는 좋은 음악이란 어떤 건가요? 팬들이 좋아하는 음악이요. 팬들이 좋으면 저도 행복해요. 팬과 우리 노래를 들어주는 모든 사람들이 고마워요. 댓글로 달린 ‘노래 좋다’ 이런 간단한 피드백도 저에겐 소중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