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병헌

이병헌 영화로운 순간 BIFF 부산국제영화제 부국제

극장과 영화를 좋아하게 된 시작점이자 가장 큰 이유가 아버지예요.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극장에 자주 데리고 다니셨고, 저를 무릎 위에 앉혀둔 채 <주말의 명화> 등 고전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틀어놓으셨죠. 당시 TV에서 보여주던 고전들은 대부분 서부영화였는데, 기억나는 작품 중 하나가 <황야의 7인>이에요. 이후 할리우드 영화 작업을 시작했고, 어느 날 이 영화의 리메이크 작품인 <매그니피센트 7>에 캐스팅이 되었어요.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감격스러운 순간이었죠. 뉴올리언스에서 1~2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가면 ‘배턴루지’라는 마을이 있는데, 거기에 세트를 지어 놓고 촬영을 했어요. 들판 위에 일곱 명의 사람이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말을 탄 채 포스터 비슷한 사진을 찍는 날이 있었어요.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크리스 프랫을 비롯한 배우들과 같이 사진을 찍는데, 묘한 감동을 느꼈어요. ‘아, 우리 아버지랑 예전에 이 영화 보면서 정말 멋있다고 이야기 나눈 적이 있는데. 그 영화를 내가 찍게 되었구나.’ 그 순간이 마음에 오래 남아 있습니다.

 

배우 홍사빈

홍사빈 영화로운 순간 BIFF 부산국제영화제 부국제

촬영장에서 ‘레디, 액션!’ 하면 저에게 잠깐의 시간이 주어져요. 짧으면 2초, 길면 제게 필요한 만큼이요. 이 시간이 끝나면 저는 작품 속 세계로 들어가야 하죠. 그러기 직전까지의 제가 굉장히 자유롭다고 느껴요. 이때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가요. 제가 곧 표현할 인물로서의 생각일 때도, 제 일상과 관련 있는 사소한 것일 때도 있죠. 그렇게 보내는 몇 초의 고요가 영화롭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배우 이연

이연 영화로운 순간 BIFF 부산국제영화제 부국제

촬영하다 보면 프레임 바깥에서 쉬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럴 때면 제3자의 시선으로 현장을 바라보곤 해요. 최근에 촬영한 영화 <길복순> 로케이션이었던 터널이 떠올라요. 잠시 쉬다가 돌아오는 길에 현장을 멀리서 지켜봤어요. 어두컴컴한 새벽이었고, 조명이 내려앉은 모습이 참 예뻤어요. 그림자처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둥글게 서서 각자 움직이고 있었고요. 이 신이 잘 나오기를 바라며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실제로도 같은 곳을 보고 있는 그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아주 멀리서, 롱 샷으로 찍은 장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장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거지? 도대체 왜 저 사람들은 이토록 열정 가득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걸까?’ 큰 감동을 느꼈어요. 저 자신에게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 순간이었어요.

 

배우 이제훈

이제훈 영화로운 순간 BIFF 부산국제영화제 부국제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장편영화의 주인공을 한 <파수꾼>이라는 영화가 뉴 커런츠 부문에 올라 관객들과 만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어요. 그날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그게 제겐 아직도 뇌리에 깊이 남아 있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에요. 촬영할 땐 기태가 되는 데 몰두하느라 어떻게 연기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에야 ‘내가 엄청난 것을 경험하고 남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겐 그때가 꿈만 같은 시간이자, 매우 영화로운 순간이었죠. 앞으로 배우로서 평생 영화 속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과 다짐을 하게 된 순간이기도 하고요.

 

감독 엄태화

엄태화 콘크리트유토피아 영화로운 순간 BIFF 부산국제영화제 부국제

제가 꿈을 되게 많이 꿔요. 그래서 그걸 일기처럼 적어두는데, 그러다 보니 꿈이 현실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꿈이라는 게 평소에 느낀 감정이나 들었던 소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뭐 이런 것들이 다 뒤섞여서 무의식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꿈과 영화가 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영화도 제 생각과 경험을 섞어서 밖으로 내보내지만, 그 안에 저의 어떤 무의식이 반영되기도 하니까요. 그렇게 저의 꿈과 영화가 쌓일수록 그게 저라는 사람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넓게 보여주기도 하지 않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