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이원석
보려고 하면 일상 속에서도 재미있는, 영화적인 순간을 매일 마주할 수 있어요. 길을 걷다가도, 버스 안에서도, 친구들과 만날 때도 매일의 삶 속에서도 새롭고 재미있고 웃긴 무언가를 만날 때가 있는데. 매일 그런 순간들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요. 발견하려는 만큼 보이는 게 많아진다 생각하거든요.
배우 신승호
연기를 시작하기 전, 축구를 하던 시절에 부산에서 2년간 대학 선수로 뛴 적이 있어요. 그런데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약한영웅 Class 1>이 초청되어 배우로서 부산에 가게 된 거예요. 감회가 새로웠어요. 제가 한때 자주 찾아갔던 곳들이 다르게 느껴지더라고요. 익숙한 도시에서 생경한 감정을 느끼며 동료 배우들과 함께 자리한 모든 순간이 영화로웠어요. 영화의전당에서 관객들의 환영과 환호를 받은 뒤, 적막이 흐르는 숙소로 돌아왔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선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 감정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어요.
감독 유재선
첫 장편영화 <잠>을 완성해 맞이하는 모든 순간이 영화로워요. 카메라 앞에 앉아 인터뷰를 하는 지금도 영화 같고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잠> 촬영 첫날에 경험했어요.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준비하고,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며 <잠>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게 현실화되고 있음을 그때 실감했어요. 두 주연배우가 시나리오 속 대사와 지문을 연기하기 시작하니 굉장히 감격스럽더라고요. ‘이 영화는 완성되겠구나’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제가 감독의 모자를 썼다는 걸 크게 깨달은 순간이기도 해요. 그 모자의 무게에 대한 책임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배우 고민시
영화 <밀수>가 개봉해 관객을 만났을 때, 처음 느끼는 감정을 수없이 마주했어요. 한 번은 6백 석을 가득 메워준 관객들에게 다 같이 사진을 찍자며 핸드폰 플래시를 켜달라 부탁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러고는 돌아보니 모든 관객이 마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데… 그 순간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감독님, 선배님, 스태프들과 한 가족처럼 촬영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는데, 이렇게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또다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무대 인사 다니는 매 순간이 마치 영화의 연장선처럼 느껴졌어요.
배우 이정하
<무빙>이라는 기회를 잡은, 봉석이가 됐던 순간이 제겐 가장 영화로운 순간이었어요. 처음 들었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어요. 이 사실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어요. 엄마는 늘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것뿐이라며 용기를 전해주셨거든요. ‘드디어 해냈다’라는 말을 전하자 ‘이제 꽃을 피운 것 같다. 앞으로 더 아름답게 피웠으면 좋겠다’라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을 듣고 ‘진짜 됐구나’ 싶어서 울컥하더라고요. 봉석이로 사는 내내 그날의 환희를 품고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