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영을 앞둔 드라마 <혼례대첩>의 촬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겨우 짬을 내 만나게 되었어요. 지금 이야기의 어디쯤에 머무는 중인가요? 조이현 딱 중간이요. 앞으로 해온 만큼만 더 하면 됩니다.(웃음) 로운 이제 다시 힘을 빡 줘서 가야죠. 오늘이 한숨 돌렸다가 다시 시작하는 기점이 되는 날이지 않나 싶어요.
어제는 어떤 신을 찍었어요? 로운 필요에 의해 중매라는 일을 도모하던 ‘정우’(로운)와 ‘순덕’(조이현)이 조금씩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시점이에요. 조이현 그렇지만 아직은 서로에게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자각하지 못해요. 입덕 부정기랄까요.(웃음)
예고편만 봐도 정우와 순덕은 꽤 다른 결을 지닌 인물로 보여요. 두 인물의 어떤 점에 집중했나요? 조이현 어린 나이에 남편과 사별한 순덕은 시부모님 몰래 중매 일을 하는데요. 왜 중매를 서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해요. “그냥 어울리는 짝을 맺어주면 너무 좋잖아요. 설레고. 저는 설렐 일이 앞으로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니까요.” 이 말이 순덕을 가장 잘 설명해주지 않나 싶어요. 배경이 되는 조선시대엔 청상과부가 되었다고 해도 재혼이나 새로운 연애를 꿈꾸기 어렵잖아요. 순덕은 이에 순응하면서도, 또 나름대로 사랑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로운 정우 역시 순덕과 마찬가지로 사별을 경험하는데, 다만 상황이 좀 달라요. 혼인 당일에 아내인 공주의 죽음으로 혼자가 되거든요.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하고, 마음 한 번 나누지 못한 채 이별을 경험한 거죠. 그러니까 사랑을 해본 적도,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어본 적도 없어 감정적으로는 백지상태에 가까워요. 시대의 사상과 글을 통해 배운 지식으로 채워진 사람이라 좀 딱딱하고 고지식한 면이 많고요. 그렇지만 정우도 순덕처럼 결국은 사랑을 얘기하고 싶어 해요. 마음 한편에는 숭고하고 순수한 사랑을 꿈꾸는 사람이죠. 두 사람은 어쨌든 가는 목표점은 같은데 어떻게 가는지가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설명을 듣고 나니 시대를 불문하고 사람이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로운 물론이죠. 그게 꼭 연인이나 부부 간의 사랑만은 아닐 거예요. 자연이나 동물 혹은 어떤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아무튼 사랑 없이 이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는 게 가능할까 싶어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 그런가 봐요. 더불어 사는 세상~(웃음) 죄송합니다.
사랑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주제였다면, 반대로 받아들이고 표현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조이현 사극은 처음이라 대본을 받았을 때는 그 지점이 가장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막상 순덕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다 보니 금방 부담이 덜어지더라고요. 그보다는 순덕에게 양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 놀랍긴 했어요. 엄마 역할은 처음인 데다 아이가 제법 커요.(웃음)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떤 걸까, 그 지점을 아주 많이 고민했어요. 그런데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해서 촬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즐겁기만 했어요.
작품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살펴보고 표현하는 경험은 자신의 삶에도 영향을 미치죠. 그런 면에서 정우와 순덕이 살아가는 태도를 보며 배운 것이 있다면요? 조이현 제가 일할 때는 밝아지려고 많이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평소에 어둡다는 건 아니고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데다 좀 고요해요. 그래서 긍정적이고 밝은 순덕이 되기까지 노력하는 과정이 필요하겠다 싶더라고요. 촬영 전부터 미리 텐션을 올리는 연습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저라는 사람 자체가 꽤 밝아졌어요. 사실이 변화를 깨닫지 못했었는데 며칠 전에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왜 이렇게 밝아진 거야?” 하고 묻길래, 그제야 순덕이 덕에 나라는 사람이 달라졌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이 변화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아서 좋아요. 로운 정우가 관계 맺기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떤 표현을 할 때 솔직해서 오히려 무례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제가 예전에 그 부분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거든요. 솔직해져야 한다, 솔직하니까 괜찮다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어느 순간 그게 능사는 아니다 싶은 거예요. 그런 표현이 누군가에겐 상처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정우를 만나서 그 고민을 다시 꺼내게 됐어요. 정우의 좋은 점 중 하나가 무엇이든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거든요. 그래서 이야기가 흐르면서 뾰족하던 솔직함이 관계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점차 둥글게 만들어가요. 자신의 모난 면을 깨닫기도, 그걸 알고 바로 고치는 것도 되게 어려운 일인데 정우는 그걸 할 줄 아는 사람인 거죠. 그 자세를 배우는 중이에요.
정우와 순덕. 두 인물은 모두 사별이라는 아픔을 품고 있어요. 이를 어떤 식으로 감당하고 극복해나가나요? 로운 고립돼요. 사람을 만나지 않고 홀로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악기를 켜면서 온전히 감당하려는 편인 것 같아요. 조이현 그와 반대로 순덕은 밖으로 나가요. 중매로 극복하는 것 같아요. 연분을 만들어줌으로써 설렘과 뿌듯함, 성취감을 얻고 그 마음으로 아픔을 지우려 하지 않나 싶어요.
그 상황에 나를 대입해보면요? 삶의 고난을 어떤 식으로 극복하는 편인가요? 로운 한편으론 고난을 환영하기도 해요. 삶에서 어둠이 찾아오면 정서적으로든 어떤 쪽으로든 발전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죠. 조이현 오, 엄청 긍정적인 마인드다. 로운 제 맘 편하고 싶어서 하는 합리화일 수도 있어요. 너무 괴로우니까 다 지나고 나면 바닥에 한 줌은 남는 게 있겠다 하는 거예요. 조이현 저는 그렇게까지 멀리 바라보진 못하고요. 그냥 온전히 받아들여요. 이게 몸과 마음에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은데, 아직 다른 길을 찾진 못해서요. 그냥 지나가기를 바라는 편이에요.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하면서요.(웃음)
이번 작품에서 겪는 고난은 무엇이었나요? 로운 <혼례대첩>의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인데요, 코미디가 정말 어렵고 힘들더라고요. 조이현 맞아요. 왜냐면 현장에서 우리끼리는 ‘너무 재미있다!’ 했는데 막상 시청자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우리가 생각한 코드와 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지점에 간극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웃길 수가 없으니까, 너무 어려워요. 로운 코미디라는 장르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사실 멜로는 누구나 공통적으로 감각하기 좋은 장르잖아요. 그런데 웃음은 기준이 너무 애매모호해요. 조이현 하면 할수록 어려워지는 장르는 처음이에요. 계속 공부하면서 극복해가는 중이에요.
함께 고난을 헤쳐나가면서, 하나의 작품을 함께 하면서 서로의 어떤 면을 발견하기도 했을 텐데요. 지금까지 발견한 모습을 얘기해준다면요? 로운 조이현 배우는 순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그러지 않았더라도 너무 사랑스럽고 밝은 에너지가 있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제가 현장에서 힘들 때마다 그 에너지 덕을 보면서 촬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얘기했으면 한 곱절은 더 와야 된다!(웃음) 조이현 그런데 지금 좋은 얘기를 해줘서 그런 게 아니라, 로운 배우도 진짜…. 로운 사랑스럽…다?
본인이 직접 문장을 완성해버리는 건가요.(웃음) 조이현 그런데 진짜 그래요. 같이 연기하면서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를 엄청 챙겨줘요. 사실 그렇게 챙기는 게 불편할 수도 있잖아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폐가 되는 건 아닐까 조심스러울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끔 유연하게 잘 배려해줘요.
이야기가 사랑을 거쳐 사랑스러움으로 끝나네요.(웃음) <혼례대첩>에도 그 사랑이 잔뜩 묻어 있을 거라 기대해도 되겠죠? 조이현 너무나요. 정우와 순덕뿐 아니라 모든 캐릭터가 무지무지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사랑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로운 모두가 귀여워 미칠 지경이에요. 진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