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
<후회하지 않는 얼굴>
감독 노영미 출연 강진아, 이승현, 주인영, 김니나, 홍승이
재경(강진아)은 지인 인하(홍승이)와
낯선 여인 희영(김니나)의 작업실에 초대받아 그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 그러다가 남편 철우(이승현)가
자신의 친구 선우(주인영)와 오랜 연인 사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날 이후 재경은 주변
사람들의 ‘후회하지 않는 얼굴’을 마주한다.
로컬 시네마 서울독립영화제 ‘로컬 시네마’ 부문은 지역 창작자들에게 주목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올해 이 부문에 선정된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부산에서 활동한 지 오래되지 않은 노영미 감독님이 처음 만든 실사영화다. 감독님과 인연이 이제 깊어지기 시작한 지역이지만, 한국영화아카데미 동기와 현지 영화인들의 도움 덕분에 스태프를 꾸리고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부산에서 부산은 대도시이면서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 많아 영화 작업을 하기에 좋다. 감독님이 평소 눈여겨본 절 인근의 산과 바닷가 등을 찾아가 촬영했다. 까만 밤바다의 아름다운 광경이 기억에 깊이 남았다.
재경을 표현하며 <후회하지 않는 얼굴>은 지하련 작가의 소설 <결별> <가을> <산길>을 각색해 완성했다. 내가 맡은 재경은 남편과 친구의 연애를 비롯한 일련의 사건을 접하며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인물이다. 그의 마음에는 인간관계로 인한 불안과 실망, 욕망 등이 탁구 치듯 오간다. 텍스트에 충실하고, 현장에서 자연스레 발현되는 마음에 집중하며 촬영에 임했다.
사랑이 흐르는 관계 관계를 맺는 사람들 사이에는 반드시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재경과 주변 인물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남편과 바람을 피운 친구 선우를 향한 복합적인 마음도 이해가 간다. 본인이 이미 지나온 사랑의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선우에 대한 연민도 있었을 것이다. 이처럼 오래 인연을 이어온 사람들에게 느끼는 여러 감정을 직시하는 것도 일종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후회하지 않는 얼굴이란 자신만의 선택을 한 사람의 얼굴. 그 선택은 어쩌면 인생을 거는 일일 수도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무언가에 기꺼이 뛰어든 적이 있다. 연기하기 위해 어린 시절의 에너지를 오롯이 쏟기도 했고. 이런 선택의 순간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독립영화의 매력 독립영화는 우리 삶과 가까운 이야기를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기회를 준다. 창작자가 보다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앞으로 독립영화를 통해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고, 그들의 말도 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