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티의 3집 앨범 <Zip>

자이언티(Zion.T)가 5년 2개월 만에 새로운 앨범 <Zip>으로 컴백했습니다. 펑키하고 그루비한 1집 앨범 <Red Light>로 한국 R&B의 지평을 넓힌 후, 점차 섬세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담담하게 담아내는 가사, 재즈가 가미된 음악으로 본인의 색깔을 뚜렷하게 굳힌 완성형 아티스트이죠. 최근 공개한 3집 <Zip>은 본인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아 마치 자기소개서 같은 앨범입니다. 앨범의 제목은 총 10개의 트랙을 함축했다는 의미의 ‘zip’과 공간을 의미하는 ‘집’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R&B와 재즈, 소프트 팝 그리고 댄스 뮤직을 넘나드는 장르의 구성으로 편안하면서도 따뜻한 무드를 앨범에 녹여냈습니다. 이문세와 함께 부른 ‘눈’으로 자이언티는 겨울 플리를 책임지는 아티스트가 되었죠. 12월 연말과 함께 찾아온 자이언티의 앨범 <Zip>을 소개합니다.

2번 트랙 ‘UNLOVE’

2번 트랙 ‘UNLOVE’는 혼네(HONNE)가 함께 작업하여 앨범 발매 전부터 큰 화제를 일으켰습니다. 뮤직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노래를 보관함에서 정리하는 버튼인 ‘언러브’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곡으로 클릭 한 번으로 뮤지션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현대 사회를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에 비유했죠. 뮤직비디오에서는 비주얼 요소를 함께 고려했다는 점을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모델 김아현과 함께 촬영한 뮤직비디오는 완벽주의자·나르시스트 같은 인물이 이별하는 상황을 담았습니다. 미래지향적인 배경과 네온사인의 조명이 연출하는 화려한 장면들은 노래의 담담한 스토리와 대조를 이뤄 매력적인 비주얼을 완성했습니다.

3번 트랙 ‘모르는 사람’

이어서 3번 트랙 ‘모르는 사람’은 2013년에 냈던 <미러볼>의 ‘미스 김’을 연상시키는 레트로풍의 재기 발랄한 곡입니다. ‘잘은 모르고, 그냥 아는 사람’이라고 넘겨버리는 매력 없는 남자가 느끼는 외로움을 담았습니다. 특히 해당 곡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배우 최민식이 출연해 이목을 끌었죠. 카메라를 뚫어지게 응시하던 최민식이 개미를 발견하고 익살스러운 춤을 추는 장면은 오직 표정 연기만으로 단순한 스토리를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만들었죠. 자이언티는 최민식을 ‘모두가 알지만 사람으로서는 잘 모르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해당 곡과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라고 전했죠. 더불어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개미’는 최민식의 대표작 <올드 보이>에서 강혜정(미도 역)이 “외로운 사람은 다 개미 환각을 본대요”라던 대사를 회상시킵니다. 외로움으로 귀결된 한 남자의 인생이 개미 한 마리에 응집된 것 같은 느낌을 전달받는 장면이죠.

재즈풍의 음악과 섬세한 가사

자이언티의 앨범 <Zip> 트랙리스트

@ziont(인스타그램)

이외에도 악뮤(AKMU)가 피처링한 ‘V’와 세계적인 트럼펫 연주자 베니 베낙 3세(Benny Benack III)가 참여한 ‘내가 좋아하는 것들’ 그리고 여러 차례 합을 맞춰온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과 작업한 ‘불 꺼진 방 안에서’ 등처럼 다양한 트랙에서 걸출한 아티스트와 협업했습니다. 오랫동안 함께한 피제이(PEEJAY)와 슬롬(Slom)이 프로듀싱해 더욱 ‘자이언티스러운’ 앨범을 완성했죠. 대부분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소한 순간을 섬세한 가사와 따뜻한 시선으로 표현한 앨범입니다. 에디터의 추천 트랙은 디테일한 표현과 화려한 트럼펫 연주가 인상적인 4번 트랙 ‘내가 좋아하는 것들’입니다. 여러분들은 자이언티 신보 <Zip>의 최애 트랙은 어떤 곡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