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돌아도, 밤새워 고민해도, 수산시장에서 젊음을 쏟아부어도 가물거리기만 하던 꿈을 무대에서 찾은 박지현. <미스터트롯2>에 도전한 이후 그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됐다.

'미스터트롯2' 박지현 마리끌레르 코리아 3월호 화보
'미스터트롯2' 박지현 마리끌레르 코리아 3월호 화보
블랙 스트라이프 화이트 니트 셔츠, 블랙 레더 팬츠, 뮬 모두 Bottega Veneta.

사실 꿈을 이룬 게 늦은 편이다 싶을 때도 있지만
상황이 어떻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박지현

<미스터트롯2> 마스터 오디션에서 ‘못난놈’으로 예심 최종 진을 차지했어요. 늦었지만 축하해요. 첫 소절을 불렀을 때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나요?

솔직히 말하면, 항상 겸 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자신감을 가지려고 했어요. ‘못난놈’ 을 부르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예감은 있었죠. 무대에 올라 첫 소절을 부른 후의 느낌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다음 가사를 생각하며 노래한 것 같아요. 그러다 ‘올 하트’가 나오고 무대 아래 LED 조명이 변했을때 ‘올 하트가 나왔다고 대충 부르면 안 된다. 무엇이든 더 보여줘야 한다’라고 생각했죠. 노래 테크닉이 열 번 시도하면 여덟 번 성공하는 기술이 있고, 한두 번 성공하는 기술이 있잖아요. 그 순간 쉬운 기술보다 어려운 기술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더 집중했어요.

‘못난놈’ 무대에서 올 하트를 받았을 때 그때까지 기울인 노력을 인정받는 기분이 들었나요?

그 순간의 감정은 도저히 말로 표현 못 해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라 어리둥절하고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첫 소절을 부르고 나서 출발이 좋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관객의 표정을 보고 함성을 들으며 ‘반응이 괜찮네’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고요.

그럼 <미스터트롯2>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최고의 무대는 언제였어요?

최고의 무대 역시 ‘못난놈’ 무대예요. 많은 사람이 기억해주시고, 제게도 특별하죠. ‘떠날 수 없는 당신’을 부를 때와 데스 매치 무대도 기억에 남아요. 그때 목 상태가 아주 좋지 않았거든요. 지난 5개월 동안 세 번이나 감기에 걸리고, 목 상태가 영 나아지지 않 았어요. 전날까지 목에 문제가 있어 리허설도 제대로 못 하고, 병원에 가서 주사 를 맞았어요. 극도로 불안했죠. 그런데 본무대에 오르면서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정상적으로 노래할 수 있었죠.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아요.

경연 과정을 거치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면요?

특별히 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건 아니지만, 오랜만에 무대에서 춤을 췄어요. 한 12년 만에 춘 거죠. 생각보다 제가 춤을 잘 추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요. 예전처럼 몸이 유연하지 않고, 근육의 움직임도 많이 불편했어요. 예전에는 한 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프리스타일로 춤췄는데, 오랜만에 다시 시도해보니까 어렵더군요.(웃음)

'미스터트롯2' 박지현 마리끌레르 코리아 3월호 화보
블랙 스트라이프 화이트 니트 셔츠, 블랙 레더 팬츠 모두 Bottega Veneta.

트로트는 세부 장르가 다양하잖아요. 본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는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템포가 빠른 노래나 리듬을 타는 노래를 하면 반응이 좋아요. 블루스 스타일도 좋아해주시고요. 하지만 특정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의 여러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 가장 잘 어울리는 건 템포가 빠르고, 리듬감 있는 곡이에요.

연습 과정에서 많은 트로트를 불렀어요. 유달리 빠져드는 곡이 있을 테고, 가사에 공감되는 내용도 있을 거예요. 가장 애틋한 곡도 있겠죠?

처음 불렀을 때 소름 돋은 곡은 ‘사랑이 이런 건가요’예요. 첫 소절에 담긴 감정이 멋져서 자주 들으면서 연습했어요. 제게 의미 있는 노래 중 하나예요. 하지만 다른 노래들도 모두 특별한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어서 한 곡만 선택하기는 어려워요.

트로트에서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해요?

노래는 감동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해요. 트로트는 특히 가사가 중요한데, 부를 때 곡의 주인공이 되어 감정을 표현하고 가사에 공감하며 불러야 해요. 가수는 노래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기자라고 하죠. 가수로서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몰입하기 어려운 가사라 할지라도 관객이 노래에 이입하게 만드는 거예요.

이제 박지현의 다음 행보에 대해 얘기해보죠. 신곡 작업 중이라고 들었어요. 어떤 내용을 다룰 건가요? 곡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요?

남자다운 느낌의 곡이에요. 아직 작업 중이라 주제가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남성의 사랑 혹은 삶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신곡 가사는 제가 직접 쓰고 있는데, 생각보다 가사 쓰는 게 쉽지 않네요. 가사를 조금씩 수정하며 노래를 만들고 있어요.

이제 막 트로트 가수의 삶을 시작했어요. 고민과 방황 끝에 한 도전이었는데요. 아직 이르지만, 음악하기 잘했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그럼요. 노래로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도전하고 싶게 만들 때 보람을 느껴요. <미스터트롯2> 데스 매치 때 저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분들이 음악과 무대에 도전했고,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순간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는 것 같아 행복했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지현 씨는 뒤늦게 진로를 결정하고 꿈을 찾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이제 사회 초년 생 나이잖아요. 그러니 늦지 않았어요. 순리대로 나아가는 듯 보여요.

맞아요. 사실 꿈 을 이룬 게 늦은 편이다 싶을 때도 있지만, 트로트 가수로서 그 시작은 적절한 시기였어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상황이 어떻든,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무척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1년 동안 아주 많은 변화가 생겼네요.

네, 완전히 달라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