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열정으로. 10년의 시간을 거쳐 완연하게 펼쳐진 레드벨벳의 여름.
따로 또 함께 빛나던 그들의 낮과 밤.

예리 원피스 Jello. 조이 NofficialNoffice. 웬디 비즈 톱, 레이어드한 브라톱 모두 Versace.

비즈 드레스 Gucci, 이어링 H&M × Rabanne.

지난 10년의 음악을 돌아볼 때 멤버들이 생각하는 가장 레드벨벳스러운 곡은 무엇인가요?

예리 저는 세 곡 고를게요. ‘Ice Cream Cake’, ‘Psycho’, ‘Feel My Rhythm’이요. 이 세 곡은 데모 버전을 듣자마자 ‘이건 진짜 우리 곡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웬디 난 거기에 한 곡 더해서 ‘빨간 맛’까지.

조이 너무 어려운데, 딱 한 곡만 꼽으라면 ‘Ice Cream Cake’를 고를래요.

아이린 맞아, 저도요.

조이 이 곡은 멜로디가 동화처럼 순수한데 어딘가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거든요. 거기서부터 우리의 색깔이 확실하게 잡힌 것 같아요. 이때 예리가 합류해서 완전체가 되기도 했고요.

슬기 공감해요. 이 곡이 레드벨벳스러움의 시작인 것 같아요.

‘레드벨벳스럽다’는 말은 각자 어떻게 정의하고 있어요?

슬기 한 가지 느낌만 주지 않는 것. 저희 음악은 늘 다채롭게 해석할 여지를 주는 듯해요. 마냥 밝게 보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스산한 인상을 품고 있는 것처럼요. 그래서 궁금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이 대체 누구인지.

아이린 활동 초기에는 컨셉트를 레드와 벨벳 두 가지로 나누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둘을 분리하지 않고 함께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 중요한 건 동화적 느낌에 기괴함과 으스스함을 더하는 거였어요. 저희가 마냥 귀엽지만은… 않거든요.(일동 웃음)

슬기 헤어핀은 꽂고 있어도 표정은 무섭죠.(웃음)

맞아요. 그래서 데뷔 초부터 레드벨벳의 음악과 뮤직비디오에는 다양한 해석이 생겨났죠.

아이린 간혹 사소한 것도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고 분석해주는 분들을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뮤직비디오에 시계가 있으면 ‘왜 저 시간일까?’ 이런 식으로요.(웃음)

슬기 맞아요. 또 실제로 우리가 디테일을 챙겨서 더 깊게 해석해주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더 섬세해야 한다고 느끼고요. 촬영할 때도 이건 무슨 의미인지 하나하나 묻게 되더라고요. 그냥 찍고 싶지 않은 거죠. 이렇게 분석해주는 분이 많은데 그분들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우리도 알고 만들어야 하니까요.

레더 드레스와 초커 모두 Versace.
실크 셔츠, 레더 쇼츠 모두 Tom Ford, 안경 Gentle Monster.

오직 레드벨벳만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이제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슬기 레드벨벳은… 아이린, 슬기, 웬디, 조이, 예리를 가지고 있죠. 저는 우리 5명의 목소리 합을 굉장히 좋아해요. 이 목소리들이 모였을 때 레드벨벳만의 분위기를 만든다고 보고요. 우리는 이런 멤버들 있다! 부럽지? 이렇게 자랑하고 싶고.(웃음)

아이린 각자의 고유함 덕분에 저희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다 귀엽고 예쁜데 조금씩 다르게 귀엽고 예쁘잖아요. 그 다름이 참 좋아요. 그걸 생각하다 보면 멤버들이 강슬기, 손승완, 박수영, 김예림이라는 개인으로서도 잘 살았으면 좋겠고요.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룹 활동을 하며 서로 많은 영향을 주고 받았을 것 같아요. 함께해온 멤버들을 생각하면 어떤 마음이 들어요?

아이린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도 하지만, 내 동생들이라는 느낌이 커요. 얘는 그냥 강슬기, 쟤는 그냥 손승완.(웃음) 동생들에게 말하지 못한 저만의 힘듦이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에게 어떤 말을 해주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돼요. 귀여운 애들이 옆에서 떠들고 있네, 하고.

슬기 이렇게 사람을 잘 알 수 있나 싶을 때도 있어요. 뭐가 필요한지, 말을 걸어줘야 할지 혹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비켜줘야 할지 이젠 어느 정도 알아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가 된 거죠.

조이 작년에 제가 힘들어서 한 달 정도 쉰 때가 있는데, 그때 멤버들이 모두 흔쾌히 쉬고 오라고 하더라고요. 오히려 알아봐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요. 평생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이 4명은 할머니가 돼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줄 것만 같아요. 그 사실만으로도 참 감사하죠.

프린지 드레스 Tom Ford.
웬디 드레스, 초커 모두 Versace. 슬기 실크 셔츠, 쇼츠 모두 Tom Ford.
예리 셔츠 드레스 Gucci, 이어링 H&M × Rabanne. 아이린 프린지 드레스 Tom Ford.
조이 오프숄더 톱 Ermanno Scervino, 네크리스 Jil Sander.

만약 지금의 기억과 경험을 모두 간직한 채 10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어요?

슬기 더 해도 된다. 너를 더 보여줘도 되니까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건강을 챙겨라. 영양제 이런 거.(웃음)

조이 진짜 해주고 싶은 말 많은데, 딱 한 가지만 할게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한 때니까 머릿속에 있는 잡념과 걱정… 다 떨쳐버리고 즐기라고요

웬디 저도요. 겁먹지 말고 부딪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예리 음… 그냥 하던 대로 견디자.(일동 웃음)

웬디 그 말이 제일 맘에 든다.

예리 어차피 10년 지나도 힘든 건 힘드니까. 고된 순간도 기쁜 순간도 있을 테니, 하던 대로 견디자.(웃음)

아이린 음… 여러 장면이 떠올라요. (긴 정적 끝에) 연습생을 처음 시작할 때 숙소 생활을 한다고 엄마가 오리 인형을 사주셨어요. 잘 때 꼭 그 인형을 옆에 두고 잤고. 대구에 비해 서울은 눈이 많이 오잖아요. 그래서 눈이 오면 참 신났고. 빨리 달리는 차 안에서 잠 못 들던 순간들도… 처음이라서 설레기도 어렵기도 무섭기도 하던 그 모든 감정이… 소중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 안에서 좋아하는 걸 찾고 소중한 것을 곁에 뒀던 것까지도. 그냥 참 잘했다, 잘하고 있다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네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레드벨벳의 계절, 여름입니다. 10주년과 새 앨범을 기다리고 있는 지금, 올여름이 어떤 기억으로 남길 바라나요?

조이 사랑의 계절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에 저희가 생각하는 사랑을 전부 담았거든요. 좁은 의미만이 아니라 커다란 의미의 사랑을요. 요즘 서로 미워하는 이야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저희 음악 안에서만큼은 동화 속 행복한 세상을 꿈꾸셨으면 좋겠어요.

슬기 조이다운 대답이네요.(웃음) 저는 그냥 무사히 잘 보냈으면 좋겠어요.

아이린 너도 너다운 대답이다.(일동 웃음) 저도 슬기랑 비슷해요. 매년 그랬듯 이번 여름에도 새로운 추억이 생기겠구나, 나의 또 다른 일부가 생기겠지.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예리 모두에게 감동을 주는 활동이었으면 좋겠어요. 앨범을 준비한 우리도, 곧 만날 팬들도 각자의 일상에서 조금 벗어나 새로움을 느끼는 여름이길 바라고요.

웬디 다들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랑 플러스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