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불확실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불확실함을 즐겨야만 해요.” 로운이 확신을 갖게 된 순간.
좀 전에 촬영한 영상 콘텐츠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영화를 좋아할지 궁금했는데, 인스타그램에 딱 한 편 만 올려놓았더라고요. 토니 케이 감독의 영화 <디태치먼트>.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영화를 본 날의 기억이 유달리 선명한 건가요?
후자예요.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속에 큰 파장이 일잖아요. 유달리 그 임팩트가 거셌던 영화예요. 어디선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제가 선호하는 특정한 영화 스타일이 있어요. 작품으로 얘기하면 <택시 드라이버> <조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인데요.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저는 이들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고독이 보였고, 그 감정을 내밀하게 다루는 영화들을 좋아해요. 그중 <디태치먼트>가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고요. 그래서 굳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잘 안 올리려고 해요.
왜요? 누군가의 영화 취향을 들여다보는 거, 꽤 재미있거든요. 거기서 내 취향을 찾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제 인스타그램은 팬들이 많이 보는 편인데, 좋아하는 영화만 올리면 의도치 않게 제 취향이 이염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언젠가 “이런 감성을 좋아해? 나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게.” 이런 얘기를 듣고 함부로 추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 좋은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누군가의 취향을 살피느라 진짜 자신의 것을 놓치면 너무 아쉽잖아요. 사실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참는 편입니다.
한 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웃음)안 한다고 하니까 더 추천작이 궁금한데요. (웃음)
<블루 자이언트>라고 재즈에 대해 얘기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의 성장을 그렸는데, 어떻게 보면 뻔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연출이 엄청 좋아서 깊이 빠져들어서 봤어요. 음악도 참 좋고요. 맥주 한잔 하면서 보세요. 아 그리고 최근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살인마 잭의 집>도 봤는데, 여러 복선을 해석해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볼 때 오롯이 관객의 마음으로만 보게 되나요? 아니면 배우의 마음이 발현되기도 하나요?
음… 이런 건 있어요.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같이 보거든요. 보면서 저는 “이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저 연기는 감독의 디렉션일까 배우의 해석일까? 왜 저 부분을 유독 길게 보여주는 걸까?” 이러는 거예요. 그럼 친구들은 “아, 그냥 좀 봐!” 하고요.(웃음) 그냥 즐기라는 거죠. 그 말도 맞아요.
그렇게 보는 방식이 괴롭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괴롭진 않아요. 또 모든 영화를 다 그렇게 조각조각 뜯어가며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술 한잔 마시고 꺼내 봅니다. 보기까지 용기가 조금 필요해요.
그럼에도 굳이 꺼내 보는 이유는요?
궁금해서요. 주로 새 작품 들어가기 전에 보는 편인데, 언제나 시작은 좀 막막하잖아요. 생각도 많고, 불안하고. 그럴 때 ‘그때의 나는 어떻게 했지?’ 싶어서 보게 돼요.
‘WHAT I KNOW | 마리끌레르 8월호 로운 화보와 인터뷰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