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불확실하잖아요. 그러니까 그 불확실함을 즐겨야만 해요.” 로운이 확신을 갖게 된 순간.

코트와 셔츠 칼라 모두 Maison Margiela, 쇼츠와 슈즈 모두 Ferragamo.

좀 전에 촬영한 영상 콘텐츠에서도 언급했지만,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어떤 영화를 좋아할지 궁금했는데, 인스타그램에 딱 한 편 만 올려놓았더라고요. 토니 케이 감독의 영화 <디태치먼트>.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그 영화를 본 날의 기억이 유달리 선명한 건가요?

후자예요. 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속에 큰 파장이 일잖아요. 유달리 그 임팩트가 거셌던 영화예요. 어디선가 얘기한 적이 있는데 제가 선호하는 특정한 영화 스타일이 있어요. 작품으로 얘기하면 <택시 드라이버> <조커>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등인데요. 장르는 완전히 다르지만 저는 이들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고독이 보였고, 그 감정을 내밀하게 다루는 영화들을 좋아해요. 그중 <디태치먼트>가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고요. 그래서 굳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 같아요.(웃음) 그런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잘 안 올리려고 해요.

왜요? 누군가의 영화 취향을 들여다보는 거, 꽤 재미있거든요. 거기서 내 취향을 찾을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제 인스타그램은 팬들이 많이 보는 편인데, 좋아하는 영화만 올리면 의도치 않게 제 취향이 이염될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언젠가 “이런 감성을 좋아해? 나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할게.” 이런 얘기를 듣고 함부로 추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 좋은 영화가 얼마나 많은데, 누군가의 취향을 살피느라 진짜 자신의 것을 놓치면 너무 아쉽잖아요. 사실 추천하고 싶은 영화는 많은데 참는 편입니다.

WOOYOUNGMI.
니트 판초와 셔츠, 레더 쇼츠, 삭스, 슈즈 모두 Bottega Veneta.

한 편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웃음)안 한다고 하니까 더 추천작이 궁금한데요. (웃음)

<블루 자이언트>라고 재즈에 대해 얘기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어요. 음악가를 꿈꾸는 학생들의 성장을 그렸는데, 어떻게 보면 뻔하게 느껴지는 이야기지만 연출이 엄청 좋아서 깊이 빠져들어서 봤어요. 음악도 참 좋고요. 맥주 한잔 하면서 보세요. 아 그리고 최근에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살인마 잭의 집>도 봤는데, 여러 복선을 해석해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좋은 작품을 볼 때 오롯이 관객의 마음으로만 보게 되나요? 아니면 배우의 마음이 발현되기도 하나요?

음… 이런 건 있어요. 고등학교때 친구들이 다 영화를 좋아해서 시간 날 때마다 같이 보거든요. 보면서 저는 “이 장면은 어떻게 찍었을까? 저 연기는 감독의 디렉션일까 배우의 해석일까? 왜 저 부분을 유독 길게 보여주는 걸까?” 이러는 거예요. 그럼 친구들은 “아, 그냥 좀 봐!” 하고요.(웃음) 그냥 즐기라는 거죠. 그 말도 맞아요.

그렇게 보는 방식이 괴롭지만 않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괴롭진 않아요. 또 모든 영화를 다 그렇게 조각조각 뜯어가며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본인이 출연한 작품도 잘 보나요?

술 한잔 마시고 꺼내 봅니다. 보기까지 용기가 조금 필요해요.

그럼에도 굳이 꺼내 보는 이유는요?

궁금해서요. 주로 새 작품 들어가기 전에 보는 편인데, 언제나 시작은 좀 막막하잖아요. 생각도 많고, 불안하고. 그럴 때 ‘그때의 나는 어떻게 했지?’ 싶어서 보게 돼요.

‘WHAT I KNOW | 마리끌레르 8월호 로운 화보와 인터뷰 #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