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나대로 살면, 그리고 내가 좀 더 아름다운 인간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순수한 내가 되어 매 순간 치열하게 나아가는 것. 배우 이채민의 지금.

레더 터틀넥 베스트, 슬리브리스 톱, 데님 와이드 팬츠 모두 Dries Van Noten, 앵클부츠 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 링 모두 Chrome Hearts.

‘강하’ 역으로 함께한 넷플릭스 시리즈 <하이라키>가 지난 6월에 공개됐죠. 첫 주연작인 만큼, 대중에게 이채민 배우를 더 깊이 각인한 작품인 것 같아요.

처음 주연을 맡았는데도 과분한 관심과 사랑을 받았어요. 놀랍더라고요. 어느 날 농구장에 있는데 한 남자분이 “오, <하이라키>에 나온 배우님 아니세요? 팬입니다!” 하고 말을 걸어온 적도 있어요.(웃음) 작품이 공개된 지 한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감사할 따름이에요.

주연으로서 작품을 이끌어가면서 배운 점도 있죠?

맞아요. 7부작이지만 그 이상으로 길게 느껴지는 시간 속에서 주연이라는 책임감을 받아들이는 게 처음엔 어려웠어요. 욕심이 더 생겼고, 그만큼 스스로를 불신했죠.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잘한 게 맞나? 다르게 해볼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을 이전보다 많이 했어요. 고민이 앞섰지만, “너를 좀 더 믿어봐” 하는 주변의 응원과 격려 덕분에 부담을 덜고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래 배우들을 비롯해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들과 서로 북돋우며 즐겁게 촬영했죠. 협동심의 중요성을 크게 느낀 현장이었어요.

<하이라키>를 떠나보낸 요즘은 어떤 나날을 보내고 있나요?

매일 운동에 열중해서 한 달 사이에 근육량이 3kg 정도 늘었고요. 자취 3개월 차라 청소도 부지런히 하고 있어요.(웃음) 머리카락 한 올도 용납할 수 없고, 물건들도 웬만하면 선반에 넣어둬요.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며 사들인 예쁜 것도 딱히 없네요. 제가 깔끔한 미니멀리스트라는 걸 새삼 깨달아요.

플라워 자수 니트 톱 Dior Men

혼자 살기 시작하면 자신의 몰랐던 면을 발견하기도 하죠. 나만의 공간에서 새롭게 하는 것도 있나요?
하루에 한 끼는 직접 챙겨 먹겠다는 생각으로 요리를 시작했어요. 최근에 고추장 삼겹살을 만들어봤는데, ‘다들 먹어봐야 한다!’ 싶을 정도로 맛있더라고요. 손맛이 괜찮은 듯해 요리를 또 하나의 취미로 삼아보려고요. 냉장고에 식재료를 채워두고 이것저것 해봐야겠어요. 너무 많이 사놓으면 혼자 다 못 먹을 테니 조금씩만요.(웃음)

소소한 일상을 누리고 있는 것 같아요.

일상이 크게 바뀌지 않는 편이에요. 변화가 적은 삶을 지향하는데, 신기하게도 연기할 땐 그러지 않더라고요. 배우라는 직업이 저로 하여금 변화를 꿈꾸게 만드는 것 같아요. 새로운 작품이나 캐릭터를 만나면 ‘한번 부딪혀보고 싶은데? 도전해볼까?’ 하는 의지가 생겨요.

그 도전을 3년째 이어가는 마음이 어떤가요?

어려움의 연속이에요. 연기는 결괏값에 대한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작업이니 제 안에서 혼란이 일어나기도 해요. 그럼에도 이 과정을 겪어나갈 때마다 제가 성장하고 있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로서의 도전이 마냥 두렵지만은 않아요. 지난하더라도 이겨낼 수 있겠다 싶어요. 아직 신인이니 매번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는 중이고요.

그만큼 이 일을 좋아하기 때문이겠죠?

그렇죠. 연기가 전하는 새로움이 마치 도파민 같아요. 저를 각성시키더라고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하는 동기가 되어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