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가 13회를 맞았다. 영화제 개막 때마다 해운대를 휩쓸던 태풍,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한 정치적 외압, 세계적 위기였던 팬데믹까지.
지난 10여 년간 역경 속에서도 마리끌레르는 부산국제영화제 곁에서 묵묵히 함께 걸었다.
매해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를 이어온 바위 같은 의지가, 사랑이 올해 유독 빛을 발했다.
“영화 <서울의 봄>을 연출한 김성수입니다. 박광수 감독님이 올해 이사장으로 새로 맡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와 개막식과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에 참여하니 한국 영화가 다시 살아나는구나, 다시 살아날 수 있겠구나 싶은 희망이 생깁니다. 늘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마리끌레르와 샤넬이 함께 어깨동무하고 한국 영화의 어려운 시절을 지나가주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영화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지난 10월 3일, 김성수 감독이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 무대에 올라 남긴 말이다. 돌이켜 그의 말을 곱씹는다. 김성수 감독의 말대로 한국 영화는 양적으로, 동시에 질적으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올해 정부 지원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었고, 지원 영화제의 숫자도 줄었다. 한국 영화인들을 만날 때면 그들은 한목소리로 ‘엄혹한 시절’이라고 했다. 쉽지 않은 시간을 지나고 있는 한국 영화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아시아 영화가 이룩한 성취를 향한 존경과 경외를 담아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는 올해도 어김없이 열렸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주최하고 마리끌레르가 주관하며 샤넬이 후원하는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 마리끌레르는 매거진으로는 유일하게 매년 봄 자신의 이름을 건 ‘마리끌레르 영화제’를 개최하고,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매거진 <마리끌레르 BIFF 특별판>을 만들며 어느 매체보다 영화 예술에 깊이 마음을 쓰고 있다. 그중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는 아시아 영화인들을 응원하는 자리로 마리끌레르가 개최하는 행사 중 가장 빛나고 따뜻한 자리다. 올해는 지난 10여 년간 어떤 상황에서도 올곧게 명맥을 지켜온 뚝심이 유독 빛을 발하는 듯했다. 한국 영화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는 김성수, 허진호, 최동호, 장항준 감독이 자리를 빛냈고, 설경구, 김희애, 박서준, 박보영 배우 등이 자리를 채웠다. 어느 해보다 많은 기자들이 포토월을 둘러쌌고, 이날 밤 대부분의 온·오 프라인 매체 기사에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가 회자되었다.
올해의 사회는 스크린에 우아하면서도 지적인 연기를 담아내는 배우 수현이 맡았다.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는 순위를 정하고 경쟁하는 시상식이 아니라 아시아 영화인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오랜만에 안부 인사를 나누며 함께 응원하는 자리입니다. 아시아 영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하는 이 자리를 통해 영화를 향한 영화인들의 진심과 열정이 많은 분들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수현의 인사와 함께 식이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마리끌레르> 발행인인 MCK 퍼블리싱의 손기연 대표가 무대에 올랐다. “우리는 영화라는 예술을 통해 국경을 넘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가 세계적인 무대에서 사랑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이야기의 힘 덕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리끌레르가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아시아스타어워즈를 연 지 올해로 13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작게 시작한 행사였는데 이렇게 성장해 저희도 놀라고 있습니다. 아시아스타어워즈가 아시아의 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인들을 새로 발견하고 또 그들을 응원하는 자리가 되었다는 데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손기연 대표는 이어 오랜 시간 함께해온 부산국제영화제와 샤넬, 이 자리를 빛내준 영화인들을 호명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배우 임시완.
‘아시아 와이드’상을 수상한 배우 박보영.
리옹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이어링을 더해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한 배우 김민하.
시상은 총 8개 부문에 걸쳐 이뤄졌다. 첫 순서로 아시아의 재능 있고 주목받는 감독에게 수여하는 ‘비저너리 감독’상의 시상을 위해 양귀매(Yang Kuei Mei) 배우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음식남녀> <애정만세> 등의 영화에서 주요한 족적을 남긴 대만의 대표 배우로 오랜 시간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김지석 프로그래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애통해하며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에서 추도사를 하기도 했다. 올해의 비저너리 감독상은 말레이시아의 아만다 넬 유(Amanda Nell Eu) 감독에게 돌아갔다. 아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감독으로 그의 영화 <호랑이 소녀(Tiger Stripes)>는 열두 살 소녀 ‘자판’이 금기를 깨뜨리고,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상패를 건네받은 아만다 넬 유 감독은 “영화를 통해 나의 개성과 유머, 두려움과 사랑, 그리고 슬픔을 표현하고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이 상을 통해 그에 대해 큰 인정을 받는 것 같아 기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아시아 영화계의 떠오르는 샛별을 격려하는 의미를 담은 ‘라이징 스타’상은 고아성 배우의 시상으로 진행됐다. 대만의 청춘 로맨스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순수하면서도 당찬 매력을 보여준 다현과 영화 <할머니가 죽기 전 백만장자가 되는 법>에서 신인 배우답지 않은 유려한 연기로 주목받은 태국의 신예 배우 푸티퐁 아싸라타나쿨(Putthipong Assaratanakul)에게 돌아갔다. 이어진 시상은 아시아 영화계를 대표하는 젊은 배우들에게 주어지는 ‘페이스 오브 아시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로 부산을 찾은 문소리 배우와 전년도 수상자인 공명 배우가 시상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먼저 호명된 주인공은 배우 홍경과 노윤서였다. 두 배우는 올해 영화 <청설>을 통해 싱그러운 청춘을 연기하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다음 주인공은 영화 <폭로: 눈을 감은 아이>와 시리즈 <내가 죽기 일주 일 전> 두 편의 작품으로 부산을 찾은 배우 김민하였다. “리빙 레전드인 문소리 선배님께 포옹을 받았다는 게 너무 행복해요. 영화 <바람난 가족>이 제 인생 영화거든요.” 배우 홍경은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는 말로 소감을 전하기 시작했다. 이어 이 자리에 함께한 감독, 배우를 일일이 호명하며 존경을 표하고는 “모든 것이 빠르게 휘발되는 시대에 어떻게 의미 있는 것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며 연기하겠다”는 포부를 남기며 많은 이들의 환호를 받았다.
2024/25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핸드백을 매치하고 플륌 드 샤넬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네크리스와 이어링을 착용한 배우 문소리.
‘페이스 오브 아시아’상의 주인공 배우 노윤서와 홍경.
한 여성 영화인에게 헌정하는 상인 ‘마리끌레르’상의 시상은 <마리끌레르> 박연경 편집장이 맡았다.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는 그 이름과 존재만으로도 ‘빛이 나는’ 아시아의 배우와 감독들이 함께합니다. 이 자리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는 분들은 선연한 빛의 축복보다는 안개 같은 어둠이 자욱했던 지난날을 되새기며 더욱 뭉클함을 느끼실 듯합니다.” 박연경 편집장은 아시아 영화를 빛내기 위해 노력한 모든 이들을 위한 헌사를 남겼다. 수상자는 명실상부 최고의 연기자 김희애 배우였다. 무대에 오른 그는 “제 인생의 화양연화네요” 라는 말로 수상 소감을 전하기 시작했다. 영화 <보통의 가족>을 함께 작업한 허진호 감독을 언급하며 “<8월의 크리스마스>와 <봄날은 간다>를 보면서 작 품에 참여한 배우들을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몰라요. 오래 버티니까 허진호 감독님과도 같이 일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러니 여러분도 오래 버티세요. 이 상은 ‘오랫동안 열심히 버텼다. 참 수고했다’고 주시는 상 같습니다.” 김희애 배우의 소감이 끝나자 이날의 가장 큰 박수가 쏟아졌다.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
손기연 대표가 환영 인사를 전하고 있다.
마지막 시상인 ‘올해의 배우’, ‘올해의 감독’ 시상은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이 맡았다. 박 이사장은 “한국의 자랑스러운 배우, 설경구”라는 멘트와 함께 그를 무대 위로 초대했다. 어떤 인물로 분하든 믿음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에게 사랑받는 그는 올해 드라마 <돌풍>, 영화 <보통의 가족>을 통해 진심이 담긴 연기로 관객을 만났다. 배우 설경구가 무대에 오르자 장내가 일순 고요해졌다. “제가 패션과는 거리가 좀 먼 사람입니다. 어느 날 화보를 찍자고 연락이 와서 오래 하니까 이제 <마리끌레르>에도 먹히는구나 했습니다.(웃음)” 설경구 배우는 이어 상패를 바라보며 부산국제영화제와 이어온 인연을 회상했다. “1999년부터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녔는데요. 개막작으로도, 폐막작으로도 와봤고 또 주제넘게 개막식 사회도 본 적이 있습니다. 부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나름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픈 토크도, 액터스 하우스도,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도 모두 처음이더라고요. 못 해본 게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움에 대한 허기를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고민하겠습니다.”
마지막 수상인 ‘올해의 감독’상의 영예는 올해 한국 영화 중 스물두 번째로 천 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 <서울의 봄>의 김성수 감독이 안았다. 박광수 이사장 연출 팀으로 함께했던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이 부산에서 빛을 발하는 밤이었다. 김성수 감독은 박광수 이사장에 대한 이야기로 소감을 시작했다. “박광수 감독님이 한국 영화 걸작 리스트에 항상 들어가는 <그들도 우리처럼> <베를린 리포트>를 찍으실 때 제가 그분의 조수였어요. 30년 넘게 영화를 만들고 있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머릿속으로 ‘우리 감독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셨을 까’ 하며 박광수 감독님을 떠올립니다. 가장 존경하는 분, 어려운 일 있으면 찾아뵙는 감독님께 이 상을 받으니 더욱 감격스럽습니다.” 김성수 감독은 이렇게 말하며 박광수 감독이 이사장이 돼 새롭게 시작하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마리끌레르 아시아스타어워즈에 힘을 보탰다.
하이주얼리 컬렉션 브로치와 코코 크러쉬 화인 주얼리 컬렉션의 링들, J12 워치 칼리버 12.1 38mm를 착용한
샤넬의 앰버서더 배우 박서준.
루반 하이 주얼리 컬렉션 이어링으로 우아함을 극대화한 배우 김희애는 마리끌레르상 수상자로 시상식을 빛냈다.
2024/25 가을-겨울 레디-투-웨어 컬렉션의 하이 부츠,
2024/25 가을-겨울 프리 컬렉션의 체인 클러치 백과 헤어핀에
리옹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이어링을 더해 사랑스러운 스타일을 완성한 배우 김민하.
N°5 하이 주얼리 컬렉션 링과 네크리스, 이어링을 함께 매치한 배우 수현.
2024/25 크루즈 컬렉션의 재킷과 스커트, 로고 플레이 이어링을 스타일링한 모델 아이린.
2024 봄-여름 프리 컬렉션의 샌들 힐, 꼬메뜨 화인
주얼리 컬렉션 네크리스와 링으로 연출한 배우 고아성은
라이징 스타상 시상자로 참석했다.
화이트 골드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플륌 드 샤넬 2024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이어링과 브레이슬릿을 착용한 배우 박보영은
아시아 와이드상 수상자로 이 자리에 함께했다.
태국 배우 푸티퐁 아싸라타나쿨.
‘비저너리 감독상’을 수상한 아만다 넬 유 감독.
모든 식순이 마무리됐다. “함께 자리해주신 여러분 모두 서로 다른 나라, 그리고 서로 다른 영화의 영역에서 수고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여러분의 다양하고 아름다운 작품 기대하겠습니다.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한 오늘 밤만큼은 마음 편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수현 배우의 마지막 인사가 유난히 뭉클하게 다가오는 해였다. 마리끌레르는 어떤 상황에서도 늘 그랬듯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묵묵히 걸어나가고자 한다. 영화에 대한 사랑과 존경을 담아.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