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누구에게나 자신과 자신의 연기를 마음껏 보여줄 수 있는 60초의 시간이 주어진다. 배우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시작한 서울독립영화제(Seoul Independent Film Festival, SIFF)의 대표 프로그램 ‘배우 프로젝트-60초 독백 페스티벌’이 어느덧 제7회를 맞이했다. 조윤희&권해효 배우가 이끄는 이 프로젝트엔 지난 6년간 1만8백69명의 배우가 참여했고, 올해는 역대 최대인 4천8백59명이 자신만의 연기를 보내왔다.

노재원

레드 니트 톱과 베스트, 재킷, 팬츠, 슈즈 모두 Ferragamo.

배우 프로젝트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배우가 아닐까 싶어요. 유튜브에 올라온 본심 영상이 조회 수 35만 회를 넘겼고, 지금도 노재원 배우를 얘기할 때 배우 프로젝트가 하나의 필모그래피처럼 언급되기도 해요.

서울독립영화제는 저에게 항상 동경의 대상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배우 프로젝트는 배우로서 저도 그 안에 들어가고 싶어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자 지원한 기억이 나요. 그때 제가 스물아홉 살이었어요. 20대의 마지막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걸 시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했죠. 수상할 줄은 전혀 몰랐어요. 게다가 1등을 하게 될 거라곤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3등, 2등, 디렉터스 초이스까지 호명되지 않기에 ‘괜히 우울해하지 말자. 상 받으려고 시작한 일이 아닌데 욕심내지 말자’ 그러면서 뒤풀이 갈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1등으로 제 이름이 불리는 거예요. 정말 꿈만 같았어요. 그때까지 살면서 1등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거든요.(웃음) 제가 어쩐지 특별해지는 듯한 경험이었어요.

그럼 서독제는 노재원 배우에게…

시작이죠. 확신을 갖게 된 시작이요. 제가 늘 하고 싶은 게 그 당시에만 할 수 있는 연기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2019년의 노재원을 담을 수 있게 1분이라는 자유로운 시간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서독제, 그리고 배우 프로젝트가 그때의 나에게 어떤 힘을 주었다고 생각하나요?

연기에 신바람이 났달까요?(웃음) 신바람이 나면 연기가 너무 재미있고 더 잘되거든요. 그건 어떤 오디션 기회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그 동력을 꿈꾸는 많은 배우들에게 응원을 건넨다면요? 제가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주변의 배우들이 많이 지원해요. 그래서 같이 고민하면서 영상을 찍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만약 지금 내가 다시 지원한다면 본선 24명 안에 들 수 있을까 싶어요. 실제로 한 번 떨어진 적도 있고요. 그러니까 안 되더라도 자신의 길을 계속 가면 좋겠어요. 그저 나의 반짝이는 한 시절을 1분의 영상으로 남긴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어떤 순간에 영화 그리고 연기에 대한 사랑을 느끼나요?

관객으로서는 영화 보고 마음이 꽉 찰 때요. 진짜 좋은 영화 보면요, 몇 주 동안은 그 기억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요. 영화를 통해 배우는 것도 있고, 깨닫는 것도 있고, 그러면서 제가 바뀌는 순간도 생겨요. 그리고 배우로서는 얼마 전 독립영화 한 편을 찍으면서 ‘나 이래서 영화하는구나, 이래서 내가 배우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명확히 말로 정리하긴 어려운데, 다른 생각은 지우고 모두가 이야기 안으로 확 집중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나의 영화 세계 안에 존재하길 바라는 게 있다면요?

진심이요. 연기를 하지 않는, 오롯이 진짜만 남아 있는 순간을 꿈꿔요. 그리고 늘 그렇듯 그때의 나를 잘 남기고 싶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진짜 온갖 정성을 다해야 하는 것 같아요. 제 영화, 제 연기가 그랬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50번째 생일을 맞은 서독제에 축하와 응원의 인사를 보내주세요.

오십 살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백 살이든 이백 살이든 계속 남아주세요.(웃음) 제가 정말 사랑하는 영화제입니다. 우리 영화에도 르네상스라 불리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그때가 다시 오기를 바라요. 그때를 기다리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연기하고 있을게요. 좋은 배우가 되어 있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