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2027 S/S 남성복 패션위크. 2일차도 역시 뜨거웠습니다. BTS 지민부터 코르티스의 건호와 성현, 주훈, 에이티즈의 성화와 민기, 종호, 그리고 배우 최우식까지. 굵직한 브랜드의 쇼장에 한국 셀럽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현장을 달궜는데요. 파리 패션위크에 처음으로 참석해 특별한 순간을 남긴 이부터 런웨이에 직접 등장해 앰버서더의 면모를 화려하게 보여준 이 등 한국 셀럽의 존재감이 파리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선명하게 빛난 하루였습니다.

BTS 지민과 코르티스 건호, 성현, 주훈의 디올

파리 니심 드 카몽도 미술관(Musée Nissim de Camondo)의 아침. 음악과 함께 밤새 자유로이 즐기고 난 다음날의 아침을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은 디올의 우아함과 함께 꺼내 보였습니다. 꽤나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디올이 보여준 글램하고 경쾌한 분위기와 꼭 들어맞는 아침이었죠. 편안하게 흘러내리는 핏들을 중심으로 시스루 턱시도, 눈이 부시도록 반짝이는 펄 팬츠, 길게 늘어트린 프린지 디테일의 재킷들이 등장하며 밤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파티의 분위기를 연상케 했습니다.

수많은 팬들이 기다려온 디올의 글로벌 앰버서더, BTS 지민은 18세기 프랑스 아카이브를 떠올릴 수 있는 고전적인 무드의 네이비 컬러 벨벳 롱 재킷을 착용하고 등장해 현장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마치 프랑스 귀족을 연상케 하는 재킷에 딥그린 체크 셔츠와 데님 팬츠로 위트를 더한 모습은 그가 왜 글로벌 앰버서더인지 다시 한번 존재감으로 증명해 보였죠. 지민의 후배, 코르티스의 건호와 성현, 주훈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체크 셔츠와 데님 팬츠, 헨리넥 니트와 블랙 팬츠 등으로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룩을 선보인 이들은 각각 선글라스와 은빛의 어깨 견장, 반짝이는 원사를 섞어 짜낸 니트 디테일로 개성 있는 포인트를 더했죠. 차분하지만 동시에 존재감 넘치는 매력으로 파리 패션위크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런웨이 위에 직접 등장한 송지오의 에이티즈 성화

두려움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것. 이번 시즌 송지오는 그 태도를 옷으로 꺼내 보였습니다. 한국의 역사 속 인물들이 시간을 건너 미래의 어딘가에 도착한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번 컬렉션은, 전통과 첨단,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허물며 송지오만의 아방가르드한 세계관으로 완성됐죠. 전통 갑옷에서 영감을 받은 단단한 구조와 흐르는 듯 섬세한 드레이핑이 한 룩 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머스터드와 그린, 버건디가 깊고 묵직한 온도로 그 위를 물들였습니다. 강인함과 우아함이 함께 실루엣들이 런웨이를 가득 채우는 가운데, 그 무대 위에 에이티즈의 성화가 직접 등장했습니다. 갑옷의 판을 연상시키는 폴딩 디테일의 재킷과 매듭 디테일의 머스타드 팬츠로 현장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그는, 이후 계단식으로 겹쳐진 비대칭 재킷과 쇼츠 셋업으로 다시 한번 등장해 쇼의 열기를 끌어올렸죠. 퍼포머로서 쌓아온 무대 위의 감각을 전혀 다른 공간에서도 선명하게 증명해 보였습니다.

크리스찬 루부탱의 프레젠테이션에 등장한 에이티즈 민기

현시대 가장 핫한 패션 아이콘 제이든 스미스(Jaden Smith)가 완성한 크리스찬 루부탱의 2027 S/S 프레젠테이션. 거대한 폐허 조형물과 신비로운 조명이 가득한 쇼장은 하나의 판타지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온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는데요. 상상 속 고대 문명 ‘레드 킹덤(Red Kingdom)’을 탐험하는 여행자를 컨셉으로, 크리스찬 루부탱 고유의 레드 솔 정체성에 90년대 힙합 바이브와 젠더리스 감성을 녹여낸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현장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죠. 그리고 그 가운데 누구보다 핫했던 에이티즈 민기가 있었습니다. 블랙 민소매와 팬츠 위에 볼드한 네크리스와 블랙 하네스로 강렬한 포인트를 더한 그는 뜨겁게 달아오르는 현장의 분위기에서도 단연 돋보였습니다.

파리지앵의 일상을 걷는 최우식과 에이티즈 종호의 아미

90년대 미니멀리즘의 감수성을 현재의 언어로 정교하게 풀어낸 아미의 2027 S/S 컬렉션.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마티우시(Alexandre Mattiussi)는 남성 테일러링의 고전적인 원형을 깊이 탐구하며 캐주얼과 시크의 경계를 섬세하게 흐렸는데요. 여유롭지만 흐트러짐 없는 와이드 실루엣의 팬츠와 구조적인 어깨 라인의 블레이저 사이로 그린과 버터 옐로우, 레드가 경쾌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부담스러운 꾸밈 대신 90년대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비틀어 누구나 입고 싶어지는 현실적인 룩으로 완성한 것이죠. 그리고 그 현장에는 배우 최우식과 에이티즈의 종호가 함께했습니다. 화이트 셔츠와 브라운 팬츠의 클래식한 조합에 스트라이프 넥타이로 위트를 더한 최우식과, 화이트 팬츠에 댄디한 다크 그레이 셔츠를 매치해 자신만의 아미 스타일을 완성한 종호. 컬렉션의 무드를 가장 자연스럽게 소화한 두 사람이었죠.

계속되는 파리 맨즈 패션위크

파리 맨즈 패션위크의 열기는 2일차에도 식을 줄 몰랐습니다. 런웨이 위에서, 프런트 로에서, 그리고 쇼장 곳곳에서 한국 셀럽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새겼죠. 브랜드의 세계관을 온몸으로 소화하며 런웨이를 직접 걸은 이부터, 쇼장의 분위기를 단번에 장악한 이까지. 파리가 주목한 얼굴들은 어느새 글로벌 패션 신의 중심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어질 맨즈 패션위크의 남은 쇼들에서 또 어떤 장면들이 펼쳐질지, 그 다음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