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수
황두식 송도영 가문의 전 운전기사 아들이자 사업가
뉴욕으로 향하며
연기 활동의 시작점이 소극장 무대라 이번 투어가 더 뜻깊다. 고전을 우리식으로 각색한 작품을 해외에서 한국어로 선보이는 건 상상조차 못했다. 같은 대사에서도 순간순간 새롭게 나오는 감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전달할 수 있을지를 연습 내내 중시했다. 이를 되새기며 뉴욕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의 팀워크
<벚꽃동산> 팀이 특히 좋은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색깔이 서로 다른데도 조화롭다는 점이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에 미묘한 차이가 있지만, 10명이 함께 있으면 궁합이 맞더라. 한 사람의 부족한 점을 다른 누군가가 채워주는, 잘 맞춰진 테트리스 같은 팀이다. 그동안 여러 연극에 함께해왔는데 이런 조합으로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그래서 이번 연극이 끝나가는 게 아쉽기도 하다.
한국식 각색의 여정
최근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지 않았나. <벚꽃동산>이 이 흐름을 잘 타서 한국 연극의 인지도를 높여준다면 좋겠다. 언젠가 우리나라 연극의 해외 진출이 어렵지 않은 날이 오고, 더 많은 동료들이 다양한 무대에 오르기를 바란다.
캐릭터를 바라보는 마음
오래전에 쓰인 작품인데도 인물에게 공감될 때 명작이란 느낌을 받는다. 두식 또한 내게 와닿았는데, 그 지점이 지난 2년여 동안 조금씩 바뀌었다. 처음엔 두식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고, 이후에는 다른 관계나 내면의 상처를 더 살피게 되는 식이었다. 이렇듯 시간이 흐르고 박해수라는 사람이 바뀌어갈수록, 두식에게서 이전에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한다. 앞으로는 그의 어떤 면에 호기심이 생길지, 그게 내 연기에 어떻게 담기고 드러날지 기대된다.
오래도록 기억될 대사
마지막에 두식이 도영(전도연)과 벚꽃나무의 앞날을 두고 대화할 때 이런 얘기를 한다. “살아남길 바라야죠.” 이 말은 할 때마다 여운이 남는다. 그 의미가 희망인지, 인정인지는 단정 지을 수 없지만 그렇기에 더 잘해내고 싶은 대사다.
<벚꽃동산>이 던지는 질문
체호프의 원작도, 사이먼의 각색과 연출도 이야기의 끝에 이르면 어딘가 먹먹한 감정을 남긴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정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문제 제기를 분명히 하는 연극이다. 인물들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나는 이러한 변화를 어떤 태도로 마주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대화가 오갔으면 한다.
나에게 연극 무대란
항상 배우고, 매번 두려움이 존재하는 곳. 요즘도 공연을 앞두고 있으면 아무리 연습을 충분히 해도 사시나무처럼 떨린다.(웃음) 연극을 보기 위한 발걸음이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 늘 경건한 마음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더 긴장되는 듯하다. 이 긴장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다.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무대가 밝아지고 관객이 웅성이는 소리가 잦아들면 숨을 고르면서 나 자신을 안정시킨다. 그 순간이 참 행복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