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소개: 백은선 시인

198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2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하였다. 시집 『가능세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로 만들어진 필름』, 『도움받는 기분』, 산문집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등이 있다. 2017년 김준성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무것도 확신하지 않고 끝없이 질문을 던지고 싶다. 나 자신의 바깥으로 가고 싶다고 늘 소망하면서도 나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슬퍼지곤 한다. 도저히 아직은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 모든 일에 격렬한 동시에 의연해지고 싶다.

 

시인들은 에세이를 별로 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문학동네)의 저자 백은선 시인의 말에 의하면 ‘벌거벗은 임금님’이 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에세이보다는 본업인 시에서 하고 싶은 말들을 더 잘 하려는 걸 것이다. 이 책은 백은선 시인이 ‘우울한 나는 사람이에요’ 라는 제목으로 <주간 문학동네>에 연재하던 산문을 엮은 것이다. 돈이 필요해서 에세이를 계약했다고 밝히고 들어가는 이 에세이에는 감당하기 힘든 자기혐오와 깊은 우울감, 그 안에서도 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 시를 가르치는 선생으로서의 일상과 고민이 시와 산문 사이를 오가며 풀어헤쳐져 있다. 그 기저에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여성으로서의 감각이 형형하다. 백은선은 여성이기에 겪어야 했던 지극히 개인적이고 내밀한 일들을 하나씩 꺼내 놓는다. 과거에도 지금도 (아마 당분간의 미래에도) 존재하는 그 일들이 어떻게 이 사회의 다른 여성들과 연결되며 사회 전체의 부조리가 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한다.

파도 한 가운데에서 혼자 버티며 살아온 사람이 만드는 것에는 어쩔 수 없는 강렬한 생기가 묻어 있다. 무섭도록 솔직한 고백이 지닌 용기와 여전히 날 것 같은 반항심. 그것이 어째서 보는 이에게 삶의 의욕과 용기로 전환되는 것일까. 백은선은 여성이기에 지나온 고민들을 돌아보며 때로는 반성하고 때로는 분노한다. 그러나 이제는 방조에 가까운 침묵보다 조금씩이라도 드러내야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굳건히 한다. 작가로서 지금까지 문학과 미디어에서 여성을 어떤 방식으로 다뤄왔는지, 앞으로 어떤 여성상이 필요한지에 관해 생각해볼 만한 사유 또한 구석구석 담겨있다.

백은선은 도처에 깔린 유리조각들을 간신히 피하며 그 사이에서 투명한 돌을 찾아 주머니에 넣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용감한 백은선이 너무 좋아서 백은선이 주머니에 넣은 돌을 읽고 싶어진다. 백은선은 최근 <도움 받는 기분>이라는 세 번째 시집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