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퍼 릴 체리

릴 체리 <G!> 뮤직비디오

릴 체리(Lil Cherry)의 랩은 한국 힙합에서 정형화된 스타일을 벗어나 있다. 메트로놈처럼 비트를 정확히 맞추는 것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비트는 배경이 되고 래퍼의 퍼포먼스만 오롯이 남는 경우와도 다르다.

 

친오빠인 골드 부다(GOLDBUUDA)와 2020년 발매한 듀오 앨범 <CHEF TALK>는 릴 체리의 데뷔앨범 <SOUCE TALK> (2018)의 완성형이다. 골드 부다가 만든 독특하고 개성 있는 비트 위에 릴 체리의 중독성 있는 랩이 뿌려진 곡들은 근래 트렌디한 음악들이 그렇듯 2분 남짓한 짧은 길이로 빠르게 전환된다.

 

음악만큼 패션에서도 독보적인 스타일을 자랑하는데 특히 타이틀곡인 ‘하늘천따지 1000 words’의 뮤직 비디오를 보면 그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비녀를 꽂고 등장하는 릴 체리는 조선의 여왕으로 당시 남성 신하들의 의복을 입은 여성들에게 둘러싸여 랩을 한다. 그가 쏜 화살은 저 멀리로 빠르게 날아간다. 지난 5월에는 소녀시대의 ‘gee’를 모티브로 한 싱글 <G!>를 발매했는데 원곡을 해체하고 몇 마디 가사만 남긴 후 릴 체리의 스타일로 완전하게 재조립했다. 뮤직 비디오에서는 한복을 입은 바비인형을 들고 무표정하게 랩을 하는 릴 체리가 있다. 최근 발매한 ‘EVERGREEN’‘+’하트 도두미<3‘ 뮤직 비디오에선 레이스로 장식된 마스크를 끼고 전동 킥보드를 타며 우크라이나 키이브를 활보한다.

 

대학교에서 시를 전공한 그는 자신의 유투브 채널에서 ‘내가 쓰는 가사를 주의 깊게 듣는다면 느껴지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먼저 도착한 미래에서 한국 힙합의 흔한 분노나 디스없이 릴 체리는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