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종횡무진 활약하는 A는 청소나 정리 정돈의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고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쿠션어’ 없는 직설화법으로 동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 그와 별개로 일에서 지루함을 자주 느껴 한 직장을 오래 다닐 수 없다. 이럴 때 A가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을 다그치는 일이다. ‘남들도 다 하는데 나는 대체 뭐가 문제일까?’ 가까운 가족들은 A에게 ’끈기가 없다‘거나 ’유별나다‘는 말을 습관처럼 해서 A를 더욱 위축시킨다. A는 자신의 성격이나 부족함을 탓하고 자괴감이 반복되면서 우울과 불안이 가중된다. 자신에게 ‘자폐’나 ‘ADHD’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당연히 하지 못한다.

A와 같은 경험을 반복한 이 책의 저자이자 ‘신경다양성 프로젝트’의 창립자 제나라 네런버그는 사회적 성취를 이룬 여성들의 정신건강 연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예일대를 나와 작가이자 ADHD 활동가로 활약하는 여성과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는 천체물리학자 등을 인터뷰하며 사람마다 감각자극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유별난 게 아니라 예민하고 섬세한 겁니다>는 이렇게 감각의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을 ‘신경다양인’이라 칭하며 그 내면을 세밀히 탐구해서 각자에게 맞는 환경을 조성하고 강점을 이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신경다양성’ 이라는 용어는 정상과 비정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뇌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시대에 따라 정신 질환의 목록과 치료법이 달랐던 것을 예로 들며 자폐나 ADHD 등을 병리학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뇌의 작용이 다른 것으로 해석한다. 여성의 경우 사회화가 잘 되어 남성에 비해 신경학적 기질의 특성이 노출되지 않는다. 작가는 이 개념을 공부하지 않은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에게 찾아갔던 여성들이 그저 우울이나 범불안, 공황장애 등으로 치료를 받으며 괴로움을 벗지 못했던 사례들을 말한다. 내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을 칭하는 적확한 용어가 없을 뿐 이 감각은 실재하며, 그것을 더 응시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나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신경다양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임을 강조한다.

민감한 사람에게는 ‘트라우마’가 매일의 삶 속에서 축적될 수도 있다는 사실과 신경다양인의 감각 스펙트럼은 사람의 뇌만큼이나 다양하기 때문에 자폐나 ADHD 등에 관한 편견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또한 중요한 이야기다.

5가지 신경다양성 부류의 사례와 치료 종사자의 경험, 조언, 체크리스트 등으로 친절하게 구성된 이 책은 무엇이 정상이며, 그 정상은 누가 정한 것인가 라는 질문을 내내 던진다. 복잡하고 다양한 현대 사회에서 ‘남들처럼’ 사느라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가 없이 자신의 기질적 특성을 받아들인다면 해방감은 성취감으로, 성취감은 행복으로 선순환 될 것이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