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월 드라이브

김사월 <드라이브> 앨범 커버. 출처 김사월 트위터.

가끔은 귀를 사로잡는 강렬한 음악보다 그저 흘러가는 노래가 필요하다. 그 순간의 배경음악이 되어 나를 지금에만 있게 하는 노래. 김사월의 새 EP <드라이브>는 그런 가뿐함과 경쾌함으로 시작한다. 4곡의 노래들은 이전의 앨범들에서처럼 과거의 한 순간을 불꽃처럼 일으키거나 자신을 향한 연민, 누군가에 대한 원망이 아닌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나와 우리를 본다.

‘드라이브’에서 운전대를 잡은 화자는 경쾌한 리듬을 타며 ‘어제는 돌아보지 말’라고 말한다. ‘어디로 갈까 이제서야 네게 물어’보며 비로소 ‘고마웠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천천히 속도를 높여가는 후반부의 기타 솔로는 단속구간을 지나 내게 맞는 박자로 달리는 듯 자유롭다.

 

타이틀곡 ‘외로워’는 ‘무엇을 그리워하는지도 잘 모른 채 새벽을 보내’는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는 곡이다. ‘나는 외로워’ 라는 다소 무거운 고백은 직설적인 발화와 동시에 훌훌 가벼워진다. ‘한 번쯤 좋은 사람을 만나 보낼 좋은 날들’을 향한 바람은 ‘드라이브’에서 이어지는 가벼운 포크 리듬 위에서 담백하게 툭 던져진다. 그러나 결국엔 ‘아주 쓸쓸한 날이 와도 쓸쓸한 사람을 안아줄 수 있을’ 지 고민하는 귀한 마음이 반복되는 마지막 비트처럼 가볍게 마음을 두드린다.

 

김사월 드라이브 외로워

‘외로워’ 뮤직비디오 캡쳐.

‘아-’ 하고 떨어지는 감탄으로 시작하는 ‘너만큼’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김사월의 달콤한 슬픔이 녹아 있다. ‘너만큼 사랑하고 싶은 건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달디 단 고백은 그만큼 깊이 새겨진 괴로움으로 흘러간다. 처음의 감탄은 느리고 긴 슬픔의 탄식이 되어 끝난다.

느린 드럼 비트와 늘어지는 기타, 베이스의 초대로 나레이션과 함께 7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유영하는 ‘레슬링’에서는 반복해서 말한다. ‘얼마나 이겨야 행복하니 이렇게 진다면 불행하니’ 이 곡의 나레이션은 사랑하는 사람이 레슬링하는 꿈을 꾼 직후 휴대폰으로 녹음한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김사월 드라이브

김사월 트위터.

김사월이 만져주는 마음이 있다. 이제는 모두가 앞만 보고 사는 것 같을 때, 멈춰서 뒤를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을 때 그 곳에서 김사월이 노래하고 있다. 우리들이 그렇듯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시선으로, ‘그렇게 맞고 있지 않아도 네가 좋은 사람인 거 안다’(‘레슬링’ 중)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