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키아프 플러스(Kiaf PLUS)에 ‘그들’이 등장한다. BAYC라는 네 글자 알파벳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NFT 프로젝트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 Bored Ape Yacht Club)’ 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약 5천 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작업한 디지털 이미지를 콜라주 한 비플(Beeple)의 NFT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전통적인 미술 시장을 상징하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역대 상위 세 번째 금액으로 낙찰되며 전 세계에 NFT 미술 시대의 도래를 알렸다면, BAYC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성되는 문화와 그 가치를 증명하고 NFT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받는다. BAYC는 전 세계NFT 컬렉터들의 선망 대상이자 성공한 NFT 프로젝트로 알려지면서 성공한 이들이 소유하는 NFT라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NFT 소유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프로젝트의 세계관을 확장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동 무대를 넓혀가고 있는 BAYC가 2022년 9월 키아프 플러스 특별전에 그 존재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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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은? 다양한 모습을 한 원숭이들의 이미지가 각기 다른 배경과 표정, 아이템을 장착하고 전시장에서 사람들을 맞이한다. 화면 속에 있는 이미지는 만화풍으로 표현된 각기 개성 넘치는 원숭이의 증명사진 같기도 하다. BAYC는 미국의 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 유가 랩스(Yuga Labs)가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든 PFP(Profile Picture) NFT 컬렉션이다. PFP는 쉽게 말하면 일종의 디지털 프로필 이미지로, 커뮤니티의 상징이자 온라인상에서 나를 표현하는 ‘부캐’이자 나의 자화상이다. BAYC NFT는 배경색을 포함하여 모자, 눈, 옷, 액서서리, 털, 입 등 7가지 속성 내에 1백70여 가지의 다른 특성을 조합, 맞춤형 생성 알고리즘에 따라 만들어진 제너러티브 아트이다. 1만 개의 원숭이 이미지는 각각 희소성이 다르며, 고유성을 지닌다. 첫 판매는 2021년 4월 30일, 당시 약 2백20달러(0.08ETH)로 발행을 시작한 지 12시간 만에 1만 개가 모두 완판되었다. 그리고 이후 2022년 4월 30일에 43만4천 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는 출시가0.08ETH(약 2백20달러)와 비교하면 약 21만6,900% 상승한 값이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이라는 이름처럼 원숭이는 따분한 표정을 하고 있지만 이름에 있는 요트는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왜 이들은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을까? 그 답은 세계관이자 스토리에 있다. BAYC는 가상 자산, 암호 화폐 가격의 급등으로 큰 부자가 돼 세상의 모든 것에 지루해져 버린 원숭이들이 늪지에 만든 그들만의 아지트라는 세계관을 갖는다. 부유함의 상징인 ‘요트’를 프로젝트 이름에 넣은 것 역시 이런 세계관을 연상하기 위한 장치이다. 또한, 원숭이가 이미지의 표상이자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이유는 크립토 업계에서 사용하는 일종의 속어인 에이핑(Apeing)에서 차용한 것이다. 무지성 투기라 비하하며 암호 화폐 커뮤니티를 무시했던 제도권 사람들의 시선이 담긴 단어에서 연유한 것으로 추측한다. 이는 크립토 업계의 여러 상징과 문화 코드를 재치 있게 풀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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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YC가 ‘행성’이 되기까지 BAYC 커뮤니티에서는 NFT를 보유한 사람들을 ‘클럽 멤버’로 부르며, 클럽 멤버만을 위한 활동과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BAYC의 흥행에 따라 유가 랩스는 연계 프로젝트로 ‘지루한 원숭이 켄넬 클럽(BAKC, Bored Ape Kennel Club)’, ‘돌연변이 원숭이 요트 클럽(MAYC, Mutant Ape Yacht Club)’을 발표, 추진했다. 늪에 위치한 비밀 클럽에서 외로움을 느낄 원숭이들에게 네 발 달린 친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원하는 이들에게 강아지를 분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사전 신청을 받아 클럽 멤버들에게 강아지 NFT를 무료로 랜덤하게 부여했다. 총 1만 마리 중 입양 신청을 통해 9천6백74마리 BAKC NFT가 지루한 원숭이 주인을 만났고, 나머지는 늪으로 도망갔다고. 그리고 이어 늪지대의 사교클럽 지하에 사는 컨셉트의 원숭이로 총 2만 개의 NFT를 발행했는데, 그 중 1만 개는 지루한 원숭이 NFT를 가진 이들에게 주어졌다. 총 3가지 혈청이 랜덤하게 발송됐는데, 이 혈청을 지루한 원숭이가 마시면 돌연변이 원숭이 NFT가 새로 생긴다는 컨셉트로 클럽 멤버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세계관의 확장과 더불어 새로운 NFT를 제공함으로써 클럽 멤버들에게 수익 창출의 기회를 부여한 것. 그뿐만 아니라 BAYC 생태계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약 1억 2천만원 상당의 아페(Ape) 코인을 클럽 멤버에게 분배해주기도 했다. 현재는 P2E(Play to Earn)에 기반한 메타버스 게임인 아더사이드(otherside)를 통해 클럽 멤버뿐 아니라 다른 NFT 프로젝트와 커뮤니티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한다.
또, BAYC NFT를 가진 클럽 멤버들만 접근할 수 있는 웹 페이지 ‘Bathroom’을 제작했다. 이는 멤버 전용 게시판으로 화장실 벽에 낙서하는 것처럼 클럽 멤버들만이 15분마다 1픽셀을 원하는 색으로 자유롭게 낙서할 수 있다. 클럽 멤버만을 위한 온라인 창작 그래피티 보드로, 암호화된 놀이 캔버스로 기능하며 커뮤니티 공동 창작 과정에 대한 실험이었다. 이렇게 온라인에서 ‘함께’ 누리는 문화를 오프라인까지 확장, 지속해 에이프 페스트(Ape Fest)와 같은 이벤트를 개최하고, 요트 파티, 자선 만찬 등 다양한 행사를통해 멤버의 소속감을 높이고 BAYC 커뮤니티를 단단히 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저스틴 비버, 에미넴, 마돈나 등 셀러브리티들이 BAYC NFT를 보유하고 있음을 스스로 알리면서 멤버 간 유대감이 높아진 동시에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이를 통해, BAYC NFT는 성공한 이들이 소유하는 것이라는 브랜드 밸류를 갖게 되었다.이렇게 클럽 멤버들에게 주어진 명확한 혜택과 로드맵의 순차적 달성은 강력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NFT의 가치를 치솟게 하였다. BAYC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커뮤니티를 통해 하나의 거대 행성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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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페어에 등장한 NFT 대표 주자, BAYC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아트 페어인 키아프 플러스는 동시대 현대미술을 포함해 NFT 아트, 뉴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한 자리로 11개국, 73개 갤러리에서 참여하여 젊은 감각과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폭넓게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취지에 맞춰 BAYC를 특별전에 초대한 것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하여 프로젝트 스토리를 함께 확장해가는 커뮤니티의 움직임을 새로운 예술적 행위로 조명하고자 함이라 추측한다.
BAYC를 처음 봤을 때 이게 과연 예술인지 의문이 든다는 분들을 꽤 마주했다. 필자 역시 그랬다. 다소 우스꽝스럽고 기괴하게 표현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별 볼 일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는 2D의 원숭이 NFT에 ‘억’ 소리 나는 숫자의 가치가 부여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에 관해 마음 한쪽에 의문이 있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보이는 이미지를 통한 미학적 완성도나 해석으로 이에 대한 가치를 바로보는 것은 쉽지 않다. 가치를 바로 보기 위해서는 NFT프로젝트가 갖는 세계관과 전하고자 하는 스토리, 그리고 이를 함께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움직임, 로드맵의 실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술계 내에서 NFT에 관해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교차하는 가운데, 디지털 원본의 아우라(Aura)부터 예술에 대한 정의까지 무수히 많은 논쟁거리가 산재해 있다. 그러나 BAYC가 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이를 모티프로 한 많은 NFT 프로젝트의 출시는 BAYC의 영향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BAYC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들이 BAYC 세계관 형성에 직접 참여해 하나의 문화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멤버십 권한을 담은 인증서인 BAYC NFT가 어떠한 프로젝트보다 높게 평가되는 부분은 바로 지루한 원숭이 이미지의 지식재산권을 NFT 소유자들에게 인정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소유자들은 자기 원숭이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 덕분에, 소유의 개념에 머물던 NFT개념이 NFT의 고유성을 활용한 비즈니스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아디다스와의 협업이 있었고, 이 밖에도 클럽 멤버들이 참여하여 스토리를 같이 만들 수 있는 펑크스 코믹, 햄버거 가게 보어드앤 헝그리, 보어드 와인 등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 사업과도 연계되고 있다.에서도 지루한 원숭이의 세계관을 확장하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함께 소개된다. 지루한 원숭이들이 의문의 골든 티켓을 받고 골프장으로 떠난다는 컨셉트의 ‘지루한 원숭이 골프 클럽 코리아[BAGC(Bored Ape Golf Club) Korea]’는 BAYC 부스 맞은편에서 전시된다. 전시장에는 골프 클럽과 연계한 신발부터 티 셔츠, 골프공 등 여러 굿즈들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NFT 소유자가 자생적으로 프로젝트를 파생, 확장하여 여러 가치를 창출 해내고 있다는 점이 BAYC를 더 힙(hip)하고 멋지게 만든다. 기존 클럽 멤버들만 누릴 수 있던 것들이 이제는 저작권을 매개로 실제 산업과 연결되며 일반인들에게까지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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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고도 차가운, NFT 미술 NFT는 블록체인 기술이 갖는 투명성, 개방성, 탈중앙성, 보안성 등을 내포하며 미술품 수집과 거래 방식을 변화시키고 ‘하나의 매체(Media)’로써 미술의 창작 방식까지 새롭게 만들고 있다. 미술계내에서는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를 포함하여 디지털로 제작된 작품의 NFT 발행(Minting), 기존에 있던 현물 작품을 불태워 없애는 동시에 작품의 이미지 디지털 파일을 NFT로 발행하거나 실물 작품과 연계하여 진본, 소장 이력 등을 기록한 일종의 증서(deed)로써 NFT를 발행하는 등 여러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의 유명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의 NFT 컬렉션 ‘화폐(The Currency)’는 제너러티브 아트로 만들어진 1만 점의 작품을 NFT로 판매하고 이를 1년 안에 NFT로 소유할지, 실물 페인팅으로 소유할지 구매자가 하나를 선택하게 하여 이 선택에 따라 각각 실물작품과 NFT를 소각해 미술품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프로젝트이다. 국내 실험 미술의 거장 이건용은 구매자가 디지털 퍼포먼스에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 NFT ‘디지털 바디스케이프(Digital Bodyscape) 76-3’을 발행했다. NFT 구매자는 작가의 신체 움직임을 실제 반영해 제작된 작가의 3D 아바타가 디지털 세상에서 행하는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데, 이 때 퍼포먼스에 사용할 캔버스와 페인트 컬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 즉, 내 선택에 따라 퍼포먼스의 과정을 경험하고 작가와 함께 나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 아티스트에게 있어 NFT는 상상의 표현을 확장해주고 더 많은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수행하고, 기존 관람객에게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경험하고 소유하는 과정에 함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NFT 미술의 경우, 여전히 예술성보다는 투자나 투기적 가치에 의존한 구매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다. 구매자의 관점으로 NFT 미술을 바라보니 이를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제작자 역시 ‘팔리는 예술’의 프레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또, 별다른 이유와 의미 없는 작품의 NFT화 역시 NFT 미술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갖게 한다. 어떠한 대상에 부여된 깊이 있는 의미가 ‘가치’라는 이름 아래 통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둘러싼 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NFT 미술의 큐레이션, 역사적, 미학적 해석이 있는 비평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다.
탈중앙화(Decentralized)는 곧 개인이 갖는 권한의 확대를 통해 커뮤니티로 이어지고, 이는 곧 새로운 문화 예술로서 BAYC와 같은 프로젝트를 탄생시켰다. BAYC의 공고한 커뮤니티는 이 NFT의 가치를 위한 이해와 공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NFT 구매자가 함께 예술을 경험할 수 있고, NFT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더욱 많이 시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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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란?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약자로,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의미가 있다. 통상적으로 IT 분야에서 토큰(Token)은 기능과 구현을 편리하고 쉽게 하
기 위해 이를 상징화한 개념으로 사용돼왔다. 이러한 토큰이 대체 ‘불가능’ 하다는 것은 고유한 식별 값을바탕으로 서로 특성과 가치가 달라 같은 양으로 교체가 안 된다는 의미이다. 각각의 NFT는 같은 컬렉션으로 발행되더라도 개별 토큰에 다른 이미지나 영상과 같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하나뿐인 고유의 토큰 ID가 부여된다. 기존 디지털 파일은 복사가 쉽고 복사본과 원본의 차이가 없이 동일해 원본의 진위성을 구분하는 게 어려웠지만, NFT는 부여된 고유한 숫자 ID로 구분하므로 대체 불가능한 유일한 토큰이 되는 것이다. 덕분에 디지털 파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고, 유일무이한 가치를 저장하고 거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