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히 휴대폰을 들어 셔터를 누르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시간을 거슬러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언젠가 아주 그리워하게 될 거란 사실을 단번에 깨닫게 되는 장면들 앞에서.
32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들이 휴대폰 사진첩 속에서 소환한
각자의 보석 같은 순간들.
사랑하는 친구들의 뒷모습. 나는 별난 날도 별나게 보내기 싫어해 자주 혼자 있는데, 그때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뭘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러면 친구들이 다 알려준다. 그래서 가끔이어도 괜찮다. 좋다. 박참새(시인)
남편과 LA로 이사 온 지 어느새 1년하고도 6개월이 훌쩍 지났다. 확 바뀐 환경에 꽤 빠르게 적응해가며 새로운 것을 최대한 많이 흡수하고 시도하며 지난해를 보냈다. 사진은 새롭게 준비 중인 ‘Nest’ 시리즈를 위한 테스트 작업 당시의 모습이다. 미국 생활을 기점으로 ‘나의 소속’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며 시작한 작업으로, 내가 거쳐온 많은 소속을 떠올리며 느낀 감정을 새의 둥지 같은 형태를 기반으로 표현해볼 작정이다. 김태희(플로리스트)
바다에서 해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아무 계획 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어두컴컴한 밤에 강원도에 도착했다. 피곤이 몰려와 잠시 눈을 감았다. 잠깐 잠이 들었을까? 새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눈을 뜨니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트렁크 문을 열고 아침을 맞이했다. 매일 찾아오는 아침이지만, 그날은 아침이 와주어서 참 고마웠다. 정수연(사진가)
세이투셰의 첫 제품인 ‘Liquified Persian Rug’ 샘플을 처음 본 날. 머릿속에 부유하던 꿈 같은 이미지를 현실에서 마주하니 감동스러우면서도 아주 비현실적인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생각만 하면 손끝이 찌릿해지는 순간. 임재린(세이투셰 대표)
겨울에 친구들과 캠핑을 갔다. 한 친구가 귤을 구워 먹으면 맛있다던데, 껍질을 벗기고 구워야 하는지, 아니면 껍질째 구워야 맛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다 같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숯불 위에 귤을 딱 두 개만 올려두고 익기만을 느긋하게 기다렸다. 그 시간만큼은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며 불안해하던 마음이 사라진 것만 같았다. 귤 생각만 했기 때문에. 김지원(미술감독)
지난가을, 뉴욕의 길거리를 걷다 찍은 사진이다. 그림 옆에 누운 노숙자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린 거예요?” “당연하지.” “얼마예요?” “파는 건 아니야(Not for sale).” 모든 것이 돈으로 환산되는 도시에서, 돈이 가장 필요할 사람이 전시하는 비매품. 희귀한 순수함에 매료된 나는 잠시 멍해졌다. 유지혜(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