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축하 무대 ‘I’m Just Ken’

배우 라이언 고슬링이 마릴린 먼로에게 ‘바비 핑크빛’ 헌사를 보냈습니다. 그는 1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무대에서 ‘핫핑크 수트를 입고 ‘난 그냥 켄(I’m Just Ken)’ 무대를 선보였는데요. 고슬링이 입은 핫핑크 수트와 댄서의 의상, 무대 구성 등이 1953년 영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Diamonds Are a Girl’s Best Friend)’를 부르는 배우 마릴린 먼로의 모습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마릴린 먼로와 바비의 상관관계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를 부르는 마릴린 먼로
© 20TH CENTURY FOX

할리우드는 마릴린 먼로를 ‘시대의 섹스 심벌’로 찬미했지만, 그 이면에는 그를 ‘머리는 텅 빈 금발 여성’으로 단정 짓는 시각이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대단한 독서가였음에도 말이죠. 먼로는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에서도 금발에 빼어난 미모를 가졌지만, 엄청나게 멍청하고 돈을 밝히는 여성 로렐라이로 등장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도 그런 로렐라이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남자는 차가워져 / 여자가 나이 들어 / 결국 모든 매력을 잃어 버리면

하지만 스퀘어컷, 페어쉐입 / 이 보석은 제 폼을 잃지 않지 /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

그러나 특히 최근에 이르러서는 이 노래가 ‘여성의 가치는 젊음과 아름다움에만 있다’라고 말하던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한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과장과 희화화로 113분 내내 가부장제에 펀치를 날리는 ‘핑크 코미디’, 영화 ‘바비’처럼 말이죠.

편견을 깨는 여자의 심벌로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마고 로비가 '다이아몬드는 여자의 가장 좋은 친구'를 부르는 장면
© Warner Bros. Pictures

사실 주어진 틀 안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하는 여성에 대한 헌사로 핫핑크 드레스를 입은 마릴린 먼로의 모습을 오마주한 건 고슬링이 처음은 아닙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더 자주 눈에 띄어 왔죠. ‘바비’의 주연이기도 한 배우 마고 로비는 2020년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홀로서기 하는 여성 악당 할리퀸 역을 맡아 해당 장면을 오마주했습니다.

아이브 'After LIKE' 뮤직비디오에서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안유진
© STARSHIP
(여자)아이들 'Nxde' 뮤직비디오에서 마릴린 먼로를 오마주한 민니
© CUBE

K팝 씬에서도 종종 이 장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기애와 당당함을 노래하는 아이브의 안유진은 ‘After LIKE’ 뮤직비디오에서, ‘여성성’이라는 관념에 도전하는 (여자)아이들의 민니는 ‘Nxde’ 뮤직비디오에서 핑크색 드레스를 입고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특히 ‘Nxde’의 경우, ‘뒤틀려버린 로렐라이’와 ‘철학에 미친 독서광’이라는 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마릴린 먼로를 언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