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가장 긴 투표용지 기록을 세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 무려 51.7cm로, 38개 정당의 기호와 이름이 쓰여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투표용지 맨 위에 적힌 기호가 ‘1’이 아니라 ‘3’이라는 점입니다. 기호 1번과 2번을 배정받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죠. 대신 이들은 각각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과 국민의미래를 만들고, 기호 3번과 4번을 받았습니다.

비례대표제도의 변화

위성정당이 나타난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비례대표제도에 생긴 변화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부터 우리나라에 위성정당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총선에서는 총 300명의 국회의원을 뽑습니다. 이 중 253명은 지역구 국회의원, 47명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죠. 지역구 선거는 내가 사는 지역을 대표할 ‘사람’을, 비례대표 선거는 힘을 실어주고 싶은 ‘정당’을 뽑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2020년 총선부터 후자의 비례대표 선거 방식, 즉 국회의 47석을 배분하는 방식이 바뀐 겁니다. 전후를 비교하자면 이렇습니다.

BEFORE – 병립형 비례대표제: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 47개를 나눠줍니다. 어떤 당이 30%의 표를 얻었다면, 이 당에 47석 중 30%인 14석을 주는 식입니다.

AFTER –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먼저 전체 국회 의석 300석을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나눠줍니다. 할당된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 인원을 뺀 다음, 그 값의 절반만큼을 해당 당의 비례대표로 채웁니다. 이 제도로 당선되는 각 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수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300(총 의석수) X 득표율 – 지역구 의석} ÷ 2(절반 연동)}입니다. 지역구 선거에서 80명의 당선인을 배출하고, 비례대표 선거에서는 30%의 득표율을 기록한 정당이 있다면, 여기서는 (300 X 0.3 – 80) ÷ 2 = 5명의 비례대표가 당선됩니다. 계산 결과 생기는 잔여 의석이나 초과 의석은 별도로 정한 공식에 따라 배분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며 이론적으로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갈수록 비례대표 의석수는 적어지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위성정당의 등장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대구동구 피켓을 활용한 도로변 선거유세
© 대구동구선거관리위원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도서관

유권자 입장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어렵고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이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이것이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어려운 소수정당의 원내 진출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에 더 다양한 목소리가 들어올 수 있게 하자는 거였죠.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기호 1, 2번의 거대 양당에는 불리한 제도인데요. 그래서 이들이 비례대표 선거를 위해 만든 작은 정당이 위성정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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