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투명한 레이어를 겹겹이 쌓으며, 홍성준 작가는 회화의 본질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올해 아트부산의 서정아트 부스에 함께한다. 오래 탐구해온 주제인 ‘레이어’에 대한 고민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내 작업에 등장하는 레이어는 ‘환영감’, 즉 환영에 대한 감각에서 비롯된다. 간단히 설명하면 ‘가볍게 떠 있는 상태’다. 이에 집중하니 내가 생각하는 회화의 방향성이 잡혀가는 것 같더라.
아크릴, 은박, 한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회화를 선보여왔다.
표현하려는 의미와 맞닿아 있는 매체를 선별한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내 생각과 의도를 보여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형태가 회화일 때 제한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전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한다. ‘레이어’에 가볍고 경쾌한 단어들을 접목시키며 각 전시를 조금씩 달리하되 그 본질적 의미를 지키는 데 노력을 기울여왔다. 특히 올해 5~6월 서정아트 부산과 서울에서 열리는 개인전 <Where did it come from?>을 준비하며 연구를 많이 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보다 진중해진 나의 태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전시 제목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
관람객이 저마다 물음표를 던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제목이다. 비눗방울 등 가볍고 투명한 소재들을 보며 작품 속 공기가 어디에서 흘러오는지, 자연의 바람 혹은 인위적인 숨인지, 또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의문을 가졌으면 했다. 더 나아가 내가 작가로서 품고 있는 회화에 대한 질문까지도. 이번 작품들이 시각적으로는 가벼워 보일 테지만, 내가 레이어 시리즈를 작업하며 쌓아온 메시지가 그 안에 묵직하게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회화를 통해 여러 물성과 층위의 레이어를 다루며 점점 회화 자체에 집중하게 된 것 같다.
그렇다. “회화의 기본 요소에 집중하며 사람들이 회화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에 주목하게 한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도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회화만의 매력은 평면에 구현할 수 없을 듯한 물성의 결합, 그리고 3차원 세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에 있다고 본다.

Courtesy of SEOJUNG ART and the artist

Courtesy of SEOJUNG ART and the artist
이미지가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되는 오늘날, 회화가 지닌 힘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
작업할 때 항상 실감한다. 작업을 통해 전하려는 의미 중 하나가 ‘시간’이다. 안료가 표면에 닿고 마를 때, 덜 마른 물감 위에 다른 색의 물감을 얹을 때, 캔버스를 대하는 내 태도가 달라지는 순간까지. 그 모든 시간을 회화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술가로서 어떤 마음을 지켜가고 싶나?
거창한 다짐보다는 조금씩 나아가려는 마음으로 오래 활동하고 싶다. 고민의 양과 시간이 늘어나면 최선의 선택지를 고를 수 있다고 단언하지 않는다. 내 선택에 대한 책임을 가진 채 더 나은 무언가를 위해 노력한다면, 언젠가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독여줄 수 있지 않을까.
답변을 들으니 이번 개인전을 소개한 문구가 떠오른다. ‘살면서 마주했던 무수한 선택과 갈림길, 그 안에서 축적된 편린을 시각화한 전시’.
살아가면서 달라지는 생각과 스스로에 대한 질문, 축적되는 경험들을 살피고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가 내게는 예술이다. 새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작업 방식과 생각에 생기는 약간의 변화, 그 자체가 내가 예술의 세계에서 꾸준히 살아가는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