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일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불이 나 지금까지 총 31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2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6명이 경상을 입어 역대 최악의 화학공장 폭발 화재 사고로 기록될 전망입니다. 이전까지 가장 피해 규모가 컸던 화학공장 폭발 화재 사고는 16명의 사망자와 17명의 부상자를 낸 1989년 전남 여수 럭키화학 사고였는데요. 아리셀 공장은 리튬 배터리를 만들던 곳이라 피해가 유독 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리튬 배터리란?
휴대폰, 노트북부터 전기차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대부분의 전자기기와 전기설비에는 리튬 이온 방식의 배터리가 들어갑니다. 높은 에너지를 담았다 빠르게 방출할 수 있고, 수명이 길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특성은 리튬 배터리를 순식간에 ‘폭탄’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리튬 배터리는 과충전, 압착, 기온 상승 등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불이 붙을 수 있는데요. 엄청난 에너지 때문에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 이상 치솟는 ‘열폭주’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때 발생한 열은 근처 다른 배터리의 열폭주를 일으켜 재발화가 일어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리튬 배터리는 물과 상극이라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리튬 배터리와 물이 만나면 불에 잘 타는 수소 가스가 생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번 화재 현장에도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리튬 배터리로 인해 큰 불이 나면, 최대한 안전을 확보한 뒤 오랜 시간 많은 양의 물을 뿌리는 것만이 최선인데요. 전기차 1대에서 난 화재를 진압하는 데만 해도 일반 소방펌프차 3대 이상의 물이 필요합니다. 이 때문에 이번 아리셀 공장 화재도 완전히 진화하는 데 약 22시간이 걸렸습니다.
화재 예방이 상책
이렇듯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진화가 어려워 예방이 중요합니다. 이번 사고의 경우, 대형 화재가 발생하기 이틀 전에 비슷한 유형의 화재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당시 공장 측에서 자체 수습을 했으나, 소방 당국에 신고해 적절한 조치를 했다면 이렇게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리튬 배터리 화재에 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지는 가운데, 경찰과 소방 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오늘(25일) 오전 11시 30분부터 이번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현장 합동 감식에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