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꿈, 그리고 바다를 얘기할 때 윤슬처럼 반짝이던 눈동자.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배우 겸 해양보호단체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 임세미와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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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셰퍼드코리아 활동가로서 만나게 되었어요. 직접 경험한 시셰퍼드코리아는 어떤 단체인가요?
시셰퍼드는 글로벌 해양 보호 단체예요. 해양 생태계 보호에 힘쓰고, 해양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시셰퍼드코리아는 한국 위주로 활동을 펼치고 있고요. 한국 바다의 생태와 서식지 문제, 멸종에 관한 소식 등을 알려요. 해변과 수중 정화 활동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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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셰퍼드의 깃발을 보면 ‘해적’이 떠오르는데요. 여기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시셰퍼드는 ‘착한 해적’이에요. 생명을 파괴하는 이들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해적이요. 깃발의 검은색 바탕은 멸종과 생명의 끝, 바다의 죽음을 의미해요. 해골은 바다 생명의 감소와 그 원인인 인류를 가리키고요. 그 아래에는 ‘보호’를 상징하는 목동의 지팡이와 ‘공격’을 의미하는 삼지창이 교차하고 있어요. 시셰퍼드의 철학인 ‘공격적 비폭력’을 담은 건데요. 비폭력적으로 열정, 투지, 사랑, 용기를 불태우겠다는 거예요.

세미 씨는 시셰퍼드에서 어떤 일을 하세요? 앞으로 예정된 활동도 있나요?
하는 일은 매년 조금씩 달라져요. 업무 분장을 1년마다 새롭게 하고 있거든요. 시셰퍼드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은 모두 자원활동가라, 각자 본업이 있어서요. 지금 저는 캠페인 팀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해양보호구역(MPA)의 중요성을 알리고, MPA 확대를 위해 국가에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비준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죠. 수족관 벨루가 방류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세계 해양의 날, 펭귄의 날 등 바다와 관련된 기념일마다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바다 이슈를 알리는 프로젝트나 행사를 진행하는 일도 맡아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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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우리 앞에는 시급한 환경 문제가 정말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해양 환경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처음 관심을 가졌던 환경 문제는 땅에 있는 동물들에 관한 것이었어요. ‘이 땅에 같이 발을 디디고 있는 너와 나는 같은 존재야’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제가 물속의 생명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아니, 우리가 들을 수 없는 거겠죠? 분명 목소리를 엄청나게 내고 있을 텐데 말이에요. 제가 들을 수 없는 목소리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셰퍼드 활동을 시작했고요. 어항에 손가락을 살짝 넣으면, 그 조그만 파동에도 생명들이 엄청난 반응을 하잖아요. 바다에서도 우리가 확 다가가려고 하면 피하고요. 이들도 다 ‘느끼는 존재’인데, 우리가 ‘이건 생명이 아니라 그냥 먹는 것’ 정도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었어요.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에 살고 있죠. 그중에서도 서울에 많이 몰려 있고요.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내다 보면 바다의 존재 자체를 잊기가 쉬운 것 같은데요. 빌딩 숲속의 도시 생활자에게도 바다가 중요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가장 쉽게는, 도시에 있는 분들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바다에 많이 가잖아요. 휴대폰 배경 화면에 바다 이미지를 띄워놓거나, 명상할 때 바다 소리를 듣기도 하고요. 도시에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은데, 우리는 왜 자연을 쫓고, 또 찾는 걸까요? 저는 우리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곳이 우리의 쉼터라는 걸요. 오늘 하루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테니까요. 거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저는 물을 트는 순간, 샤워를 하는 순간, 깨끗한 물을 마시는 순간, 모두 바다와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바다와 떨어진 곳에서도 일상에서 해양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너무나 많죠. (웃음) 우선은 소비할 때 내가 ‘지구에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했을 때 좀 더 바다에 해가 되지 않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물건이 정말 필요한 걸까?’, ‘이 포장을 꼭 해야 할까?’ 하는 것부터요.

이번 휴가 때 꼭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면, 경비를 모으기 위해 평소에 소비를 좀 줄여야 하잖아요. 환경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내가 좀 더 아껴서, 더 오래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안 되는 것도 있겠죠. 매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로 결심했지만, 한 번 놓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거기서 포기하는 게 아니라, 그럼 오늘은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거예요. 빨대를 거절해 볼까? 오늘 한 끼는 채식을 해서 탄소 배출을 줄여볼까? 티셔츠 새로 사려고 했는데, 집에 있는 걸 리폼해 볼까? 각자만의 방식으로 멋있게 지구를 지킬 수 있는 거죠. 어떤 방식으로든 바다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면 바다 활동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해양 환경 보호’처럼 큰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이런 ‘작은 실천’이 정말 의미가 있는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잖아요. 세미 씨에게는 그걸 딛고 계속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있나요?
저는 그래서 시셰퍼드 활동을 하는 것 같아요. 활동가들과 모여서 같이 ‘으쌰으쌰’ 힘을 내요.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을 지키고 있는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잊지 않는다면,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모이면 적어도 바다새 하나는, 돌고래 하나는 좀 더 날게, 조금 쓰레기를 덜 먹게, 더 많은 삶을 누리게 할 수 있어요. 저도 미역을 좀 더 먹을 수 있고요. (웃음)

물론 지치는 날도 있죠.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도, 분명히 다시 아침이 와요. 다시 물은 흐르고, 햇살이 들어요. 저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이렇게 다시 돌아온다고 생각해요. 한 번 내 안에 들어왔던 소중한 마음은 절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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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은 언제였나요?
수중 정화 활동을 하기 위해서 다이빙 자격증을 딸 때였는데요. 처음 바다에 내려갔을 때, 폐그물에 바닷장어가 들어가 있었어요. 칼로 그물을 찢고 그 친구가 나갈 수 있게 통통 두드려줬는데, 잠시 저랑 제 다이빙 버디 쪽으로 몸을 틀어서 저희를 바라봤다가 가는 거예요. 원래는 빠르게 도망가야 하는데, 잠시 머물다 휙 가더라고요. 그게 정말 신기했어요. 우리를 저렇게 보고 간다고? 왜? 우리가 구해줬다는 걸, 자기가 살았다는 걸 알았나? ‘이거 계속하고 싶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저는 바다가 정말 푸르고, 알록달록하고, 화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사막이더라고요. 생명이 하나도 없는 죽은 도시 같았어요. 좀비 아포칼립스 영화에 나오는 회색 도시처럼요. 동해 바다가 꼭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러다 해양보호구역인 필리핀의 투바타하라는 곳에 갔는데, 정말 많은 존재가 풍성하게 어울려서 살아가고 있는 거예요. 그때 자연스러운 균형과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지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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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임세미’에게 바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신비롭고, 아름답고, 귀중한 존재요. 인간은 맨몸으로 바다에서 살 수 없거든요. 배를 타거나 수영을 해서 잠깐 바다를 경험할 수 있을 뿐이죠. 바다에서 평생 사는 해양생물처럼 존재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감히 다가갈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아닌 곳처럼 느껴져요.

그렇다면 ‘배우 임세미’에게 바다는 어떤 곳인가요.
저는 계속 배우를 하고 싶거든요. ‘할머니가 될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얘기도 많이 했고요. 제 꿈을 지켜내려면 바다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와 함께 존재하고, 또 새로이 태어나는 분들과 같이 살아가고, 활동하고, 여러 일에 도전하고 싶으니까요. 사랑하는 연기도, 아픔을 겪는 연기도, 아름다운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 눈물 흘리는 연기도 해야 하는데, 그럼 그에 공감하는 상대가 있어야 해요. 상대와 함께 보는 풍경도 필요하고요. 그래서 저에게는 환경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거죠. 책임감이 생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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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계 해양의 날을 맞아 마리끌레르 코리아 독자분들과 지금 바로 함께하고 싶은 액션을 하나만 꼽아 주세요.
지금 바로 힙하게, 테이크아웃을 멈춰라! 머그잔이나 유리컵을 요청하는 것, 굉장히 멋진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앞에 얼마나 많은 일회용품이 놓여 있는지 바라보는 하루가 되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