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6명의 필진에게 삶의 코어가 무엇이냐 묻자,
이토록 다채로운 생이 우리 앞에 당도했다.
오늘을 살아내며 내일로 나아가게 하는
그 무언가에 관한 6개의 이야기.
몸의 감각
조율, 뮤지션 겸 퍼포먼스 아티스트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 다른 사람의 손이 있다. 머리카락 너머 두피까지 전해져오는 단단한 손의 의도. 머리카락이 흘러내리는 방향으로 머리를 쓰다듬으면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사실인 듯하다. 손길을 타고 정돈되는 마음, 또는 긴 산책으로 불안을 잠재우는 마음이 있다. 산책으로 심박수를 높이면 불안을 도모하는 에너지가 소모되어 불안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어디선가 들어본 몸에 관한 말들을 두서없이 주워 삼키며 움직임에 목표를 부여하고 감각의 날을 세워본다. 과연 그 말들이 맞는 것 같다. 직접 해보니 정말로 그렇다.
근긴장성/연축성 발성장애. 몇 년 전 진단받은 성대 질환의 이름이다. 낯선 질병명에 먼저 놀라고, 발병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신경계의 이상으로 짐작되며 이전 상태로는 돌아가기 어렵다는 진단 내용에 한 번 더 놀랐다. 스스로의 몸을 잘 돌보고 있다고 자신했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나.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언젠가는 닥치고야 말 일이라는 것을 알았던 것 같다.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어떤 지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오랫동안 느껴왔다는 말이다. 지금 몸 안에서 뭔가 끊어졌구나 하고 느낀 순간도 확실했다. 그와 더불어 이것이 단지 성대에만 일어난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다. 이건 내 몸 안에서 유기적으로 생성되고 있는 어떤 길고 선형적인 하강의 움직임 중 이름이 드러난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또 다른 손실이 뒤이어 이름을 달고 나타날 준비를 하거나 정체를 숨긴 채 존재를 지속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또 알았다. 몸의 변화를 알려주는 여러 단서는 내 감각 속에 포진해 있었다.
그러나 만약 미래의 속성에 희망의 지분이 있다면 지금 무너지는 몸은 회귀를 향한 믿을 만한 지표가 된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몸은 인과로 엮여 있기에 무너지는 모양을 감각했다면 그걸 다시 쌓아 올리는 모양도 짐작할 수 있다. 치료를 시작하고 언제 회복의 물꼬가 트였는지, 어디까지 회복할 수 있었는지, 방심하면 어떤 속도로 떨어져버리는지, 다시 올라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하고 기억하고 지시하는 몸의 감각들. 감각을 통로로 서로를 살피는 몸과 세계가 있다. 움직이고, 느끼고, 다시 움직인다.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알 수 없을 때마다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