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 Wonmi 서원미
LAHEEN GALLERY 라흰갤러리
서원미의 작품에는 원초적인 색과 강렬한 붓질이 있다. 그는 자신이 무서워하는 것, 꿈속에서 본 그림 등 개인적 경험과 심리적 풍경을 더해 작업한다. 이전에는 기억과 불안, 트라우마와 같은 심리를 기반으로 작업했고, 최근에는 추상적인 형상을 통해 형식과 내용, 제약에서 벗어난 그림을 그린다. 그가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말’에 관한 것이다. 작가는 말한다. “언어와 이미지가 하나였을 때를 상상한다. 그림에 담고 싶은 말이 많다는 생각에 동물인 말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카우보이도 함께 그리게 된 것이다. 그럴듯한 것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우연과 실수처럼 솟아난 카우보이는 어디로든 갈 수 있다.” 작가는 여러 형상을 화면 위에 쌓고 또 변주하며, 어떤 해석이나 형식에도 얽매이지 않는 ‘그림 그 자체’를 추구하며 정진한다.
Lee Sejun 이세준
SPACE WILLING N DEALING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9년 KSD 미술상 대상을 받고, 2022년 송은 미술대상전에 참여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이세준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질적인 것들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변화하는’ 곳이라 정의한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작품 안에 동시에 담아내는 방법을 탐구한다. 여러 점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거대한 회화 설치 작업을 만들거나, 하나의 캔버스 안에 이야기를 중첩하고 색과 채도, 붓질의 속도, 물감 두께 등의 조형 요소를 대비시키는 식이다. 이번 출품작인 ‘가능세계의 그림’ 연작은 한 화면에 복합적인 상황과 심리를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는 “어떤 감정이나 사건들은 양가적이어서, 도저히 기존의 언어로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할 때가 있다”라며 “가끔씩 한 번의 발성으로 두 가지 이상의 단어를 동시에 말하는 상상을 하는데, 이번 작품은 그런 발상을 그림으로 풀어낸 것”이라 밝혔다.
Choi Jiwon 최지원
THISWEEKENDROOM 디스위켄드룸
겉은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속은 텅 빈, 무표정한 도자기 인형. 문, 창, 벽, 커튼, 액자 뒤에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인형들은 기묘하고도 서늘한 심상을 전한다. 최지원은 “생명이 없는 대상을 통해 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다”라고 말한다. 매끈하고 단단해 보이는 표면을 지녔지만 깨지기 쉽다는 도자기 인형의 물성을 통해 작가는 겉은 아름답지만 늘 불안감을 품고 살아가는 동시대의 정서를 표현한다. 도자기 인형의 부피감은 배경의 납작함과 대비를 이루고, 사실적인 표현에 반해 빛의 구도나 인형의 시선 처리와 같은 세부적인 구성이 묘하게 어긋나 있어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더하며 긴장감을 준다.
Paige Jiyoung Moon 페이지 지영 문
STEVE TUNNER 스티브 터너
불을 켜 놓고 잠에 든 아기와 엄마, 청명한 하늘을 뒤로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 페인트를 칠하는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아이. 로스앤젤레스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는 페이지 지영 문의 그림 속 풍경은 지극히일상적이다. 평범하지만 붙잡아두고 싶은 순간과 그때 느껴지는 소중한 감정이 가득 담겨 있다. 작가는 작은 캔버스 위에 정교하고 섬세하게 그 순간을 묘사한다. 아기 방에 널브러진 장난감들, 책장에 진열된 책까지 실제처럼 세밀하게 그려져 있어 시간을 가지고 디테일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도상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다시 전체를 살피면 자연스레 서사가 그려진다. 저마다 품고 있던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게 하는 그의 그림은 편안함과 따스함을 전한다.
Kim EunJin 김은진
KEUMSAN GALLERY 금산갤러리
목이 잘린 채 걸어가는 사람, 인간의 머리를 쪼아먹는 거대한 새, 귀신과 외계인을 떠올리게 하는 기괴한 존재까지. 초현실적인 괴물들을 화폭에 밀도 있게 담아내는 김은진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지옥의 화가’로 불리는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떠오른다. 작가는 자개농, 흑판, 동양화 물감 등의 전통 재료를 활용해 자신이 관찰한 세상을 담아낸다. 이번 키아프 서울에서 그가 선보이는 ‘신의 자리_인산인해’ 시리즈는 다양한 인간 군상과 천상계에 있을 법한 존재들을 담아낸 것이다.‘몽유도원도’에 등장하는 ‘금강산도’를 모티프로 한 ‘내려오는 길’도 만날 수 있는데, 특이한 점은 산이 있어야 할 자리에 사람들의 두피가 그려져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나이가 들며 느낄 법한 쓸쓸함과 고독’을 표현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