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듯, 중력이 사라진 듯 허공에 유유히 머무는 거대한 바위. 설치미술가 이태수는 우리의 관념과 시각을 재정비하게 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특별전은 ‘단순의 의미’라는 디파인 서울 2024의 전체 테마와 어떻게 연결되나?

내 작품은 대부분 물성과 관계 있는 제목과 단순한 설치 방식을 택한다. ‘Stone Composition’ 시리즈를 예로 들면 주로 커다란 돌을 사용하며 유리판, 의자, 파이프, 사슬 등을 활용해 심플한 이미지의 설치작을 보여준다. 이번에 전시할 작업은 ‘Stone Composition 046’이라는 대형 작품이다.

지난해 디파인 서울에서 선보인 옥상 설치 작업 역시 큰 화제를 모았다. 설치 작품과 그것이 설치되는 공간의 조응에서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작품이 전시되는 공간에 적절한 설치 방식으로 진행한다. 그런 이유에서 전시마다 대부분 공간을 직접 답사한 후에 기획자와 전시 의도 및 주제 등을 토대로 상의한다. 공간마다 특징이 다르고, 구현할 수 있는 설치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최대한 공간의 장점을 활용하려고 한다.

실제와 워낙 닮아서 실체를 알았을 때 괴리감이 한층 크게 다가오는 극사실적 조각 작업들이 인상적이다.

작업에서 최대한 사실적 묘사에 집중하는 건 맞다. 그러나 실제 바위를 캐스팅(몰드로 제작해 떠내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평소 수집해둔 여러 돌의 디테일을 관찰하면서 그 형태와 질감을 최대한 실제와 가깝게 재해석한 것이다. 이러한 극사실적 묘사는 내가 작업을 진행하며 지키려는 세 가지 요소(question, quality, wit) 중 완성도, 즉 퀄리티에 해당한다. 관람객을 설득하기 위해 최대한의 완성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작업한다.

작가의 개념을 표현하는 조형물로 돌 혹은 바위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작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돌의 형태를 만든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반영구적 물성을 지닌 금속 작업을 주로 했다. 스스로 금속을 가장 잘 다룬다고 생각했다. 몇 번 관성적인 작업을 하고 나니 수백 킬로의 무게를 버텨가며 작업하기 힘들어지더라. 내가 물성 안에 갇혀 있고, 물성에 속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 이후 조각이 가지는 무게에 느끼는 염증에 반하는 작업으로 돌이나 H빔(강철 기둥) 등 ‘무거워 보이는’ 사물들을 제작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이태수(Lee Tae Soo), ‘H-beam Cut’, Mixed Media, 270×40×50cm, Courtesy of the Artist

스티로폼이나 포맥스 등으로 ‘무거워 보이는’ 사물을 만들고 있다. 형태부터 개념까지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해 재료에 관한 연구도 많이 할 텐데, 주로 어떻게 새로운 재료를 발견하고 적용하나?

재료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아주 많이 한다. 바위 작업만 해도 초기부터 지금까지 제작 방식과 코팅, 도색 공정 모두 계속 새롭게 시도한다. 제작하는 도중에 더 가볍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효율성이 높은 방법을 계속 고민한다. 대형 화방이나 건축 박람회에도 자주 가서 새로운 소재가 보이면 바로 재료를 구입해 실험에 돌입한다.

Stone Composition’ 시리즈는 인지적 모순뿐만 아니라 균형 감각에 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작가로서 어떤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나?

작가의 고유성을 지키되 지나치게 고립되지 않고 관람객에게 흥미로운 인상을 줄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한다. 작가는 작업으로 관람객과 무언의 대화를 하는데 그중에서도 위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디파인 서울 2024 특별전을 통해 관람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작품을 만지시면 안됩니다. 작품은 소장자만 만질 수 있습니다.’(웃음) 내가 진행하는 작업에 관심을 가져주어 감사하고, 앞으로도 계속 흥미로운 작업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