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올해의 밀라노 가구 박람회(Salone del Mobile,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순간들을 소개합니다.

보부아르, 후미코, 그리고 미우미우(Miu Miu)

미우미우는 4월 9일과 10일, 이틀간 ‘미우미우 문학 클럽’을 운영했습니다. 주제는 ‘여성의 교육(A Woman’s Education)’이었는데요. 시몬 드 보부아르의 ‘둘도 없는 사이’와 엔치 후미코의 ‘기다리는 세월’을 주제로 다양한 대담과 공연 프로그램이 펼쳐졌죠.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보부아르와 함께 여성의 우정, 소녀의 성장과 투쟁을 이야기했으며, 후미코의 세계에서 여성이 말하는 성, 사랑, 욕망, 그리고 이를 예술로 승화할 때 마주하는 도전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습니다. 소녀와 여성, 역사와 현대를 이으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미우미우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공예에 대한 헌신을 담아, 로에베(LOEWE) 티팟 컬렉션

로에베는 25명의 아티스트, 디자이너, 건축가가 작업한 티팟으로 구성된 티팟 컬렉션을 선보였습니다. 로에베의 뿌리와도 같은, 공예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여실히 드러나는 주제 선정이었죠. 참여 작가들은 전 세계의 다도 및 이와 관련된 다양한 전통문화에서 영감받아 저마다의 방식으로 티팟의 형태를 재해석했는데요. 특히 티팟의 가장 특징적인 요소인 손잡이와 주둥이 부분을 다양하게 변주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번 박람회를 위해 로에베가 제작한 홈웨어 컬렉션, ‘로에베 티팟’도 있습니다. 코스터, 주전자 덮개 등의 차도구와 티백, 섬세한 장식이 돋보이는 차통 등도 함께 만나볼 수 있었죠.

디젤(Diesel)

대담하고 반항적으로, 내가 지향하는 삶을 구현하는 것. 디젤은 의류뿐만 아니라 리빙 분야에서도 이러한 철학을 실현합니다.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요. 리빙 브랜드인 모로소와 협업한 D-Scape 소파 시스템과 로데스와 함께 만든 D-Burned 램프를 중심으로 공간 전체를 실버와 데보레 데님 모티프로 뒤덮었죠. 모두 디젤의 핵심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원초적이면서도 미래적인 느낌이 관람객의 피부에 가닿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솝(Aesop), 피부에 바치는 건축적 오마주

이솝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밀라노 가구 박람회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며, 밀라노라는 도시와 디자인 분야에 함께 경의를 표했습니다. 델 카르미네 성당에서 ‘더 세컨 스킨’이라는 구조물을 선보인 것이죠. 이 구조물의 벽체는 이솝의 엘레오스 아로마틱 핸드 밤을 활용한 재료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에 표면에서 엘레오스 특유의 우디하고 스파이시한 허브 향이 퍼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죠. 구조물의 안쪽으로 들어서면 목욕이라는 행위를 춤으로 표현한 영상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별 제작한 싱크도 줄지어 놓여 있는데, 이솝 스토어를 상징하는 요소 중 하나죠. 마지막으로 안뜰에는 약 50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나무 테이블을 배치해 관람객이 직접 자리에서 이솝의 향기를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서사를 고스란히 감각화한 작품이자 공간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