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미우(Miu Miu)가 단편 영화 시리즈 우먼스 테일(Women’s Tales)의 30번째 작품 <Fragments For Venus>를 공개했습니다. 오늘날 가장 독창적인 여성 감독들이 각자의 시선으로 빚어낸 이 시리즈는 시대적 메시지를 품은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전해왔죠.

©Miu Miu

우먼스 테일의 이번 신작은 프랑스-세네갈 출신 감독 앨리스 디옵(Alice Diop)의 연출로 완성된 21분의 단편 영화로, 흑인 여성의 존재와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한 흑인 여성이 미술관을 천천히 거닐며 무언가를 찾듯 그림 하나하나를 응시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데요. 배경에서는 보이스오버가 작품의 제목을 읊고, 그림을 묘사하고, 서양 미술이 흑인 여성의 몸에 오랜 시간 부여해 온 위치를 되짚습니다. 다른 시퀀스에서는 또 다른 흑인 여성이 브루클린의 거리를 걸으며 길 위의 흑인 여성들을 놀랍고 찬란한 눈빛으로 바라보죠.

디옵 감독은 흑인들이 회화의 역사 속에서 주변화되고 대상화되어 온 현실을 지적하며, 이번 영화를 통해 “예술가, 작가, 사상가 등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 우리는 스스로를 표현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뉴욕 거리를 가득 메운 흑인 여성들의 몸을 보는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존재를 통해 자신 역시 존재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예스24

<Fragments For Venus>는 단지 이미지로 말하는 영화가 아닙니다. 디옵 감독은 이번 작품이 로빈 코스트 루이스(Robin Coste Lewis)의 시 ‘Voyage of the Sable Venus’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는데요. 이 시는 서양 미술사 속 흑인 여성의 몸이 전시 설명 속에서 어떻게 기술되어 왔는지를 나열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으로, 영화의 보이스오버 장면에서 그 사유가 고스란히 반영되었죠. 또한 영화의 마지막에는 미셸 은데게오첼로(Meshell Ndegeocello)의 <Thus Sayeth the Lorde>가 흘러나오는데요. 이 곡은 흑인 여성이자 레즈비언, 동시에 어머니이자 시인이었던 아우드리 로드(Audre Lorde)의 정신을 소환해 그녀의 사상을 음악의 형태로 풀어냅니다.

©Miu Miu

감독 앨리스 디옵은 프랑스 출신 영화감독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프랑스 사회의 주변부, 특히 이주 커뮤니티와 흑인 여성들의 삶을 오래도록 기록해왔습니다. 난민과 계급, 젠더라는 주제를 꾸준히 탐색하며 다큐의 관찰성과 극영화의 서사를 교차해 사유적이고도 응축된 영화 문법을 구축해 왔죠. 그의 전환점이 된 작품은 2022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과 루이지 데 라우렌티스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장편 영화 <Saint Omer>. 이 장편 영화에서 그는 세네갈 출신 여성이 딸을 죽인 실제 법정 사례를 재구성하여 감정의 이면과 구조적 폭력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미우미우의 단편 영화 프로젝트 ‘우먼스 테일’은 지난 2011년부터 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그려보는 여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 30번째 이야기인 <Fragments For Venus>는 지난 8월 30일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었으며, 현재 미우미우 공식 홈페이지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