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2년 시작된 기다림이 마침내 하늘에 닿았습니다. 오는 10일, 바르셀로나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봉헌식이 열립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당에 오른 미완의 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Sagrada Familia) 성당이 세계 최고(最高)의 가톨릭 성당 자리에 올랐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총 18개의 첨탑으로 이루어졌는데요. 그 중 가장 높은 중앙 탑인 예수 그리스도의 탑(Tower of Jesus Christ)이 드디어 건설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172.5미터 높이로 완공되며, 세계에서 손꼽히는 높이를 자랑하던 161.5미터의 독일 울름 대성당(Ulmer Münster)을 넘어셨죠. 오랫동안 최고 높이의 성당 자리를 놓고 경쟁해 온 158미터의 평화의 노트르담 대성당(Basilica of Our Lady of Peace)과 157.2미터의 쾰른 대성당(Kölner Dom)도 멀찌감치 따돌렸습니다.

공사 팀은 지난 2월, 십자가 구조물을 탑 정상부에 올려 세우며 건축학적 이정표를 완성했습니다. 1882년 착공한 이래 144년 만의 일로, 성당의 설계자인 안토니 가우디(Antoni Gaudí)가 꿈꾸던 모습에 비로소 한 걸음 다가선 순간이었죠. 올해는 바르셀로나가 국제 건축가 연맹(UIA)이 지정한 세계 건축 수도로 활약하는 해인 만큼, 이 기념비적인 완공이 그 의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듭니다. 다만 성당이 완전히 완성된 것은 아닙니다. 성당의 정문 역할을 하게 될 영광의 파사드를 비롯한 여러 부분의 공사는 앞으로도 수년 간 계속될 예정이죠. 방문객들이 발을 들이는 이 공간은 단순히 오래된 교회가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후대의 건축가와 장인들이 함께 완성해 가고 있는 살아있는 건물인 셈입니다.

가우디 서거 100주기, 교황이 찾은 바르셀로나

오는 6월 10일, 교황 레오 14세(Leo XIV)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찾습니다. 이날 저녁 성대한 미사와 함께 새로운 탑의 완공을 기념하는 봉헌식을 집전하기 위함인데요. 공식 행사는 당일 오전 10시, 성당 지하 납골당에 안장된 가우디 묘역 헌화식으로 시작됩니다. 이 날짜가 특별한 이유는 가우디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히 100년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죠. 그가 평생을 바친 성당이 그의 서거 100주기에 세상 어느 성당보다 높이 솟아 오른 것입니다. 긴 세월이 빚어온 장소에 또 하나의 역사가 더해지는 순간입니다.

교황의 이번 방문은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지는 스페인 전역 순방의 핵심 일정입니다. 2011년, 전 교황 베네딕토 16세(Benedictus XVI)의 마드리드 방문 이후 약 15년 만에 이루어진 교황의 스페인 방문인 만큼,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입국했는데요. 그는 마드리드 왕궁 연설에서 “안정과 번영을 가져오는 것은 대립이 아닌 만남의 문화”라며 분열과 양극화를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교황이 해외 의회에서 직접 연설하는 것이 이례적인 일임을 알리듯, 연설장을 가득 채운 박수갈채가 그 울림을 대신 전해줬습니다. 그는 전임 교황 프란치스코(Francis)의 뜻을 이어 순방의 마지막 행선지로 카나리아 제도를 찾을 예정인데요. 서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의 주요 관문인 이곳에서 그는 이주민 수용 센터 방문을 앞두고 있습니다. 현재 스페인이 약 50만 명의 미등록 체류자 합법화 법안을 추진 중인 지금, 이주민 문제에 목소리를 높이는 교황의 행보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봉헌이라는 역사적 순간에 또 다른 무게를 더합니다.

한 천재의 꿈을 바친 성당

가우디의 이름은 바르셀로나 곳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물결치는 백색 파사드 건물의 카사 밀라(Casa Milà), 화려한 용의 등껍질을 연상시키는 외관의 카사 바트요(Casa Batlló) 등 자연에서 영감 받아 탄생한 유기적인 형태들이 도시 풍경 속에 고스란히 스며 있죠. 그 중에서도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그의 남다른 애정이 깃든 작업이었습니다. 다른 작업들이 의뢰인의 요청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면,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가우디 본인이 설계한 성당이자 말년을 바친 마지막 건축물이죠. 말년에는 성당 지하에 거처를 따로 마련해 공사 현장 곁에서 지냈을 만큼, 그의 헌신은 건축가의 영역을 한참 넘어선 것이었습니다. 탑의 높이를 172.5m로 설계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높은 몬주익(Montjuïc) 언덕의 해발고도인 173m를 넘지 않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죠. 하느님이 만든 자연을 인간의 건축물이 넘봐서는 안 된다는 가우디의 겸손함이 숨어 있는 것입니다.

레고로 만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한편 바르셀로나까지 가지 않아도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손에 쥘 수 있게 됐습니다. 레고(LEGO)가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사그라다 파밀리아 세트를 선보인 것인데요. 총 부품 수는 12,060개로,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 중 가장 많은 부품을 사용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완성 시 높이 62cm에 달하는 이 대형 모형은 탄생의 파사드와 수난의 파사드, 6개의 탑 등 실제 성당의 첨탑과 외관을 치밀하게 구현했습니다. 내부에는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의 색감을 표현하는 특수 효과도 더했죠. 실제 성당이 건설된 순서를 조립 과정에 그대로 반영해, 조립하는 동안 144년의 역사를 직접 손으로 쌓아 올리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가우디가 꿈꾸던 성당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지금. 그 진짜 매력은 완성이 아닌 과정에 있습니다. 가우디가 설계도와 모형을 남기고 떠난 자리를 후대의 건축가와 장인들이 채워왔고, 그 여정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10일 이루어질 교황의 봉헌식과 함께 또 하나의 역사가 새겨질 이곳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