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재단이 후원하는 ‘제21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최종 수상자로 차재민 작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지난 3일 에르메스 재단에 따르면, 국내외 미술계 인사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장시간의 토론 끝에 차재민을 한국 미술의 다음 세대를 이끌 작가로 낙점했습니다. 이번 심사에는 기혜경 전 부산시립미술관장, 2026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아티스틱 디렉터 최빛나, 리옹 현대미술관 관장 이자벨 베르톨로티(Isabelle Bertolotti), 메종 에르메스 도쿄 르 포럼 아트 디렉터 레이코 세츠다(Reiko Setsuda) 등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이 참여했는데요.




심사위원단은 차재민의 작업이 초기의 사회 비판적 시선을 넘어, 오늘날 사회에서 쉽게 가려지는 타자들의 목소리를 ‘느린 과정’ 속에서 끌어올린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경청과 관계 맺기를 통해 재현의 방식을 갱신하며 영상 작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죠.
차재민은 다큐멘터리를 바탕으로 오랜 시간 관계를 맺으며 타인의 이야기를 해체하고 다시 엮어내는 ‘에세이 필름’ 형식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언어와 이미지를 섬세하게 조율해 이해 가능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동시에 드러내고, 감정과 정서처럼 쉽게 가시화되지 않는 층위를 통해 해석을 지연시키면서도 인간의 존엄을 끝내 사라지지 않는 것으로 환기하는 것이 그의 작업 세계의 핵심이죠.
차재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을 전공한 뒤, 런던 첼시 예술대학(Chelsea College of Design and Arts)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비디오 아티스트입니다.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비디오 전공 전임교원으로 임용돼 현재 교육과 작업을 병행하고 있는데요. 그간 일민미술관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잘츠부르거 쿤스트페어라인(Salzburger Kunstverein), 샌프란시스코 카디스트(KADIST) 등에서 개인전을 열며 작업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 왔죠. 2023년에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필름 프로그램 ‘SCIENCE, BODY, ANATOMY’에 참여했으며, 2025년에는 작품 <광합성하는 죽음>이 제75회 베를린 국제 영화제 포럼 익스팬디드(Forum Expanded) 섹션에 소개되며 국제 무대에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에르메스 코리아가 한국 미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2000년 제정한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Hermès Foundation Missulsang)은 한국 동시대 미술을 위해 마련된 상으로, 국내 작가들의 작업을 국제 무대에 확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 왔습니다.
최종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신작 제작 및 전시 지원, 그리고 해외 리서치 기회가 주어집니다. 특히 서울의 전시 공간 아뜰리에 에르메스(Atelier Hermès)에서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 작가의 작업 세계를 밀도 있게 조명하는 것이 이 상의 핵심인데요. 2016년부터는 격년제로 운영돼 회차마다 최종 수상자 1인을 선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장영혜, 서도호, 박찬경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을 꾸준히 조명하며 한국 작가들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발판 역할을 해왔죠.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의 직전 수상자는 김희천 작가인데요. 김희천은 디지털 매체와 재현 장치에 포섭된 동시대 삶의 조건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데이터와 이미지가 매개하는 세계 속에서 인간의 시지각 경험이 어떻게 변형되는지 탐구하며, 삭제·백업처럼 데이터로 치환되는 삶과 죽음, 그리고 기억 같은 존재론적 질문을 꾸준히 제기해 왔죠. 그의 수상 기념 개인전 <스터디(Studies)> 또한 2024년 7월 26일부터 10월 6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렸습니다.
제21회 수상자인 차재민의 개인전은 2027년 5월, 리노베이션을 마친 에르메스 메종 도산 지하 1층 아뜰리에 에르메스의 재개관 첫 전시로 선보일 예정인데요. 새로운 공간에서 그의 작품 세계를 직접 마주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