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휩쓴 신작 <가여운 것들>. 이 작품이 이토록 극찬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국내 개봉과 동시에 곧바로 해당 작품을 관람하고 온 마리끌레르 에디터가 ‘가여운 것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포인트를 짚어 드립니다.

<가여운 것들>

가여운 것들
@poorthingsfilm(인스타그램)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은 천재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가 죽음의 입구에서 재창조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의 모험과 경험 그리고 성장의 여정을 담은 작품입니다. 어린아이의 정신 연령으로 다시 태어난 벨라 백스터는 갓윈 백스터가 창조해놓은 세상 속에서 안전하게 살던 중 욕망스러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를 만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되죠. 결국 갓윈 백스터가 만들었던 세계를 떠나 현실 세계를 마주하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들을 만나 세상을 경험합니다. <가여운 것들>은 벨라 백스터가 스스로의 자아를 형성하고 성장하며 주체적인 삶을 영위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누구?

요르고스 란티모스(Yorgos Lanthimos) 감독은 <가여운 것들>의 세계관을 빌려 표현하자면 해당 작품의 ‘창조주’이자 ‘God’입니다. 기묘하면서도 몽환적인 세상을 그의 섬세한 터치로 예술적으로 그려내어 평단의 극찬을 받았죠.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해당 작품으로 80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황금사자상, 8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작품상을 거머쥐며 다시 한번 감독으로서의 저력을 입증했습니다. <송곳니>, <더 랍스터>, <킬링 디어>처럼 개성 있고 기묘한 세계관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가여운 것들>에서 그가 가진 몽환적인 상상력을 아낌없이 발휘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손에서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었죠. 2003년에 공개된 <지구를 지켜라!>는 시대를 앞서갔다고 평가받는 작품이자 해당 작품의 엉뚱한 상상력과 SF/스릴러 요소가 가미된 수작입니다. <가여운 것들>을 보고 나면,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이 재탄생시키는 <지구를 지켜라!>가 더욱 기대될 테죠.


엠마 스톤의 성장은 어디까지?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많은 평단이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엠마 스톤(Emma Stone)을 낙점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해당 시상식이 열리기 전까지 엠마 스톤은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런던 비평가 협회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여우주연상을 휩쓸었기 때문이죠. 2024년 3월 10일에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엠마 스톤은 릴리 글래드스턴(Lily Gladstone), 아네트 베닝(Annette Benning), 산드라 휠러(Sandra Huller), 캐리 멀리건(Carey Mulligan)처럼 쟁쟁했던 후보들을 제치고 당당히 여우주연상을 품에 안았습니다. <라라랜드>로 여우주연상을 한차례 받았던 경력이 있는 엠마 스톤은 이번 수상으로 조디 포스터(Jodie Foster)에 이어 오스카 여우주연상 2회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요르고스 감독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해주시고 벨라 백스터로 살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말하며 요르고르 란티모스 감독과 작품에 대한 애정을 비추기도 했죠.

엠마 스톤은 극 중에서 어린 정신 연령부터 경험과 모험으로 점차 성장해가는 벨라 백스터의 과정을 디테일한 표정 연기와 액션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스토리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또박또박해지는 딕션과 가지런해지는 스텝을 보면 캐릭터에 대한 엠마 스톤의 깊은 연구가 엿보이죠. 엠마 스톤은 <매직 인 더 문라이트>의 4차원 심령술사부터 꿈을 좇아가는 <라라랜드>의 배우 지망생 미아, <크루엘라>의 입체적인 빌런 크루엘라까지 다채로운 배역을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습니다. <가여운 것들>에서 엠마 스톤의 연기는 배우로서 한 걸음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엠마 스톤의 배우 인생에서 ‘벨라 백스터’라는 거대한 기점을 세웠습니다.


환상적인 세상을 담은 카메라의 경이로운 시선

<가여운 것들>을 감상하다 보면 스토리뿐만이 아닌 씬 자체에서 오는 경이로움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당겼다가 다시 빠지는 줌 기법이나 사선의 로우 앵글에서 인물을 담는 시선처럼 독특한 카메라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죠. 이는 촬영 감독을 맡은 로비 라이언(Robbie Ryan)이 선사하는 시각적 연출입니다. 어안 렌즈와 광각 렌즈를 활용해 독특한 세계를 의도적으로 과장된 화면을 담아 더욱 환상적인 세계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인물 포커스 씬에서는 중심인물을 선명하게 담고, 주변 배경이 소용돌이치는 듯한 효과를 주는 페츠발 렌즈를 실험적으로 사용한 것이 작품을 독특하게 그려낸 연출 중 하나죠. <가여운 것들>은 감독이 의도한 몽환적인 세계관을 그대로 그려낼 수 있는 촬영 감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우치게 해준 작품입니다.


벨라 백스터를 완성한 의상 디자이너, 홀리 웨딩턴

<가여운 것들>의 의상팀은 극 중 엠마 스톤이 벨라 백스터로의 완벽한 변신을 도운 강력한 조력자였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착용한 19세기 후반 의상은 모두 코스튬 디자이너 홀리 와딩턴(Holly Waddington)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홀리 와딩턴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해당 작품의 시대감을 살리기 위한 고전풍의 실루엣에 벨라 백스터의 개성이 담긴 텍스처와 컬러, 패턴으로 옷을 제작했죠.

특히 벨라 백스터는 과장된 어깨 실루엣의 드레스를 자주 착용했는데, 이는 19세기의 ‘Leg of mutton sleeve’를 적극 활용한 드레스로 시대 배경을 여실히 드러낸 요소 중 하나였습니다. 드레스 속에 가득한 러플과 퍼프 디테일은 벨라 백스터의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대변하는 듯했죠. 이는 코스튬 디자이너 홀리 와딩턴의 섬세한 터치를 통해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홀리 와딩턴은 해당 작품으로 오스카 의상상의 쾌거를 누리며 벨라 백스터에 대한 예술적 이해와 연구를 인정받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