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성장이 <슬램덩크>의 강백호나 <해리 포터>의 해리 같은 소년들 만의 것일까요? 마음껏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찾아가는 10대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4편을 소개합니다.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

‘뱀파이어라는 클래식한 소재로 참신한 영화를 또 만들 수 있을까?’ 주인공이 ‘인간을 죽이고 싶지 않은 휴머니스트 뱀파이어 소녀’라면 가능하죠. <난 엄청 창의적인 휴머니스트 뱀파이어가 될 거야>는 인간 사냥이 싫은 뱀파이어 소녀 사샤가 그에게 기꺼이 일용할 양식이 되어 주겠다는 외톨이 소년 폴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뱀파이어로서 주어진 운명을 벗어던지고 자기만의 방식대로 삶을 꾸려 가려는 사샤의 성장담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오늘부터 댄싱퀸

얌전한 범생이로 살아온 12살 소녀 미나는 어느 날 등굣길에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힙합 댄스 인플루언서 E.D.윈에게 첫 눈에 반한 것이죠. 미나는 그 길로 오디션을 보고, 운 좋게 E.D.윈의 댄스 크루에 들어가는데요. <오늘부터 댄싱퀸>은 춤이라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주인공 미나가 좌절하고, 또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관객으로 하여금 성장통을 겪던 나와 그 시절 내 곁에서 따뜻하게 손 내밀어 주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레이디 버드

영화 <레이디 버드>는 “여성을 위한 <보이후드>는 없는 걸까?”라는 그레타 거윅 감독의 질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주인공 크리스틴에게는 고향에서의 생활도, 주어진 이름도 다 지긋지긋하기만 합니다. 이에 그는 자신을 ‘레이디 버드’라는 새 이름으로 불러 달라고 하고, 대학 입시에 성공해 집을 벗어나려고 애쓰죠. 영화는 이렇게 발버둥 치고 깨지며 자라나는 크리스틴을 가만히 지켜보는데요. 제힘으로 자기 자신이 되어 가는 크리스틴의 모습은 스크린 너머 여성들을 안아주는 듯합니다.

반쪽의 이야기

<반쪽의 이야기>의 주인공 엘리는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탁월한 글재주로 학교에서 ‘과제 대행’ 사업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남학생으로부터 새로운 대필 의뢰가 들어오죠. 바로 학교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학생에게 보낼 연애편지를 대신 써달라는 거였는데요. 편지를 쓰다 보니 엘리의 마음속에 점점 그 여학생을 향한 사랑이 싹 틉니다. 사랑과 우정 사이, 용감하게 성장하기를 선택하는 엘리의 모습에 찡한 웃음이 피어오르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