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독립영화의 오늘을 알려온 서울독립영화제가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기나긴 여정을 돌아보며, 서울독립영화제는 한국 독립영화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1백 편의 상영작을 선정했다. 그중 장편 10편, 단편 10편을 만든 스무 명의 감독에게 서울독립영화제의 인연과 추억을 물었다. 50년의 시간을 생생히 목격하고 함께해온 20인의 목소리. 그 안에는 독립영화에 대한 사랑과 서울독립영화제를 향한 응원이 분명히 담겨 있다.
조현철 감독 <척추측만>
서독제와의 인연 <척추측만>을 상영할 때 처음으로 영화라는 세상에 발을 들인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서독제 덕분에 처음으로 수많은 관객과 영화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기억에 남는 순간 2013년 서독제 개막식에서 마주한 관객의 반응이 떠오른다. 7명의 감독이 함께 작업한 옴니버스영화 <서울연애>가 당시 개막작이었는데, 나는 이 프로젝트에 <뎀프시롤>이라는 작품으로 참여했다. 공동 연출을 맡던 정혁기 감독과 맨 앞줄에 앉아 있는데, 관객이 우리 작품을 보며 극장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웃더라. 영화 안에서 이런 순간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강렬한 경험이었다.
나에게 서독제란 첫 장편영화 <너와 나>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해준 곳. 서울독립영화제 시나리오 크리에이티브 LAB 덕분에 이 영화를 발전시켜 완성했고, <너와 나>를 함께 작업한 안보영 PD 까지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D.P.>로 호흡을 맞춘 한준희 감독과 구교환 배우를 비롯해 지금까지 함께한 수많은 영화인을 서독제를 통해 만났다. 서독제가 없었다면 지금 한국 영화의 풍경은 더욱 삭막하지 않았을까 싶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에게 독립영화계뿐만 아니라 한국 콘텐츠 산업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던 서독제가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큰 어려움에 봉착했다. 서독제는 새로운 영화, 배우, 감독을 세상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영화의 생태계를 더욱 풍부하고 건강하게 다져왔다. 이 위기를 건강하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객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