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고 수줍음 타는 표정이 꼭 닮은 고성희, 최민정 부부.

집처럼 편안한 결혼식

고성희ㆍ최민정

프릳츠에서 빵을 굽는 고성희,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최민정은 서로 첫눈에 반해 매일 데이트를 했다. 헤어질 때마다 힘들어 하는 서로를 봐왔기에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봄에 만나 그해 가을에 결혼을 했으니! 낮잠을 자던 최민정의 귀에 대고 고성희는 결혼해달라고 속삭였다. 대답은 당연히 예스. 다정하고 귀여운 분위기가 꼭 닮은 두 사람을 보면 ‘이런 걸 두고 천생연분이라 하겠지’란 생각에 엄마 미소가 절로 흘러나온다.

뭐든 잘 거절하지 못할 것처럼 순한 외모를 가진 둘은 사실 결혼식이며 사진 촬영이며 으레 하는 결혼 과정은 죄다 거부하고만 싶은 청개구리 커플이다. 그러니 ‘스드메’ 패키지가 아무 소용 없음은 당연지사. 장소부터 청첩장 봉투까지 꼭 필요한 건 발품을 팔아 직접 결정했다. 남들에게 보여주는 결혼식, 부모님께 효도하는 차원의 결혼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두 사람.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 하기 싫은 부분이 있다면 절대 하지 말자’는 둘만의 약속만을 지키면서 하나씩 해결해나갔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인 두 사람에게서 불만이라곤 찾을 수 없는,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결혼식이 완성됐다.

식장은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는 삼성동의 ‘아파트먼트 99’로 잡았다. 최민정 아버지가 두 사람에게 어울린다며 추천한 곳이다. 지미 폰타나가 부른 ‘일 몬도’가 흐르
는 가운데 둘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식을 올렸다. 결혼식은 꼭 올리길 원한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하객 인원이 70명이 넘지 않는 조촐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것. 아파트먼트 99는 공간을 대여하면 음식, 데코레이션을 컨설팅해주는 장점이 있다. 킨포크 무드의 부케와 장식을 의뢰했는데, 늘 품어온 로망을 아파트먼트 99가 실현해줬다고. 신선한 재료로 만든 양식 코스도 반응이 좋았다. 아무런 장식 없이 수수한 브라이드앤유의 웨딩드레스는 신부에게 꼭 맞춘 것처럼 어울렸다.

사진 촬영에는 전혀 의지가 없는 두 사람이건만 재미있게도 커플링을 맞춘 주얼리 숍에서 폴라로이드 촬영권을 선물로 줬다. 둘의 웨딩 사진은 이렇게 어쩌다 보니 빈티지 카메라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장뿐. (여기 실린 사진은 아파트먼트 99에서 보내준 것이다.) 부케 던지기, 식후 사진 촬영도 없는 특이한 결혼식이었는데도 신선한 재료로 준비한 식사, 친구가 반주 없이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을 담담하게 부른 축가는 하객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서로만을 생각해 모든 걸 결정했고 결국 둘 다 아쉬움이 없는 식을 올릴 수 있었어요. 결정이 필요할 때 스스로에게 많이 물어보세요.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정말 우리가 좋은지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