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해/금속 금속공예를 전공했다. 일상의 공간에 놓이는 장식품을 비롯해 다양한 물건을 만든다. @K_EASTSEA

“금속의 매력은 다채로움입니다.
처음 금속을 접했을 때
그 빛깔과 광택에 매료되었습니다.”

돌멩이에 가느다란 황동선을 매달아 만든 ‘풍경’이라는 제목의 장식. 기다란 들풀의 형태에서 영감을 얻었다. 높은 곳에 올려두면 움직임에 따라 서서히 흔들린다.

작업의 재료 금속은 단단하고 강하다. 가녀린 선이나 한 장의 얇은 판재로도 효율적이고 튼튼한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 내가 만드는 장식품을 비롯한 물건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금속의 또다른 매력은 다채로움이다. 처음 금속을 접했을 때 그 빛깔과 광택에 매료되었다. 강하다, 단단하다, 차갑다, 무르다, 따뜻하다 등 금속이 가진 물리적 느낌을 형용할 수 있는 표현이 다양한 것처럼 금속의 매력은 끝이 없다.

작품 설명 잘 가꾸어놓은 식물도 좋지만 길을 걷다가 눈에 띄는 잡초나 풀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들풀의 형태와 움직임을 작품에 담고 싶어 시작한 작업이다. 오브제와 그 오브제가 놓이는 공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만든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선반이나 테이블에 물건을 둘 때 그 윗부분의 공간에 집중하느라 그 밖의 공간은 인지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능적인 부분 이외의 나머지 공간에 대한 고민을 반영했다.

영감 일상에서 관찰하고 느낀 것들이 모두 영감이 된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처럼 자연을 보고 느낀 감상, 산업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생산 기법과 공예 작업 과정에서 뜻밖의 것을 발견하는 경험 등이 내게는 모두 미적 체험의 순간이다. 유명한 노르웨이의 장신구 디자이너 톤 비겔란(Tone Vigeland)은 내 작업에 큰 영향을 준 인물이다. 그의 전시를 통해 세공 작업을 하는 작가가 만드는, 규모가 큰 조각 작품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다.

묘합 얼마 전 열린 전시 <소사로운>은 동갑내기 공예가들 의 모임인 묘합의 첫 번째 전시였다. <소사로운>에서는 미적 사물에 대한 소유 욕구가 반영된 공간으로 욕실을 정했고, 욕실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역할과 의미를 고민해 ‘사적 공간의 사물’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제안했다. 이번 전시처럼 개인적으로는 시도하지 못한 작업이면서 모였을 때 서로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작품을 담은 전시를 묘합 팀원들과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묘합 멤버들의 인간적인 매력과 개성이 각자의 작품에 잘 녹아 있는데, 언젠가 묘합 작가들만의 그림 전시도 열고 싶다.

나의 새 전시 11월 6일부터 방배동 지아가가 갤러리에서 움직임을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한다. 모빌과 장신구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어 11월 27일에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에서 산업 소재와 빛을 주제로 한 전시를, 12월 3일에는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신진 장신구 작가들과 음악을 모티프로 한 작은 모빌이나 풍경, 장신구를 주제로 한 전시를 진행한다.

도전 무궁무진하고 다채로운 식물의 형태에 관심이 많다. 하나의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모아 나만의 작은 생태계를 전시해 볼 생각이다.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작업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감사하고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며 성장해 나가고 싶다.

 

 

유남권/옻칠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 박강용 선생 이수자. 옻칠을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며, 현재는 한지와 옻칠을 결합한 지태칠기 작업을 하고 있다. @LYUNAMGWON

“옻칠은 그 자체로 본(本)이 되기도 하고
마감재가 되기도 합니다.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은 재료입니다.”

지태칠기 원형, 사각 보관함. ‘롤’ 시리즈는 두루마리 휴지에서 영감을 받아 옻이 칠해진 한지로 제작했다.

작업의 재료 동양화를 전공한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 옻칠을 접했다. 옻칠을 처음 접했을 때 ‘칠흑’이라는 표현의 실체를 깨달았을 만큼, 깊이 있는 흑색에 빠져 한동안 쳐다본 기억이 난다. 동양화를 그만두었다는 생각에 종이(지태칠기)를 외면했는데, 작년에 우연히 작업해본 뒤 내가 원하는 느낌, 즉 먹과 같은 흑칠이 잘 표현되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 옻칠은 그 자체로 본(本)이 되기도 하고 마감재가 되기도 하는데, 작업자의 역량에 따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 스승님께서 옻칠은 아직도 배울 게 많은 재료라고 말씀하신 이유를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작품 설명 기존의 지태칠기 원형, 사각형 보관함 외에 새로운 오브제 작업인 ‘롤’ 시리즈는 묘합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탄생한 작품이다. 사용자가 두루마리 휴지 형태의 작품을 자유롭게 뜯어 편지지나 메모지로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만들었는데,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로 본 관객들은 대부분 벽에 걸어두는 오브제로 생각했다.

영감 전통을 잘 지켜온 남원의 공예와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의 공예 혹은 디자인을 직접 경험하며 떠오르는 생각은 서울과 남원을 오가며 운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이 생각을 다시 정제하고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게 직접적인 영향을 준 작품은 옻칠을 처음 시작하고 만난 이삼웅 작가의 나전칠기 작품이다. 전통 디자인만 보던 내게 충격과 영감을 안겨주었고 이후 나전칠기 작업의 현대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다양한 재료를 해석해 옻칠과 결합할 방법을 고민할 때는 서정화, 소동호 디자이너의 작품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묘합 묘합은 동갑내기 30대 작가들이 공통 목표로 전시를 진행하며, 솔직하고 자유로운 의견을 공유하는 모임이다. 의견이 나뉠 때는 자연스레 다수결로 결정한다. 타당한 고집은 있지만 불편한 아집은 없어 사공이 많아도 배가 산으로 갈 위험은 적다. 무엇보다 다들 열심히, 서로 응원하며 작업한다. 나의 새 전시 10월 22일부터 11월 1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박지은, 박주형, 이재익, 신혜림 작가와 함께 <붓전>을 연다.

도전 먹의 농담을 이용하는 수묵화처럼 옻의 농도를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지 백골(칠하기 전의 기물)의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재료도 고민한다. 앞으로는 전통적이고 친환경적인 마감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 마감 재료로도 계속 실험해 나갈 예정이다.

 

 

이윤정/금속 익숙한 것을 새로운 관점으로 재해석한 작업을 선보인다. 이를 주제로 개념적인 작업부터 물성이 있는 다양한 형태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YOONJEONGLEE_STUDIO

“금속 자체에도 매력을 느끼지만
금속을 다루는 방법 중
캐스팅(주물) 기법을 좋아해요.
과정에 집중할 수 있죠.”

반짝거리고 빛을 반사하는 금속으로 거울의 특징을 표현한 욕실의 상징적 물건,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못.

작품 설명 캐시팅 기법을 활용한 금속을 묘합의 첫 전시 <소사로운>의 주제인 ‘욕실’에 맞게 변형했다. 금속으로 거울의 특징을 표현하고 다양한 형태의 못을 전시했다. 못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못과는 다른 형태를 띠며 그 역할도 계속해서 변화한다.

작업의 재료 황동, 알루미늄 등 금속 재료를 주로 다룬다. 금속 자체에도 매력을 느끼지만 금속을 다루는 방법 중 캐스팅(주물) 기법을 좋아한다. 캐스팅 과정에 공을 많이 들이고 금속은 가장 마지막에 완성되는데 결과물에서 과정이 바로 보이지 않지만 과정에 공을 들인다는 점이 나와 잘 맞는다. 시작부터 끝까지 금속 자체를 가공하는 것이 아니라 녹인 황동을 붓는 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물성이 강한 소재인 금속을 거칠거나 매끈하게, 표면과 형태 모두 내 의도대로 유연하게 다룰 수 있어 좋다. 캐스팅을 좋아하는 것은 내가 못을 만드는 이유와 비슷하다. 내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주제는 중요한데 숨겨져 있거나 너무 익숙해서 인지하지 못하는 대상을 다시 보이게 만드는 것인데, 대상은 사물, 무형의 인식, 습관 등으로 다양하다. 사물 중에는 못이 그 대상이 되면서 나를 대표하는 작업이 되었다. 내가 만든 못을 실제로 쓰려고 구매하는 사람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 벌써 10년 이상이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작업할 때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어려운 주제가 바로 못이다.

영감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서 전업 작가로 평생을 보낸 사람들을 보며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 작가도 결국 직업이고, 직업인으로서 사명을 다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일을 평생 해왔다는 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방증이다.

묘합 공예 작가 친구가 별로 없었는데, 처음 참여한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이혜선 작가가 내 부스로 와 말을 걸었다. 이 일을 계기로 동갑내기 작가들의 전시 <소사로운>에 참여하게 됐다. 참여 작가 모두 늘 열심히 작업하기 때문에 서로 긍정적인 긴장감을 준다. 평소에 내 작업과 내 방식을 객관적으로 볼 일이 별로 없는데, 7명의 동갑내기 작가들이 서로의 작업과 일하는 태도, 하다못해 출근 시간까지 아주 가까이에서 보다 보니 서로 배우는 점이 많다. 묘합 전시는 2년에 한 번 정도 열 계획이다. 2년 주기로 작업 결과를 보여주면 긴장감이 유지될까 싶기도 할 테지만, 작가 7명 개개인의 영역이 잘 유지되어야 묘합도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전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을 가진 작가들과 힘을 합해야 가능한 형태로, 덩어리가 크거나 용도에서 자유로운 작업을 하고 싶다. 그래서 기술 확장 에 관심이 많다. 퀄리티가 더 좋은 작업을 보여주되 시각적인 신선함을 확보하고 싶다. 지금은 무엇이든 공유가 활발하다 보니 시각적으로 비슷한 작업이 많다. 이 점을 경계하는 것 또한 내 작업의 일부다.

진실한 작가가 되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나 자신과 관객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좋은 작품을 남겨 후일 멋진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사람들이 작가 이윤정에 대해 풍요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말이다.

 

 

백경원/세라믹 도예가. 점토를 손으로 쌓고 꼬집어 형태를 만드는 핸드 빌딩 기법으로 그릇과 오브제를 만든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했으며, 국내외 다수 레지던시 작가 생활을 거쳐 현재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KYUNGWON_BAEK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작업을 선호합니다.
점토는 부드럽고 유연해요.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매력이죠.”

세면대와 원뿔 모양의 악세서리 거치대, 그리고 ‘화병, 합, 합’.

작업 설명 물이 흘러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을 구현할 수 있는 세면대를 구상하다가 원뿔과 원통이 붙어 있는 기존 시리즈 작업에서 힌트를 얻어 반구 안에 떨어진 물이 작은 구멍을 통해 아래의 수조로 흘러내리는 세면대를 만들었다. 원뿔에 붙어 있는 작은 고리들은 액세서리 거 치대다. 외계 생명체 같아 ‘Space Oddity’라고 이름을 붙인 오브제 시리즈 중 하나에서 발전시켰다. 손목시계나 팔찌를 고리 안으로 통과시키면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작업의 재료 어릴 때부터 만들기를 좋아했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재단하는 작업보다는 직관적이고 즉흥적인 작업을 선호한다. 그래서 점토의 부드럽고 유연한 성질이 나와 잘 맞는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매력이다. 흙을 다루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육체적으로도 고단하다. 흙은 습도나 온도에 예민해 말리는 와중에 갈라질 수도 있고 가마 소성 도중에 변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그것 또한 매력으로 다가왔다. 예상치 못한 일에 항상 대비해야 하므로 끊임없이 공부하게 한다.

영감 음악을 많이 찾아 듣고 책도 꾸준히 읽는 편인데, 그러고 나면 ‘좋은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좋은 예술 작품이 영감의 원천인 것 같다. 작가로 나아갈 방향성을 찾을 때 참고하는 인물은 도예가 루스 덕워스(Ruth Duckworth)와 영국 아티스트 데이비드 보위(David Bowie)다. 두 작가 모두 다양하고 넓은 예술 세계를 보여주지만 일정한 깊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묘합 멤버들의 성향이 비슷해 금방 친해졌다. 지금까지 작가로 활동하며 쌓아온 노하우를 공유하고 각자의 작업에 대한 피드백을 자유롭게 나눈다. 모두 한 분야에서 오래, 열심히 일해왔기 때문에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의 새 전시 10월 말에 목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해양박물관)에서 해저 유물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코로나19 때문에 직접 관람은 제한하지만, 온라인으로도 감상할 수 있다.

도전 스케일을 키워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설치 작업도 다시 해보고 싶다. 항상 어떻게 하면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꾸준한 재료 연구와 실험만이 해법인 것 같다.

언젠가 두꺼운 작품집을 내는 것. 공모전에서 상을 타는 꿈도 꿨지만 그보다 더 이루고 싶은 건 나의 책을 내는 일이다.

 

 

김준수/가죽 금속공예를 전공했지만, 금속 이외의 다른 재료들을 사용해보고 싶어 취미로 가죽을 접하게 됐다. 이후 가죽에 매력을 느껴 점차 작업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JUNSUMARTINO

“가죽을 선으로 얇게 자르고
말아 붙여가면서 형태를 만듭니다.
전개도를 따르며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죽을 생명력을 지닌 재료로 다뤄
각 작품에 고유성을 부여합니다.”

가죽으로 만든 조명과 거울, 그리고 컨테이너.

작품 설명 무두질한 식물성 가죽을 주재료로 물성을 탐구한다. 가죽을 선으로 얇게 자르고 말아 붙여가면서 형태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제작 방식이다. 이것은 전개도를 따르며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력을 지닌 재료로써 다뤄 각 작품에 고유성을 부여하는 과정이다. <소사로운> 전시를 위해 거울 같은 코일링 작업을 하고 컨테이너와 조명도 만들었다. 가죽의 표면에 반복적으로 망치질을 해서 질감의 변화를 주고, 가죽 제품을 생산할 때 기계로 찍어내는 것과 달리 방향성과 밀도를 자유롭게 조절해 수공예의 매력을 강조했다. 컨테이너는 기능을 완벽히 수행하는 데 초점을 두어 습기와 오염에 취약한 가죽 표면에 옻칠을 해 보완하고 내용물을 보호하는 형태로 제작했다. 조명은 어두운 공간에 빛을 뿜어내는 ‘조명’과 이것의 방향을 제어하는 가죽으로 만든 갓의 관계를 표현했으며, 빛을 반사하는 거울로 정적인 벽면 오브제에 동적인 움직임을 담아내고자 했다.

작업의 재료 가죽을 처음 접했을 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료를 다루면서 여러 감각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는 시각과 후각이다. 가죽을 무두질할 때 사용하는 재료나 지역에 따라 고유의 색과 향이 다르고, 형태나 크기도 모두 제각각 다르다. 둘째는 가죽을 만졌을 때 느껴지는 부드럽고 질긴 질감이다. 내가 사용하는 식물성 무두질을 한 가죽은 볕에 노출되면 색이 어둡게 변하고 마찰이 생기면 광택이 나기도 한다.

영감 여행하며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작업실에서 식물을 기르는 것도 좋아하는데, 씨앗을 심은 뒤 싹이 트고 생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식물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장 패턴이나 색과 질감에서 발견한 아름다움을 작품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작업에 도움을 얻고자 나무들(나무껍질, 색감, 패턴, 수형 등)을 관찰한다.

묘합 나와 같은 작업실을 쓰는 이혜선 작가가 <소사로운> 전시를 제안했다. 보통 그룹전을 준비하면 전공이 같은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하는 경우가 흔한데, 재료를 뛰어넘어 하나의 연결 고리로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년 연말에 열리는 공예트렌드페어를 통해 작가들을 수소문해 ‘묘합’이 탄생했다. 묘합은 친밀함과 소통의 자유로움이 가장 큰 장점으로, 각자 다른 재료를 다루고 개성도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인 눈으로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한다. 작업 이외에도 또래로서 고민을 공유하고 서로 필요한 도움을 주고 받는다.

나의 새 전시 내년 3월 예정된 개인전. 아직 준비 단계이며 연말까지 크고 작은 그룹 전시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전 기존에는 실내를 장식하는 작은 규모의 오브제 위주로 제작했는데, 좀 더 큰 규모의 대형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바닥이나 전시대 위에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구조로 전시되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나만의 고유성을 갖는 것. 현재는 가죽 코일링 작업으로 인지도를 쌓았지만, 이 작업을 벗어나 다른 기법이나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나만의 스타일이 묻어나는 작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소영/세라믹 도자기 식물원 작업을 하고 있는 10년 차 도자 작가. @JUNGSOPAL

“석고 원형의 두께를 컨트롤하며
식물이 가진 유연한 곡선과 가녀린 느낌을
조각해 나가는 과정이 제게는 늘 새로운 도전이죠.”

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Ovary_1, 2, 3, 4’시리즈로 크고 작은 합.

작품 설명 길에서 낙엽을 보고 감상에 젖어 있다가 문득 석고 작업을 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생겼다. 그때까지 석고로 딱딱한 느낌의 면치기나 조각만 해왔던 터라 유연한 형태의 작업도 할 수 있을지 궁금했고, 힐링이 되는 작업을 하고 싶기도 했다. 이후 식물의 잎을 모아 테이블 위의 작은 오브제라는 컨셉트로 수저받침과 포인트 접시를 만들었다. 식물의 씨방과 씨앗을 모티프로 한 시리즈도 탄생했는데, 이는 자연에서 온 색을 연구하고 소지 자체에 색을 넣어 표면을 연마하는 기법을 사용했다. 형태가 가진 선을 최대한 살리면서 편안함이나 치유의 감성이 드러나는 작업이 되도록 했고, 인위적인 색감이 아니라 최대한 자연스러운 계절의 색을 담았다.

작업의 재료 내 작업의 시작은 ‘석고’라는 소재다. 석고는 유연함과 단단함이라는 정반대의 성질을 동시에 가졌다. 자유로운 형태로 재생산이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엇도 아닌 하얀 덩어리가 내가 원하는 형태를 갖추는 것, 석고 원형 을 다 깎고 난 뒤에 얻는 성취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지금은 식물의 형태나 잎을 주로 작업하는데 덩어리 자체를 깎는 일도 재미있지만 석고 원형의 두께를 컨트롤하며 식물이 가진 유연한 곡선과 가녀린 느낌을 조각해 나가는 과정이 내게는 늘 새로운 도전이다.

영감 주변에 있는 모든 식물. 특히 식물의 선과 색. 식물의 형태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찾아가고 있다.

묘합 묘합은 ‘토끼띠들의 모임’이라는 뜻으로 내가 지었다. ‘교묘하게 여럿이 한데 모임’ 또는 ‘붙어 있으나 구분되고 구분되어 있으나 합쳐진 것’이라는 철학적인 의미도 있다. 동갑이지만 각자 작업을 하던 작가들이 전시를 통해 묘합의 의미를 잘 보여준 것 같다. 각자의 개성이 효과적으로 드러나면서 전체가 잘 어우러진 전시였다고 생각한다.

도전 항상 그랬듯 익숙하지만 잊고 있던 감성들이 녹아든 주제의 새로운 작업을 고민하고 있다. 한참을 미뤄온 개인전도 준비하고 싶다. 전시를 영상으로도 남겨볼 생각이다. 요즘은 기능적인 접시들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도자기 작가로서 내가 만든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는 재미도 크기 때문이다. 내 작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이 즐겁다. 작업하는 즐거움과 작업 기술이 더 오랜 시간 축적되었을 때 어떤 수식도 필요 없는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혜선/금속 바다에서 비치코밍(beachcombing)으로 수집한 파운드 오브제들을 금속에 조합해 랜턴 시리즈와 모빌을 만들며 그 외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BONCHU___

“금속 작업은 주로 대칭적이고 균형감 있는 형태라
늘 디테일을 가장 신경 썼는데,
바다 쓰레기를 활용한 작업을 시작하면서 자유로워졌어요.
색감이나 형태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중입니다.”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를 소재로 한 수건 걸이와 다양한 형태의 후크.

작품 설명 기본 후크의 형태에 맞춰 여러 작업을 모델링했는데, <소사로운> 전시를 위해 수건걸이를 새로 제작했다. 수건걸이 역시 후크에서 발전한 형태다.

작업의 재료 플라스틱 해양 쓰레기를 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 2016년에 ‘재주도좋아’라는 단체의 기획 전시 <바다로부터-바다 쓰레기 금속공예 전시>는 일반인들이 비치코밍(해변에서 무언가를 줍는 행위)을 한 플라스틱 바다 쓰레기를 서울에 있는 금속공예가들에게 보내, 쓰레기가 공예품이 될 수 있게 하는 취지의 전시였다. 그때 이 재료를 처음 만났고, 매력을 느꼈다. 플라스틱 재료 본연의 가장 큰 매력은 색깔이다. 금속 재료만 다루던 내게 플라스틱의 다양한 색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바다를 떠돌며 빛이 바랜 상태 그대로도 이야깃거리가 많지만, 가공하다 보면 본래의 색이 나타나기도 해서 작업 과정도 즐겁다. 부표의 여러 형태 또한 영감을 준다. 부표는 쓰임에 맞게 제작한 것이라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 그래서 좀 더 재미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영감 내 작품은 전반적으로 레트로 무드를 띤다. 철이나 나무로 된 빈티지 제품이나 앤티크 가구의 연결 구조와 디테일을 차용하기도 한다. 이전의 금속 작업은 주로 대칭적이고 균형감 있는 형태라 늘 디테일을 가장 신경 썼는데, 바다 쓰레기를 활용한 작업을 시작하면서 자유로워졌다. 색감이나 형태를 다양하게 시도하는 중이다.

묘합 같은 분야의 작가들과 소통할 기회는 많은데, 공예 전반의 작가들과 교류할 기회는 흔치 않다. 작업실을 같이 쓰는 김준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다 공예 분야에 동갑내기 작가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결국 모여 전시를 진행했다. 지금은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이자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나의 새 전시 10월, 국립현대미술관 산하 SeMA 창고에서 열리는 기획 전시 <창작자의 수집법>에 주요 작업인 랜턴과 모빌 시리즈를 전시한다. 바로 이어 제주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재주도좋아’ 주최로 비치코밍 페스티벌이 열리는 반짝반짝지구상회에서 랜턴 시리즈를 전시할 예정이다. 11월에는 삼청동에서 시계 그룹 전시와 반려동물 관련 용품을 전시한다. 조명 작업 외에 새로운 작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도전 과정이 부각되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 정해진 전시 기간에 맞춰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어떠한 형태의 작업물을 바닷물에 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과 함께 변화되는 과정을 찍고 그 결과물을 전시할 생각이다. 한편으로 요즘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사람들의 피드백을 바로 수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환경보호적 측면에서 업사이클링을 함께 실천하는 것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