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연 / 1998
프로듀서, 그룹 ‘(여자)아이들’ 리더
5명으로 구성된 그룹 (여자)아이들 앨범의 타이틀곡과 수록곡 대부분을 작사, 작곡, 편곡, 프로듀싱하고 있다. 그가 스물한 살에 완성한 데뷔곡 ‘LATATA’는 데뷔 20일 만에 음악 방송에서 1위에 오르며 세상에 아이들의 이름을 알렸다. 앨범 컨셉트와 뮤직비디오, 의상, 무대 구성까지 총괄하며 (여자)아이들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가고 있다.
(여자)아이들 어떠한 편견에도 갇히지 않으며 새로운 것, 남들이 안 한 것,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을 하고자 한다. 동시에 우리가 그룹이기에 앞서 회사라는 더 큰 팀이 있고, 멤버들 외에도 함께 일하는 많은 사람들과 항상 논의하고 움직이는 집단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으려 한다. 편견에 갇히고 싶지 않은 건 어릴 때부터 자리 잡은 가치관이다.데뷔 전 처음 작곡을 배울 때만 해도 여자 아이돌이 작곡을 배우는 경우가 드물어서 작곡과 프로듀싱을 하고 싶다고 말하면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고, 왜?’라고 물었다. 아이돌이자 프로듀서인 GD와 지코 선배님을 이야기하면 ‘그사람들은 남자잖아’라고 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여자)아이들에서 나는, (여자)아이들에서는 리더, (매니지먼트) 회사 안에서는 프로듀서이고자 한다. 리더와 프로듀서는 성격이 다른 일이다. 리더는 팀원들의 의견을 듣고 따뜻하게 소통하고 화합하도록 만들 줄 알아야 하는 반면, 프로듀서는 때로 어떤 의견은 무시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에게 프로듀서라는 책임이 주어졌다면, 어떤 순간에는 아무리 다수의 의견이라 해도 타협 없이 내 쪽으로 끌어와야 보다 분명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회사 안에서는 프로듀서로서, 그룹 안에서는 프로듀서이자 리더로서 결정한 사안에 대해 설득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리더는 하고 싶도록 설득하는 사람이다.” 프로듀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결정한 것을 해내야 하는 사람이다. 그 과정에서 시간과 에너지가 얼마나 들건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설득해야 하며, 설득의 최종 목표는 상대방이 하고 싶게 만드는 거다. 일방적으로 기분이 상한 채 무조건 따라와서는 안 된다. 설득을 잘하기 위해서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준비한다. 회의를 앞두고 변수와 이견을 예상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면서 ‘이런 의견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해야지’하고 일일이 대응 방법을 마련하는 편이다.
성공한 조직 누군가로부터 성공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당사자가 얼마나 흔쾌히 기분 좋게 받아들이는지가 성공의 척도 같다. 1등을 했어도 누군가의 덕으로 1위를 했다고 여기거나,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했는데 1위를 했다고 느낀다면 그건 성공은 아닌 것 같다. 하고 싶은 것을, 노력을 들여 최고로 잘해냈을 때, 수치를 떠나 우리가 원한 결과를 얻었을 때가 진정한 성공이 아닐까.
힘이 되는 말 평소에 거의 울지 않는데 멤버들에게 이런 말을 듣고 운 적이 있다. “소연아, 무슨 일 있으면 미리 말해줘. 그럼 우린 그냥 너의 편이 되어줄게. 네가 한 거냐고 누가 물어보면 너 혼자의 생각이라 하지 않고 그게 우리 모두의 의견이라고 할게. 그러니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지지 마. 같은 의견인 걸로 하자.”
동기부여 역할을 주는 것. 이를 위해 멤버 각자의 특성을 아주 세세하게 알기 위해 노력하고, 동시에 섬세하게 디렉션을 하려고 한다. 아이돌 그룹 특성 상 파트 분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럼에도 자부심이 있다면 적어도 나는 모든 곡에서 다섯 중 필요 없는 멤버는 없게끔 만들어왔다. 파트의 분량이 적다고 해서 임팩트도 없게 만들고 싶진 않다. 그 부분에 굉장히 신경 쓴다. 특정 멤버가 각 노래에서 맡은 부분이 분명하도록 만든다. 본인이 필요한 존재임을 알려주고, 알게 하는 것. 각 멤버의 존재 가치를 확실히 하는 것이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박혜림 / 2003
안무가, 댄스 크루 ‘아마존’ 리더
댄서 리아킴이 이끄는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 소속 안무가.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에서 사기가 떨어진 팀원에게 ‘잘하는 걸 하자’고 다독이고, 나아가 라이벌 상대에게 ‘같이 잘해야 한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
아마존 2021년 <스걸파>에 참여하기 위해 결성한 팀이다. 팀워크가 워낙 좋고, 배울 점이 많아 오래 함께 활동하고 싶다. 처음 팀원을 찾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기운’이다. 본인만의 길을 갈고닦아 만들어진 기운과 색깔이 있는 멤버들을 영입했다. 아마존은 한마디로 ‘기운 센 팀’이다. 기가 센 것과는 다르다.
아마존에서 나는, 함께 하는 일을 최대한 즐겁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응원단장이다. 분위기가 침체되거나 서늘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 ‘갑분싸’다. 팀원들이 늘 밝은 기운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팀 내에서 개그를 담당하고 있다.(웃음) 기분이 좋아야 하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그 마음으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걸 경험해왔다. 나를 재미있다고 생각해주는 팀원들 앞에서 필사적으로 재미를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리더는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이다.” 리더를 생각하면 ‘예쁜, 재미있는’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예쁜’은 마음이 예뻐야 한다는 건데, 혼란스럽다. 어떤 상황에서는 차가워 보일 정도로 결단력을 보여야 하는 일이기도 하지 않나. 그럼에도 적어도 팀원들에게만큼은 예쁜 마음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을,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한 사람이 상처받고 희생해야 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마음을 예쁘게 쓰고 재미있는 사람, 늘 같이 하고 싶고, 계속 보고 싶은 사람이고 싶다.
주의 사항 사기를 떨어뜨릴 만한 지적을 하지 않는 것. 상대방의 콤플렉스를 건드린다든지, 상대방도 이미고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비단 춤뿐 아니라 일상생활을 할 때도 그렇다. 나도 알고 있고 스스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정곡을 찔리면 마음이 너무 아프지 않나. 조언할 때는 경험을 토대로말하려 한다.
동기부여 무조건 당근. 당근을 듬뿍 줘서 본인 스스로 자존감을 높이고 이를 토대로 좋은 성과를 내면 이후 다시 당근을 주는 선순환이 동기부여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리더의 리더 김연경 선수. 타고난 재능에 피나는 노력을 더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 자신감과 본인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팀원을 격려하고 돕는 모습이 인상 깊다. 팀원들에게 기회를 고루 주고, 필요한 순간에 나서서 끝내는 모습이 멋있다. 경기하는 모습만 봐도 자존감이 높은 게 느껴지지 않나. ‘노력형 재능충’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김연경 선수야말로 재능이 넘치지만 몸이 방심할 틈을 안 주고 노력하는 사람같다.
의사소통 편을 나누는 표현이나 나이로 구분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듣기 좋은 말 중 하나가 아마존은 센터 배분을 잘한다는 칭찬이다. 무대에서 센터는 포지션의 일부일 뿐이며 팀의 센터는 누구나 될 수 있다. 적어도 본인이 짠 파트는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잘하기 때문에 본인이 앞에 서는 게 맞다. 나이나 경력을 따지지 않고 잘하는 사람이 가운데 서도록 포지션을 정한다.
조나인 / 2003
안무가, 댄스 크루 ‘턴즈’ 리더
<스걸파> 방송 초반부터 ‘어우턴(어차피 우승은 턴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 기량으로 경연마다 우수한 성적을 냈으며 최종 우승으로 이끌었다. 개개인의 뛰어난 역량을 균형 감각과 추진력으로 팀을 조율하는 조나인의 리더십에 대한 호평도 많았다. 댄스 크루 ‘저스트절크’의 멤버이기도 하다.
턴즈 5명으로 구성된 턴즈는 지난가을 <스걸파>를 준비하며 결성했다. 최대한 스펙트럼이 넓고 장르에 제한이 없으며 어떤 것도 해낼 수 있는 능력치가 있는 이들과 함께하고자 했다. 팀원이 많으면 퍼포먼스에 힘을 실을 수 있고, 팀원이 적으면 적은 대로 각자의 매력을 최대로 살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후자를 선택했다. 턴즈는 장르에도, 움직임에도 제한을 두지 않고 무대마다 컨셉트를 달리한다. 항상 작품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춤을 추는 팀이다. 매 순간 ‘무조건 도전!’의 마음으로, ‘우리 식으로 소화하자’가 턴즈의 기조다.
턴즈에서 나는, 공동의 목표를 이끎과 동시에 이 과정에서 모든 멤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사람.
의사 소통 논의할 때 내 의견은 가장 마지막에 말한다. 의견을 내는 데 부담을 느끼는 팀원이 있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모두의 의견을 들은 뒤 내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팀원 개개인의 생각과 능력이 팀 안에서 잘 섞이길 바라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듣고 수용하려 한다. 그냥 ‘좋아요’라고 말하기보다 자신의 의견을 확실히 말해주는 팀원들 덕분에 고정관념이나 막혀 있는 생각이 풀리는 경험을 했다. 그 결과 더 다양한 무대를 할 수 있었고, 턴즈만의 색을 찾을 수 있었다
동기부여 중요한 일을 앞두고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끝까지 가자’다. 우리가 어떠한 것을 위해 시간을 쏟고 노력했다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자고 독려한다. <스걸파> 무대를 할 때도 ‘최선을 다하면 됐어’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확신이 없고 불안했지만 우리가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받아들이자고 팀원들과 이야기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팀원들도 ‘그래, 이렇게 했는데 끝까지 안가면 억울하지’ 하고 각자 마음을 재정비 하더라.
힘이 되는 말 ‘리더는 보스가 아니다.’ 리더는 이끌어주는 사람이지 지배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말에 공감했다. 지배하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되면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도 내가 너희를 위해 팀을 이끈다거나 희생한다는 식의 표현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팀원들이 내가 리더임을 인식하지 않게끔 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턴즈가 조나인의 팀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한 사람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같이한다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팀이니까.
주의사항 예민해지지 않도록 주의한다. 말할 때 어투도 ‘무엇 무엇을 해’보다는‘무엇 무엇을 해준다면 이런 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하는 식으로 한 번 더 생각하고 말하려고 신경 쓴다. 리더의 자리에 있다보면 어느 순간 누구나 예민해지는 상황이 생긴다. 이때 어떤 방식으로 대처하고, 팀원들을 대할지는 결국 본인의 능력이라고 본다. 리더 자리에 있는 이들이 예민한 상태에서 생각 없이 말을 뱉을 위험이 있지 않나. 듣는 사람은 알겠다고 대답하고 지시대로 행한다 한들 그게 과연 잘 만들어진, 좋은 결과물일까.
김소연 / 1994
미디어 플랫폼 ‘뉴닉’ 대표
시사 뉴스를 친구에게 말하듯 쉽고 다정하게 풀어 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뉴스레터 뉴닉. 현재 약 40만 명(2022년 2월 기준)의 구독자를 확보해 뉴스레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 카카오벤처스 등에서 총 25억원의 투자를 받으며 대대적으로 규모를 키웠다. 뉴닉 김소연 대표는 <포브스>가 선정한 ‘30대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된 바 있다.
소통 방식 신뢰를 지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적인 피드백을 할 때도 우리는 같은 편이고, 함께 더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해야 한다. 상대방의 신뢰가 흔들릴 때 먼저 손 내밀어야 하는 건 무조건 리더 쪽이어야 한다.
뉴닉 2018년에 설립한 4년 차 스타트업이다. 뉴닉 고유의 조직 문화를 ‘뉴닉 스피릿’이라고 명명하고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뉴닉은 다양성과 존중, 성장과 발전을 추구하는 조직’이다. 사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젠더와 성적 지향이 다양한 팀원들이 공존할 수 있는 레인보우 가이드를 배포하고,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동료들을 배려해 간식과 회식 메뉴 등은 비건식을 옵션으로 포함한다.
뉴닉에서 나는,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업데이트하며 팀원들이 일을 잘해낼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다.
“리더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모든 일을 하는 사람이다.” 비전만 제시하는 우아한 모습이면 좋겠지만그래서는 리더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다. 이상적인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실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일하는 사람들을 챙겨야 한다. 이 세 가지 일은 연결돼 있으면서도 동시에 꽤 다른,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리더의 의무다.
동기부여 무엇보다 개개인이 맡은 일이 잘되는 것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본다. 이때 리더의 역할은 성공의 결과를 팀원 스스로 만들고 목격할 때까지 필요한 지원과 피드백을 아낌없이 주는 것이다. 사기가 떨어진 팀원의이야기를 들어보니 업무 속도와 리더십에 대해 진지한 문제의식을 가진 경우가 있었다. 그를 믿고 중간 조직의 장을 맡겨서 리더십을 실천하게끔 배치했더니 답답한 마음도 해소되고 자신이 이끄는 팀을 보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더라. 업무 강도와 동기부여가 반드시 반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낡은 리더십 예전에는 상사의 불호령 같은 것이 통했지만 위계에 의존한 엄격한 리더십은 변화한 시대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리더는 칭찬하지 않는다>라는 책을 무척 좋아하는데, 제목만 보면 칭찬하지 말고 엄격해지라는 것 같지만 오히려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칭찬의 속성을 보면 칭찬 역시 위계를 기반으로 한 피드백이라는 거다. 위계에 따라 칭찬하거나 꾸짖는 대신 같은 눈높이에서 깊은 신뢰와 용기를 전하고, 직원들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게 돕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나도 그런 리더가 되고 싶다.
리더의 리더 초등학생 때부터 가수 보아씨를 좋아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자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높은 위치에서 받는 압박과 책임감을 인지하고 극복하는 동시에 대중의 반응에 변화가 생기면 그 역시 받아들인다. 새로움만을 좇으며 태세를 바꾸고 흔들리는 게 개방적인 것이 아니다. 새로운 것을 성실하게 파악하되 자신의 명확한 스타일이나 자아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건강하게 열린 태도로 자신과의 경쟁에 집중하는 보아 씨를 보며 많은 걸 배웠다.
박서우 / 1996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 ‘데이지 서우 박’ 대표
데이지 서우 박(Daisy Suhwoo Park)이라는 이름으로, 영국 왕립예술대학(RCA) 졸업 컬렉션을 시작으로 여러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르네 샤이벤바우어(René Scheibenbauer), 딜라라 핀디코글루(Dilara FIndikoglu)와 일했고, 현재는 서울에서 브랜드 더뮤지엄비지터와 함께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몸에 대한 자부심을 끌어올리는 도구로서 자유롭게 옷을 선택하길 바란다.
데이지 서우 박 1인 프로젝트 겸 브랜드로서 아직 상업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내가 담고자 하는 서사와 메시지에 함께 살을 붙여주는 이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옷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여성이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드러내고 가리며 정체성을 담아낼 자유를 갖는 것, 그리고 비단 패션뿐 아니라 일상 곳곳에서도 그러한 자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길 희망한다.
데이지 서우 박에서 나는, 디자이너이자 메이커, 마케터, 생산 공장, 사진작가이자 피팅용 마네킹.
리더는 메시지를 선도하는 사람이다.” 어떤 집단이나 브랜드를 대표하기보다는 메시지를 제시하는 리더이고 싶다. 더뮤지엄비지터, 딜라라 핀디코글루 같은 브랜드와 함께 일한 이유도 저마다 중요한 삶의 가치를 리더로서 이해하고 공유하고 재해석해 이야기하는 사람이고 싶어서다. 세계 곳곳의 도시를 이동하면서 다양한 여성을 만나고 이야기해보고자 하는 이유 역시 하나의 고정된 브랜드가 아니라 유기적인 프로젝트로서 존재하고싶기 때문이다. 이는 훗날 많은 여성의 삶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그 메시지를 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의사 소통 어떤 일에 대해 당시에 최선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성급히 결정하고 답을 제시하지 않으려고 한다. 원활한 소통에서 빠른 답변보다 중요한 것은 말을 번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점이 상대에게 신뢰를 주는 데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동기부여 현실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대안이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함께 모색해갈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
성공한 조직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나의 시간을 기꺼이 함께 쓰고 싶은 곳.
리더의 리더 런던에서 활동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디자이너, 비디오 아티스트인 동시에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줄리 버호벤(Julie Verhoeven). 그와 나눈 대화를 잊을 수 없다. 가장 급진적이고 자유로운 예술가이자 젊은 디자이너를 양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단순히 급진적이고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하는 데서 나아가 본인의 삶까지도 그러한 자신이 만들어온 색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침이 되는 말 “I have no particular woman in mind. I design clothes for everyone who shares the same sense of values.” _Rei Kawakubo, 2000(“염두에 두는 특정 여성상은 없다. 나는 단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모두를 위해 옷을 디자인한다.”) 나 역시 특정 타깃이나 뮤즈를 두기보다 나와 같은 가치관을 지닌 각기 다른 배경과 국적을 가진 사람들 모두를 마음에 담고 작업하려고 한다.
낡은 리더십 성장하면서 ‘리더십’이라는 말을 참 많이 듣고, 이에 대해 배워왔다. 마치 세상 사람 모두가 리더여야 할 것처럼. 방향성을 정하고 이끄는 이가 있으면 동시에 방향대로향할 수 있도록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리더는 반드시 자신감에 차고 파이팅 넘쳐야 한다는 통념은 낡은 생각인 것 같다. 누구나 상황에 따라 리더가 될 수도, 조직 구성원이 될 수도 있다. 그 전환이 자유롭고 유연할수록 좋은 조직 아닐까.
김라경 / 2000
국가대표 야구 선수, 야구단 ‘JDB’ 주장
한국 리틀 야구단 최초의 여자 선수이자 중학생이던 시절에 최고 구속 110km/h대의 빠른 공을 던지며 일찍이 주목받았다. 이후 열일곱 살 때 최연소 대한민국 여자 야구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한국 4대 프로스포츠 리그 중 유일하게 여성 리그가 없는 야구. 여성 청소년이 환경적 사회적 한계에 굴하지 않고 야구의 꿈을 지키기 바라는 마음으로 야구단 JDB(Just Do Baseball)를 창단했다.
JDB에서 나는, 선수단에서 플레잉 코치이자 주장이고, 경영 팀에서는 대표를 맡고 있다. 선수단 내에서는 구단 초기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신뢰와 확신을 줘야 했다. 처음 시도하는 여성 청소년 외인 구단이기에 창단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일단 나부터 구단 운영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가져야 했으며 동시에 주변의 걱정과 의문을 덜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선수 개개인의 환경과 감정을 이해하는 동료이자, 경영을 위해 경기장 섭외와 홍보, 감독과 선수 일정 조율 및 연습 스케줄 정리, 회의 진행과 대외 협력까지 두루 해내야 하는 사람이다.
“리더는 우려 속에 더 단단해지는 사람이다.” JDB팀에는 2021년 기준 국가대표 선수 8명이 활동 중이다. 여자 야구 활성화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외부 활동을 병행하는 데 대해 걱정하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이 많았다. 실제로 대표팀 내부에서 이 사안이 심각하게 거론되자 JDB 선수들을 모두 불러모아 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며 JDB 활동을 그만두라고 압박했었다. 이분들의 걱정 어린 시선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그만두어야 할 이유보다 나의 신념, 우리의 목표와 꿈이 더 컸기 때문에 선수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대표로서 우리의 신념과 목표 그리고 진정성에 관해 목소리를 냈다. 이런 일을 겪을수록 나의 신념과 팀의 사기는 단단해졌다. 여자 야구 활성화 프로젝트를 구상할 때의 초심을 다잡게 해주는 동시에, 리더로서 뭔가 모를 묵직한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동기부여 ‘목표의 교집합’을 설정한다. 이를 위해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를 나눠 파악해야 하는데 이때 선수 개개인이 처한 환경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JDB의 목표는 ‘여자 야구 활성화(인프라 구축)’와 ‘야구 즐기기’다. 팀 내 선수 개개인의 목표는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누군가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일 수 있고, 다른 누군가는 흥미와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 가운데서 공통분모를 찾아 동기를 극대화하려고 한다.
위기관리 경영진 대표로서, 코치로서, 주장으로서그리고 한 팀의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두의 힘이 필요했고 그 힘을 모아서 판을 구축해야 했지만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었다. 그 가운데서 내가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압박감에 짓눌릴 때도 있었다. 부정적인 생각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첫째,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했다. 지금 처한 상황, 목표 등을 공유하고 자문했다. 둘째, 자신을 믿는다. 지금 실패하더라도 나는 이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몇 번이고 문을 두드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결국 그 문은 열릴 것이라는 믿음과 확신을 갖고 천천히 나아가고자 했다.
야구단 JDB 체계적인 연습 시설이 없는 환경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실력을 키워온 여성 청소년을 위한 기관을 세우기 위해 시작했다. 여성이 ‘보는’ 야구가 아니라 ‘하는’ 야구로 변화하길 바랐다. 야구에 열정을 가진 여성 청소년이라면 누구든 한 팀이 돼 함께할 수 있는 열린 팀을 지향한다. 현재 14명의 선수와 선수단을 지원하는 6명의 경영진으로 구성돼 있다.
민유나 / 1996
여성 속옷 브랜드 ‘리무브’ 대표
론칭 4년 차의 속옷 브랜드. ‘Diverse choice for women’이라는 모토 아래 여성 속옷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노브라 대안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민유나 대표를 포함해 총 3명의 여성으로 이뤄진 팀으로 브랜드 가치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리무브 노브라를 고수하는 건 여성들에게 아직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과도기에 리무브의 제품을 통해 조금이라도 여성 속옷의 선택권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을 중심으로 모인 덕분에 리무브는 어떠한 부연 설명 없이도 서로 잘,맞는 팀이다.
리무브에서 나는, 리무브가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브랜드의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들이 필요 이상으로 불편을 겪는 지점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든 과정에 필요한 일을 담당하고 있다.
의사 결정 여성의 선택권과 편안함에 가장 중점을 두고 최종 결정을 한다. 여성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모습을 최대한 다양하게 상상하면서. 브랜드 미션에 기반을 둔 결정을 할 때는 일시적으로 손실이 생기더라도 여성들과 유대감과 믿음을 쌓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
동기부여 리더라고 해서 거창하게 동기부여나 미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매주, 매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팀원들과 의논한다. 그런 매일이 쌓여서 목표로 한 결과가 만들어졌을 때야말로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되는 최고의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로서 동기부여를 하기보다 팀 리무브로서 함께 만든 결과물 자체가 동기부여가 아닐까.
성공한 조직 브랜드의 미션에 대한 팀원 개개인의 진정성이 바탕이 된 조직. 리무브의 제품 디자이너는 입사 전부터 노브라를 고수한 이다. 지금은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들과 더 많은 여성이 편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비주얼 디렉터는 리무브에 합류하며 처음 노브라를 선택했고 지금은 본인이 경험한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자인한다. 우리 셋 다 리무브가 첫 직장이다. 주변에서 단 셋이서 어떻게 이 많은 일을 소화하느냐고 걱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우리의 능력과 진정성을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다.
낡은 리더십 전에는 리더라고 하면 어떤 상황에서건 강인하고 굳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절대 힘들어하거나 지친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었다. 요즘은 개인적인 고민이나 업무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들을 공유하려 한다. 매 순간 강인함을 유지하려고 무리하기보다 때때로 나약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빠르게 회복하는 게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리더의 리더 여성주의 시트콤 <언브레이커블 키미슈미트>를 좋아한다. 자신이 믿는 정의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다. 주인공 키미는 사회에 만연한 미소지니를 없애기 위해 어린 소년들을 위한 동화책을 쓰는데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키미의 동화책을 읽고 변한 남자들도 생긴다. 현실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따뜻하고 재미있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어 나가더라. 가치관을 지키는 방법이 너무 고되지 않길 바라고, 재미있고 따뜻하게 풀어가고 싶다. 무엇보다 키미처럼 그 길에 함께해주는 친구들과 계속 실없이 장난치면서 살고 싶다.
강민진 / 1995
청년정의당 대표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위계에 따른 폭력에 문제의식을 느낀 이후 열일곱 살 때부터 청소년 인권 운동,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해왔다.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위원회 위원, 대한민국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 등을 거쳐 2019년 정의당 혁신위원 및 대변인을 맡았으며 2021년부터는 당내 청년 조직인 청년정의당을 이끌고 있다.
청년정의당 정의당은 2012년에, 청년정의당은 2021년에 탄생했다. 청년정의당은 정의당 내에서 청년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독립 기구다. 정의당 내 만 35세 이하 당원은 모두 청년정의당에 소속되므로 전체 규모는 약 6천명이다. 청년정의당은 ‘진보 정치’의 내용을 새로운 세대의 시야와 감각으로 만들기 위한 시도의 일으으로 탄생했다. 우리는 일상의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믿고, 내 삶으로 경험한 문제의식을 정치화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의 위기를 대비하는 책임 있는 정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50대 아저씨’로 대표되는 정치의 얼굴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 무대에 등장해야 한다고 믿는다.
청년정의당에서 나는, 정의당 내 정치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지면서도, 기존 정의당에 익숙한 문법과는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정의당 자체도 주류 정당이 아닌 소수 정당이지만, 청년 정의당 대표라는 자리는 정의당 내에서도 ‘야당 리더’와 같은 위치다.
의사 소통 나이가 어린 여성 리더로서는 일을 할 때공적인 관계로서 대화하려고 특히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는 비단 나만의 어려움은 아닐 거다. 나이와 성별이 아니라 정당하게 부여된 역할을 존중하며 소통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동기부여 사람은 누구나 ‘의미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고 싶어 하고, 스스로가 쓸모 있는 사람이란 걸 느끼고 싶어 한다. ‘의미 있는 일’을 한다고 느끼는 것이 ‘나는 쓸모 있는 사람이야’라는 자부심을 가지는 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고, 이는 자신이 조직 내에서 의미 있는 사람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과도 연결된다. 그러므로 결국 당신에게 맡기려고 하는 일이 왜 필요한 일이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잘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낡은 리더십 ‘리더는 강하고, 초연하고, 훌륭해야 한다’는 관념. 이런 생각이 오히려 솔직한 소통을 막는 것 같다. 정치 영역에서는 리더에 대해 지나친 환상을 품었다가 그게 깨지면 크게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모든 면에서 훌륭한사람은 없고, 다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있다고 생각한다.
변화하고 있는 리더십 나의 동료,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그동안 자신이 받았던 악플들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정치 리더들은 강하고 초연하길 요구받기에 주변으로부터 악플에 상처받은 자신을 내보이지 말라는 조언도 들었을 것 같다. 하지만 악플 전시를 열어서, 솔직한 자신의 심정을 내보인 것이 오히려 멋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세대의 정치는 좀 더 솔직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리더의 리더 그레타 툰베리. 사람들을 설레게 했고, 영감과 꿈을 주었고,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어냈다. 그 무기는 ‘순도 100%의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는 사람이다.” 리더가 하고자 하는 도전에 가슴이 두근거려 기꺼이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 리더는 리더다워진다.
오세연 / 1999
영화 <성덕> 감독, 영화제작사 해랑사 대표
2021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한 편으로 꼽힌 영화 <성덕>. 오랜 시간 한 사람의 열렬한 팬으로서 살고, 성장해온 감독이 2019년 버닝썬 사건을 통해 자신의 우상이 범죄자가 되었음을 알게 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팬덤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영화를 만들었다. 이른바 ‘덕질’에 누구보다 진심이었던 10명의 깊은 한숨과 눈물, 웃음이 진솔하고도 영민하게 담겨 있다.
해랑사, 영화 <성덕> 영화제작사 ‘해랑사’는 ‘사랑해’를뒤집어 지은 이름이다.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오래도록 영화를 사랑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영화 <성덕>은 동년배 작업자들과 함께 만들려 애썼는데 그러다 보니 비슷한 감각을 지닌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3년간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시간차를 두고 각각의 조연출들과 작업을 해나갔다. 돌이켜보면 영화의 초중후반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동료들을 만난 것이 행운같다. 이들은 고집 센 내가 다른 방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영화 <성덕>에서 나는, 프로듀서이자 감독, 촬영자이자 편집자. 요즘은 해랑사의 SNS 관리와 홍보에 진심을 다하고 있다. 모든 일을 도맡아 하는 척하지만 실은 늘 주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엉성한 사람이다. 하지만 익숙한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고, 무모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도 서슴없이 도전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리더는 물음표를 옮기는 사람이다.” 영화를 만드는 감독에게는 선택의 순간이 자주 주어진다. 오늘 촬영은 이대로 접어야 할지, 이 장면 다음에 어떤 컷을 붙여야 할지, 이 부분에서 인터뷰를 얼마만큼 보여줄 것인지, 이런 구체적인 일뿐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 매순간 고민했다. 그럴 때마다 동료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어떻게 할까?”하고. 상대의 대답을 듣고 의견을 나누다 보면 내가 질문을 한 이유가 명확해졌다. 그렇게 상대에게 향했던 물음표는 곧 다시 내게 돌아오더라. “나는 어떻게 하고 싶지?” 하고. 그때 마음의 소리가 슬그머니 나오는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또는 “사실 나는 이렇게 하고싶어” 하고.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 질문하고 스스로에게 한 번 더 되묻는 과정을 거쳐야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야 후회하지 않는다.
의사 소통 영화를 만들다 보면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일이 고되기도 하고, 예민해지는 상황들이 있다. 의견이 달라 시작된 토론이 언쟁으로 번지기도 한다. 결국 보면 각자 맡은 바를 잘하려다 생기는 일이다. 서운한 것이 있으면 오래 묵히지 않고 최대한 빨리 다 말하려고 노력한다. 말하지 않으면 모르니까. 동시에 함께 일하는 이들에게도 부탁한다. 미워하는 마음이 커지기 전에 솔직하게 다 이야기해달라고.
낡은 리더십 나이와 경력으로 판단하는 일. <성덕>을 만들기 시작한 게가 스물한 살 때인데,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특히 나이가 어리고 단편영화 연출 경험조차 없다는 이유로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
다. 나이와 경력은 내가 당장 노력한다고 얻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억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관객들이 재미를 느끼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던 건 누군가가 내게 약점이라고 했던 조건들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어리고 경력이 없다고 해서 리더십 있는 사람을 배제하지 않길 바란다.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 등으로 완화되는 추세일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예술 분야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제작 지원 사업에 신청서를 작성할 때 필모그래피나 전작의 스크리너를 첨부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스스로가 작아지는 경험을 했다. 전작이 없는 사람에게 전작이 될 만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변화하고 있는 리더십 하나의 팀에 리더가 한 명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리더가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같다. 힘이 되는 말 “망해도 된다.”
성공한 조직 남의 눈치를 보느라 적당하게 의견을 통일하지 않고 누구나 자기 생각을 주장할 수 있는 조직. 찬성과 반대가 부딪쳐 처음부터 만장일치가 나오지 않는 팀이었으면 한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당연한 일로 여겼으면 좋겠다. 그래야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김가현 / 1990
숏폼 교육 콘텐츠 스타트업 ‘뉴즈’ 대표
Z세대 타깃 숏폼 1호 지식 MCN ‘메이저스 네트워크’의 운영사이자 숏폼 전문 제작 스타트업. 2021년 틱톡 공식 1위 교육 MCN 선정, 조회수 6억 회, 총 팔로어 6백30만 명을 보유하며 10~20대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다. 2021년 클린콘텐츠 캠페인 대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뉴즈에서 나는, 회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비전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이끄는 일을 한다. 뉴미디어라는 새로운 여정에서 모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비전을 제시하고, 현실화될 수 있게 함께 뛰고 있다.
“리더는 회사와 비전, 사람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이다.” 1백 개의 스타트업이 있다면 1백 가지 리더십이 있다고 본다.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천편일률적인 성공 법칙이나 리더십은 통하지 않는다. 미개척지에서 시행착오는 당연한 일이다. 그러니 그 안에서 리더 역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동시에 희망을 잃지 않고 부족한 것은 채우며 나아가고자 한다.
의사 소통 솔직하게 다가가려 한다. 쌍방향 소통을 하려면 결국 서로 솔직해야 가능하다. 회사 매출, 영업이익, 재무제표 등을 동료들과 공유하며 회사가 어떠한 여정에 있고, 어느 자리에 위치하고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려하며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동기부여 ‘비전 보드 그리기’ 등을 통해 함께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 나눈다. 스타트업이 지닌 가치는 ‘세상에 없던 것을 하는 것’이다. 처음 가는 여정이기에 내가 잘하고 있는 것일까 고민할 때마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겪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세상에 없던 회사를 만들고, 세상에 없던 가치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우리만의 길을 개척해나가는 것이니 불안해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한다. 설사 길을 잃어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걸릴 뿐 다시 돌아가 길을 걸으면 되니까. 처음 가는 길이기에 다소 헤맬 수 있겠지만 우리만의 의미 있는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라는 점을 자주 상기시키려 한다.
성공한 조직 조직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이 동반하는 조직. 팀원이나 크리에이터를 영입할 때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 “우리 회사는 미래 세대를 위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정보와 인사이트를 통해 미래 세대의 정보의 양극화를 해소하는 비전에 동의하는가?” 몸 담고 있는 회사도 각자 인생의 한 부분이기에, 회사와 같은 가치관을 지니고 있는지 확인한다.
낡은 리더십 대담한 리더들은 ‘정답’을 가진 척하지 않으며 불편하거나 거북한 대화와 상황을 회피하지 않고, 자신의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한다고 말한다. 여전히강력한 카리스마, 완벽주의와 같은 옛날 리더십에 갇혀 있다면, 이제는 모든 리더들이 두려움을 마주할 용기를 내고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때라고 본다.
이호정 / 1998
키즈 브랜드 ‘두들’ 대표
아이들의 그림을 디자이너가 나만의 가방, 문구, 생활용품, 액세서리 등 맞춤형 프로덕트로 만들어주는 두들. 이호정 대표가 대학교 3학년 전공 수업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창업 동아리에서 발전시키며 법인을 설립하고 벤처 캐피털 본엔젤스 벤처파트너스에서 시드 머니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해나가고 있다.
두들 창의적인 아이들이 저마다 개성을 담아 직접 만드는 키즈 브랜드다. 현재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새긴 맞춤형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4명의 팀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평균 나이 25세의 젊은 조직인 초기 스타트업답게 팀원 모두 열정과 패기 넘치는 태도로 배우고 성장하며 일하는 곳이다.
두들에서 나는, 스타트업 특성 상 다양한 일을 하고 있다. 조직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부터 구성원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챙기고, 고객과 생산 라인, 투자자 등 외부와의 소통 등을 담당하고 있다.
“리더는 조직에 색채를 입히는 사람이다.” 아무래도 아직 작고 불안정한 초기 스타트업은 리더의 에너지가 팀원들에게 전이되고, 이러한 개개인의 에너지가 모여 조직의 색을 좌우한다. 출근해서 경쾌하게 인사를 나누거나 밝은 미소와 활발한 리액션을 주고받는 등 사소한 것들이 회사 분위기 결정한다. 리더로서 폭풍우 속 돛단배 같은 스타트업 여정에 밝고 따듯한 색채를 입히고 싶다.
의사 결정 올바른 의사 결정은 리더의 가장 큰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 과정에서 중심을 잡고 포기하지 않는 가치는 두들의 존재 이유다. 두들은 창의적인 아이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서비스다. 사업을 하며 단기적인 이익을 낼 기회나 이로운 제안을 받기도 했지만 장기적으로 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브랜드 이미지에 맞지 않는 제안은 과감히 거절했다. 우리가 이 사업을 왜, 무엇 때문에 하고 있는지를 잊지 않으려 한다.
주의 사항 자신감 없는 태도. 불안정한 스타트업에서 근거에 기반한 리더의 확신에 찬 태도는 중요하다. 구성원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한다.
낡은 리더십 계급에 의한 권위주의적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 상사에 대한 진정한 존경은 권위가 아니라 그 사람이 보여주는 비전과 실력에서 나온다.
동기부여 작은 부분이라도 긍정적인것은 공유하고 나누면 그 효과가 배가된다고 믿는다. 작은 성과와 발전이라도 그 의미를 서로 상기시키고,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우리끼리 두들은 ‘꼬물꼬물’ 성장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작지만 긍정적인 움직임이 쌓여 더 크고 빠른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최보라 / 1997
비주얼 스튜디오 KNC Studios 공동대표
최보라, 김재욱을 중심으로 한 비주얼 스튜디오. 2020년부터 패션 스타일링과 비주얼 디렉팅 등 비주얼에 관한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다. CL, 릴체리, 수민 등 다양한 뮤지션과 협업하고 있으며 그 밖에 브랜드 에디토리얼, 뮤직비디오와 영화 의상 작업 등을 해왔다.
KNC STUDIOS 기획 단계부터 촬영, 현장 진행까지 화보, 광고 등 다양한 매체의 성격과 컨셉트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이미지를 고려해 주요 타깃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비주얼을 구상하고 있다. 패션 산업 안에서 주류의 흐름에 편승하기보다 우리 식으로 재해석하고, 관습에서 벗어난 시각적 새로움을 제시하자는 기조로 작업마다 우리의 색을 더하려고 노력한다.
KNC STUDIOS에서 나는, 트렌드가 될 만한 스타일과 아이템을 연구하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스타일링에 활용하는 등 전반적인 비주얼을 기획하고 디렉팅한다. 공동대표 체제이기 때문에 특정한 한 사람을 리더로 두지 않고 프로젝트마다 먼저 나서서 이끄는 사람을 리더 삼아 일한다. 서로가 서로의 리더가 되는 거다.
“리더는 그럼에도 하자고 말하는 사람이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용기가 차별점을 만들어낸다고 생각한다. 준비할 시간이 촉박하거나 주어진 예산에 한계가 있을 때 일을 포기하는 건 쉽다. 그런데 거기서 하자고 하는 게 용기인 것 같다. 누가 봐도 포기할 만한 상황에서 놓지 않는 사람이 리더 아닐까.
동기부여 우리 쪽에서 먼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 시작할 때 다짐한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그리고 노력이 성과로 치환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동기부여 방법같다. 의식적으로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팀원들 앞에서 ‘노’라고 말하지 않는다. ‘노’라고 말하는 건 쉽다. 하지만 우리가 따로 알아봐서 결국 진행하는 모습 일이 되게 만드는 모습을 거듭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행동만으로 동기부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힘이 되는 말 “어떤 일이든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단 한 발걸음이라도 나아갈 용기를 낼 때, 그때 자신의 길이 시작된다.” 이 팀을 시작한 뒤 내가 이뤄내는 모습을 스스로 목격하는 경험을 많이 했다. 팀을 만들지 않았다면, 시작하지 않았다면 길이 열리지 않았겠다고 깊이 깨달은 적이 있다. 자기만의 길을 가고 싶지만 망설이는 사람이 많을 거다. 나 역시 그랬다. 경험하고 나면 쉬워지는 게 있다. 해보지 않으면 계속 망설이게 된다. 누구든 한번 크게 용기를 내서 스타트를 끊고 나면 그 뒤부터는 개척해나갈 힘이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게 될 거라고 믿는다.
주현 / 2004
그룹 ‘라잇썸’ 리더
7년 동안의 연습 기간을 거쳐 그룹 라잇썸의 리더이자 메인 댄서로 합류했다. 8명의 팀원 중 다섯째로 막내 라인에 속하지만 회사 내에서 연습한 기간이 가장 길고 그 기간 동안 멤버들과 원활하게 소통한 경험을 쌓아 리더를 맡게 되었다. 부드럽고 유연한 태도로 동료들을 아우르고자 한다.
라잇썸 8명으로 구성된 걸 그룹으로 작년 6월에 데뷔해 이제 반년이 조금 넘은, 새싹 신인 아이돌이다. ‘라잇썸’은 ‘빛을 모으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이름처럼 노래를 통해 사람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전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라잇썸에서 나는, 기둥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멤버들이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인 것도 좋지만, 실력 면이든 대중에게 비치는 모습에서든, 팀 안에서 중심을 잡고 멤버들의 기복이나 다른 의견들을 흡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룹 결성 당시 취향과 개성이 강한 멤버들이 한 팀으로 뭉치기 위해서는 가운데서 중심을 잡는 사람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나이는 어리지만 성격이나 성향이 중립적인 편이라 연습 기간 동안에도 멤버들이 이야기할 때 중간자 입장에서 듣고 정리한 적이 종종 있는데 그런 경험이 쌓여 리더가 될 수 있었다.
의사 소통 어떤 의견이든 거리낌 없이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려 한다. 내가 나이가 많거나 자기 주장이 센 리더가 아니기에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다고 멤버들이 이야기한 적 있다. 팀에는 일본인 멤버도 있고 나이가 어린 멤버도 있는데 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언제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고,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의견을 들으며 지혜로운 방향을 찾아가려 한다.
“리더는 문제의 한가운데 서 있는 사람이다.” 리더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가운데 있는 사람이 아닐까. 팀 내에 어떤 문제가 있을 때 늘 그 한가운데서 최대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을 잡을 줄아는 사람이 리더다. 또한 모두가 한 방향으로 나가갈 때도 어느 한 사람이 지나치게 앞서거나, 뒤처지지 않게 적당한 속도를 맞추는 사람이 리더라고 생각한다. 주의 사항 입으로 내뱉는 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을 것. 특히 리더로서 제일 중요한 덕목이 팀원들이 얼마나 리더를 믿는가 아닐까. 나를 얼마나 믿어주는가 하는 점이야말로 좋은 리더의 기준인 것 같다. 팀원들의 믿음을 해치지 않도록 신념과 행동이 다르지 않은 사람이 되려고 한다.
힘이 되는 말 BTS의 RM 선배님이 어느 인터뷰에서 “그 누구도 가본 적 없는 곳에 도달했지만, 그래도 여느 청년처럼 ‘우리도 사람이다’라는 것을 잊지 않을 거다”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완벽하게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
을 수도 있지만, 아이돌로서 이 일에 임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 한 명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전해졌다. 그래야 서로 존중하며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라잇썸이 지금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되더라도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조직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이 질문을 던졌을 때 모두 같은 답을 말한다면 성공한 팀이 아닐까. 구성원의 목표와 지향점이 같은 조직이라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결과에 대해 팀 전원이 ‘이건 우리 팀이기에 가능했어!’라고 말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