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일 어소시에이션 (Soil Association)의원예ㆍ농업ㆍ임업 부문 총책임자이자 가드닝의 모든 과정에서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방법과 그리고 잉여 농산물까지 활용할 수 있는 노하우가 담긴 책 <제로 웨이스트 가드닝>의 저자,
영국인 농부 벤 래스킨 (Ben raskin)과 제로 웨이스트와 가드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환경문제는 35년 전 학교 모의 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활동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채소를 유기 농법으로 재배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죠. 그리고 처음에 했던 원예 일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어요. 주로 제초제를 사용해보며 그것이 자연을 어떻게 망치는지 똑똑히 보았죠. ‘생명과 토양을 존중하는 것’이 농사의 기본이라는 저의 믿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가드닝 과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이면 환경문제가 개선되는 건 맞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제로 웨이스트 가드닝을 실천하는 것 이외에 환경을 위해 하는 행동이 있나요?
맞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닥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해결책은 없죠. 무엇보다 모든 소비를 줄여야 하지만 원할 때 언제든 여행을 가고, 최신 전자 기기를 구매하는 데 익숙한 문화에서는 특히 어려운 일이죠. 우리는 일부 가축과 함께 자연 번식을 활용하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식량 생산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축을 먹어 단백질을 섭취하기 때문에 가축에게 곡물을 먹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하지만 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땅일지라도 (풀이 자라게 해) 가축에게 풀을 먹여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은 썩 괜찮은 방법입니다. 목초지가 많이 분포한 영국에서 더 잘 활용하기도 하고요.
책을 쓰며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나요?
영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인지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넘기곤 해요. 그래서 저는 농부이자 가정에서 요리를 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가지고 있는 과일과 채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채소에 대해 먹을 수 있는 종류와 부분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당근의 뿌리는 먹지만 잎을 먹지 않잖아요. 당근 잎 역시 먹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말이죠.
잉여 농산물을 활용해 만든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수확량이 많아서 한꺼번에 다 먹을 수 없을 때, 토마토소스 같은 간단한 음식을 해요. 간단한 식재료로 많이 만들어두죠. 더 많은 요리를 하는 것이 목표지만, 아직까지는 제 여가 시간의 대부분을 아이들이 차지하고 있거든요.
저도 집에서 로즈메리와 허브를 키우고 있어요. 특히 물이 부족해 이파리가 살짝 시들었을 때 충분히 물을 주고 햇빛을 쬐어주면 다시 파릇파릇해집니다. 그때 마치 교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참 좋아요. 농사를 지으며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나요?
식물 입장에서 식물에게 필요한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훌륭한 가드너라고 할 수 있어요. 저는 종종 농작물을 사람처럼 대하며 “목이 많이 말랐구나” 하며 상태를 묘사해주기도 해요. 저는 모든 생명체가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그 생명력을 키워주는 것이 가드너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확고히 믿고 있어요. 우리는 아직 식물이나 곰팡이가 어떻게 느끼고 소통하는지에 대해 무지하잖아요. 식물은 인간이나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의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공간의 제약이 있는 집이나 실내에서 키울 수 있는 식물을 추천 해준다면요?
제가 사는 영국은 실외일지라도 항상 햇빛이 충분하고 기온이 따뜻한 환경이 아니에요. 그래서 저는 창가에 바질을 키웁니다. 요리할 때 바질 이파리 몇 장만 넣어도 풍미를 더해주고, 새잎이 계속 돋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잉여 농산물을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은 무엇인가요?
브라시카가 가장 적합하겠네요. 거의 모든 부분을 먹을 수 있거든요. 잎과 어린줄기, 꽃, 심지어 씨앗까지도요. 양배추도 좋아요. 다 자란 양배추를 잘라내면 그 자리에 작은 속이 차올라서 다시 수확할 수 있죠. 그다음에 올라오는 꽃도 따서 샐러드에 곁들이거나 볶음 요리를 해 먹을 수 있습니다. 셀러리 역시 흔히 잎을 먹지 않고 버리지만, 스튜에 넣거나 볶아 먹으면 아주 훌륭한 맛을 내는 재료가 되죠.
채소를 재배하며 가장 신경이 쓰이는 과정이나 단계가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비옥한 토양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모든 것은 토양에서 출발하니까요. 토양이 기름지지 않으면 훌륭한 식물을 길러내기가 훨씬 어렵거든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방법은 잔디 같은 지피식물과 질 좋은 퇴비 그리고 쓸 수 없는 나무로 만든 우드 칩을 활용해 돌려짓기를 하는 것입니다.
기후의 변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일이 농사입니다. 텃밭에 농사를 지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때가 있었나요?
가드너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기나긴 가뭄이나 폭우, 혹한 따위는 어찌할 수 없는 일이죠. 그렇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가장 심각한 영향은 예측 불가능성인 것 같아요. 가뭄이 길어지는데, 비도 더 많이 오는 거죠. 2021년, 영국의 봄은 유난히 따뜻했습니다. 좋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실제로 모든 작물이 빨리 싹을 틔웠고, 겉으로 보기엔 다 괜찮아 보였습니다. 하지만 2021년 5월, 갑자기 혹한이 들이닥치며 그간 때이른 고온 현상으로 잘 자라던 꽃과 푸릇푸릇한 어린 식물이 모두 시들어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드너로서, 그리고 작가로서의 목표가 있다면?
가드너로서 저의 목표는 통념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저보다 먼저 나아가 길을 닦은 분들에게 배우고 그분들을 존경하지만, 그렇다고 우상화하지는 않아요. 저는 모든 것에 질문을 던지고, 나의 감각을 믿으며 나아가고 싶습니다. 다음으로 작가로서 제가 배운 것들을 가능한 한 많은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상업적인 농업과 홈 가드닝을 연결하는 저의 일은 다소 특이하지만요.
끝으로 훌륭한 가드너들과 연구자들에게 배우고, 그 지식과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할 기회를 가지게 되어 영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