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기상이변은 경신된다. 매일 전해지는 폭우와 폭설, 폭염의 경보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무분별하게 생명을 죽이고, 먹고, 낭비하고, 버린다. 그 가운데 절망을 딛고 내일에 오늘의 재난을 대물림하지 않을 것이라, 재앙의 시나리오대로 살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내일을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오늘, 우리, 이곳임을 믿는 새 시대의 새 사람들. 이들이 쟁취할 내일에 대하여.
남윤주
2001, 탱탱랩 연구원 (@moamoalab)
지구의 회복 탄력성을 연구하는 공공 실험실 프로젝트 ‘탱탱랩’에 후기 청소년 연구원으로 함께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을 3개월간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쓰레기 없이 장 보기’를 미션으로 한 보드게임 ‘장보장게임’을 만들었다.
행동의 시작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열일곱 살 때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한 아티스트를 좋아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비건을 접했다. 나도 그처럼 무해하고 단정한 삶을 살고 싶어 본격적으로 채식을 지향하기 시작했다.
행동과 실천 탱탱랩 활동을 통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며 친환경적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세심하게 구현한 보드게임을 제작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찾아가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5백여 명의 청소년이 이 게임을 만났다.
최대 관심사 인간의 먹거리 체계가 지구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은 지금도 꾸준히 연구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환경뿐 아니라 나 자신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도 식문화는 중요한 이슈라고 생각한다. 사회 환경의 지속 가능성에도 관심이 많다.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코로나19 유행 이후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진 세상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함께할 때 비로소 완전함을 느낀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보듬고 구하고 감싸안을 수 있는 동네, 더 나아가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게 우리의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참기 어려운 일 무관심. 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한 태도로 일관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본인의 잘못된 행동이 미칠 영향에 대한 인식조차 없다는 건 큰 문제다. 그게 어쩌면 물리적인 행위보다 더욱 위해를 가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낙담 속 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표출하는 이들을 보면 희망이 생긴다. 나도 더 목소리를 높이게 된다. 밖으로 향한 목소리는 결국 뜻을 함께하는 이들을 모이게 한다고 본다. 그렇게 서로 지지하고 연대하며 계속 나아가면 된다.
‘이미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남아프리카 원주민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벌새 ‘크리킨디’ 이야기가 있다. 크리킨디는 산불이 나 모두가 도망칠 때 혼자 부리에 물을 머금고 불을 끄기 위해 노력한다. 이처럼 우리도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 힘은 꽤 강할 것이다.
우리가 바꿀 내일은 나 자체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개개인의 모습이 존중받는, 서로에게 다정한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