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7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으로의 출국을 앞둔 지금 어떤 날들을 보내고 있나? 작품 배송을 마무리하고 한숨 돌린 상태다. 작품을 만드는 동안에는 기분이 들뜨는 만큼,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아틀리에에 주로 머물고 있다.(웃음) 한국에서 몇 차례 개인전을 연 적은 있는데, 이번에는 이전과 달리 인터뷰를 포함해 다양한 홍보 일정도 잡혀 있다.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인 만큼 여러 가지 감정이 든다. 내가 만든 작품의 근본적인 주제가 한국 관객에게도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나 고민도 있었다.

어린 시절 즐겨 보던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의 화풍을 기반으로 작가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금의 성향이 만들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내 안에 있는 고민으로부터 작업이 시작되었다. ‘오리지널, 진정한 창조는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했다. 어떤 배경도 없이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경우는 없고, 무언가로부터 받은 영감과 재조합을 통해 작품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주제를 바탕으로, 어린 시절부터 큰 영향을 받은 <도라에몽>, 그리고 후지코 F 후지오 작가를 바탕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모방이 아니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는데, 그에 대한 답은 내가 앞으로 계속 작품 활동을 하며 찾아가야 할 것이다. 내 작품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리고 존경하는 후지코 선생까지 많은 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유야 하시즈메의 작품은 ‘오리지널은 무엇인가?’, ‘어떻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모방과 진화가 창조의 뼈대라는 믿음을 작품으로 선명히 보여준다. 무언가를 창조하는 행위에 대해 작가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 질문에 대한 답변과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인생의 여러 경험과 신념, 각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에 따라 누군가에게 익숙한 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완전히 낯선, 새로운 것으로 비치기도 하지 않나. 수많은 정보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것이란 신념과 각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본다.

단순한 선과 배경, 파스텔 톤의 색감 같은 표현 방법에 따라 작가의 대표 시리즈 ‘아이워터(Eyewater)’ 속 눈물은 과거 현대미술이 담아내던 격정적 슬픔과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본인이 작업으로 표현하는 ‘눈물’에 대해 묘사한다면? ‘아이워터’를 두고 ‘작품 속 인물은 왜 울고 있나?’, ‘작품이 슬퍼 보인다’ 하는 말을 굉장히 많이 듣는다. 한데 나는 내 작품에서 슬픔을 느낀 적이 없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방식이나 느낌은 다 다를 테니까. 그래서 눈물에 큰 의미를 두지도않는다. 감상하는 사람이 슬프다면, 그게 곧 작품의 의미가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의미를 두지 않고 눈물을 그렸기 때문에 감상자가 보다 자유로이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와 동시에 당신의 작품은 현대인에게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작가는 의도하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보는 이에게 큰 위로가 된다. 작품 속 인물과 일상 속 잔잔한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내가 다르지 않다는 느낌 때문이다. 작가도 작업 과정에서 이런 감정을 느끼기도 하나? 질문에 맞는 대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평소 내면에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두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라, 작업을 시작할 때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애쓴다. SNS 등을 통해 전해지는 부정적인 이야기로부터 나를 차단한다. 작업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리는 성격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국 고려청자의 ‘비색’에서 영감 받은 신작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아이디어의 시작은 무엇이었나? 이번 전시 주제로 ‘비색’을 선택한 이유는 전시를 개최하는 나라의 문화와 사람, 역사를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여러나라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기 위해서는 상대 국가의 문화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내 나라 일본의 문화를 깊이 알기 위해 다도를 익히고 있다. 그러다 역사적인 다구 중에 고려청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술관에서 고려청자를 보고 감동을 받아 자연스럽게 이번 전시 주제로 고려청자의 ‘비색’을 선정하게 되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청자의 색처럼 작가도 비색이라는 색감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스펀지를 사용하거나 크레파스를 손이나 물감으로 펴 바르는 등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들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즐거움과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붓과 아크릴물감만으로 작업을 했다. 질문에서도 언급했듯, 고려청자는 보는 각도에 따라 무한한 색감을 보여준다. 이를 나름대로 해석해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실험적인 표현에도 도전했지만 완벽한 색감을 구현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한국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만든 작품인 만큼, 너그러운 시선으로 감상해주면 좋겠다.

약 6m 높이의 에어 벌룬 작품이 더현대 서울점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갤러리 밖에서 작가의 작품이 대중과 어떻게 호흡하기를 바라나?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을 만나는 작가로서 갖는 바람이나 기대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선 아무 생각 없이 작품을 감상하기 바란다. 내가 처음 그림을 그린 계기도 그냥 그리고 싶었기 때문일 뿐이니까.(웃음) 모든 시작은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내 그림을 본다면 귀엽다거나 싫다거나 어떤 식으로든 본인이 느끼는 그대로 보기를 바란다. 이번 전시에서 설치하는 에어 벌룬은 지난 도쿄 전시에 이어 제작한 것으로, 부피가 크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가닿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이유에서 시작한 것이다. 그저 많은 분이 보아주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