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박세영

영화감독

루이 비통, 생로랑, 버버리 같은 브랜드와 협업해 미술과 비디오 작업을 선보이는 비주얼리스트이자 영화 <캐쉬백>, <호캉스> 등을 만든 영화감독. 8월 첫 장편영화 <다섯 번째 흉추>가 개봉한다.

Place

도너 케밥(Doner Kebab) 올해 초 베를린에 갔을 때 매일 새벽 이곳에서 케밥을 먹었다. 참 맛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먹고 싶은데 나는 한국에 있고, 도너 케밥은 베를린에 있으니 하루에 한 번 정도 그 맛을 떠올릴 뿐이다. 그리고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What’s In My D Bag

온라인 편집숍 ‘Ssense’ 이곳에서 비싼 옷을 구경하지만 절대 사지는 않는다. 살 돈이 없기 때문에. 그렇지만 예쁜 옷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1백20페이지까지 넘기면서 구경하다 내가 입고 있는 옷을 바라본다. 한숨을 쉬고 계속 살아간다. 장바구니에는 3백여 벌의옷이 담겨 있다. 언젠가 한꺼번에 주문하는 상상을 해본다. 관부가세 폭탄을 맞을 것 같아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삶을 살아간다. www.ssense.com

웹사이트 ‘newsshooter’ 새로운 촬영 장비와 음향 장비에 대한 리뷰가 올라오는 사이트. 기술이 빠르게 진보 하는 덕에 대다수 장비가 예전에 비해 저렴해졌다. 그래도 살 생각은 없이 그저 구경한다. 그리고 ‘오~’ 하고 감탄하면서 시간을 때운다. www.newsshooter.com

 

Person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ňo) 그의 책은 아주 재미있지만 어렵고, 보다 보면 힘들고 지치고 피로하다. 그럼에도 그의 책을 읽는 것은 무척이나 신난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다.

 

Shopping List

헬리녹스 체어제로 라지 블랙 원래 그레이 컬러를 사고 싶었는데 재고가 없는 것 같았다. 그게 가장 예뻤는데…. 종종 입석으로 기차를 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 의자를 꺼내 앉는다. 주변 사람들의 부러운 눈빛은 무시한다. 이어폰을 꽂고 노이즈 캔슬링을 활성화한다. 이 의자는 촬영장에서도 빛을 발한다. 사실 양보해야 할 것 같은데(다른 사람들도 힘드니) 꿋꿋이 버티며 앉는다.  가끔 길가다가 기다리는 시간이 생기면 또 꺼낸다. 사실 그냥 서 있어도 되는데 왜 이렇게까지 앉으려고 하는 걸까. 한번 생각해보겠다.

 

Exhibition / Book / Movie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클라라와 태양> 지난해 말부터 계속 해외에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책을 다 읽으려 했다. 그중 소설 <클라라와 태양> 은 지나치게 단순한 듯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아 두 번이나 읽었다. 무척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