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손승희
뮤직비디오 감독
Place
그래픽 하이퀄리티피쉬 사무실 인근에 있는 만화 전문 서점. 만화뿐 아니라 아트 서적과 그래픽 노블 등도 많이 구비한 곳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만화나 그래픽 노블을 볼 수 있지만, 책을 넘기며 읽을 때 훨씬 몰입이 잘되기 때문에 자주 간다. 밤낮없이 편집하는 일이 많아 쉴 때만큼은 모니터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입장료를 내면 3층에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 위스키와 와인을 비롯한 음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graphic.fan
What’s In My D Bag
인스타그램 @vfx.guru VFX 관련 브레이크다운(시각효과를 위한 여러 작업을 모아둔 영상)이나 쇼츠가 모여 있다. 퀄리티 높은 작업만 보면 레퍼런스 이상으로 참고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어 최근에는 비교적 간단한 방식으로 제작한 영상을 통해 영감을 얻는 편인데, 이 계정에는 할리우드의 후반 작업 과정뿐 아니라 밈처럼 가벼운 VFX 영상도 있다. 이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어 팔로중이다.
인스타그램 @d.signers 공간 디자인을 다루는 계정. 재미난 디자인의 가구나 조형물을 보는 걸 좋아해 자주 둘러보게 된다. 뮤직비디오 세트 연출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소재나 방식이 담긴 게시물을 발견하면 캡처해두기도 한다.
Person
태민 내가 어린 시절에 마이클 잭슨을 동경한 이유는 음악을 들려주는 데에서 나아가 퍼포먼스, 무대연출, 패션을 비롯한 시각적 표현이 출중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케이팝의 표현에서 완벽한 퍼포머는 태민이 아닐까. 그의 무대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으면 마치 공연 예술이나 현대 예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최근 샤이니의 ‘JUICE’ 뮤직비디오를 만들며 태민의 솔로 뮤직비디오를 찍어보고 싶어졌다. 자신만의 장르를 개척해 연출자로서 언젠가 꼭 담아보고 싶은 아티스트.
Exhibition / Book / Movie
드라마 <유포리아> (여자)아이들의 뮤직비디오를 준비할 때, 몇 달 동안 하이틴 작품만 본 적이 있다. 내가 ‘하이틴’이었을 때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도 나이를 먹고 의식적으로 보려니 꽤 피로감을 느꼈는데, 그 와중에 <유포리아>는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미장센도 음악도 훌륭해 미학적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었고, 10대 시절에 <스킨스>를 보며 느꼈던 ‘하드코어 질풍노도’를 오랜만에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어 좋았다.
아리 에스터의 영화들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을 안고 사는 성격이라 겉으로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근원적 불쾌감을 건드리는 호러 장르를 즐겨 본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에서 <미드 소마>와 <유전>을 보고 아리 에스터 감독에게 입덕했다. 공포를 자아내는 장면과 사운드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여타 영화와 달리, 그의 작품은 누구나 안정감을 느끼는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어두운 심리를 보여준다. 며칠 전 개봉한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예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