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WWNN
최근 팔판동에 새롭게 문을 연 현대미술 갤러리. 오주현 큐레이터와 이정우 작가가 공동대표를 맡은 곳으로, 내가 브랜딩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고즈넉한 공간에서 ‘하입’한 큐레이션을 선보여 곧 아트 신에서 급부상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을 따라 걷다가 테라스를 거쳐 루프톱에 올라 동네 풍광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7월 7일부터 30일까지 개관전 <HumanismReimagined: ExploringA New Frontier>가 진행돼 인간 중심적 가치관의 문제를 조명하고 인류의 낯선 미래를 조망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찾아가보기를 권한다. @wwnn.kr 하예진(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디오 콘크리트
공간의 분위기도, 팀원들도 멋지다 느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좋아 보였다. 미술 작업을 하며 언젠가 개인전을 열게 된다면 스 튜디오 콘크리트에서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올해 7 월 초 나의 첫 개인전 를 여기서 열었다. 성취감을 느끼며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studioconcrete 김진 (작가)
베지 위켄드
‘양출 서울’을 운영하는 사장이 한남동에 새로 문을 연 브런치 식당. 이곳을 찾아가 ‘채소 클래스’를 들으며 제철 채소로 만드는 소박한 요리와 사랑에 빠졌다. 바쁜 일상에 치여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주는, 반갑고 고마운 동네 식당이다. @veggieweekend 김누리 (비주얼 디렉터 겸 스타일리스트)
인공위성
칵테일 한 잔으로 깨달음을 주는 종로의 바. 메뉴에 의존하지 않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칵테일을 마셔보면 이곳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완벽한 음료를 제공하기 위한 그의 질문에 거짓 없이 답한다면 진심 어린 칵테일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igws_bar 권민석 (바텐더)
그래픽
하이퀄리티피쉬 사무실 인근에 있는 만화 전문 서점. 만화뿐 아니라 아트 서적과 그래픽 노블 등도 많이 구비한 곳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도 만화나 그래픽 노블을 볼 수 있지만, 책을 넘기며 읽을 때 훨씬 몰입이 잘 되기 때문에 자주 간다. 밤낮없이 편집하는 일이 많아 쉴 때만큼은 모니터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3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입장료를 내면 3층에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마음껏 책을 볼 수 있다. 위스키와 와인을 비롯한 음료도 함께 즐길 수 있다. @graphic.fan 손승희 (뮤직비디오 감독)
파르티장 카페 아티사날(Partisan Café Artisanal)
이미 유명한 파리의 카페다. 유명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느낀다. 오전에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독서하기에 제격이다. 이곳에서 거리의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때우기도 하고, 자리에 앉은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찍기도 했다. @parispartisancafe 이호진 (모델)
최순우 옛집
동네 산책길에 종종 들르는 곳으로 국립중앙박물관 4대 관장이던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이 거주했던 근대 한옥이다. 들어가는 입구에서 문 위쪽을 올려다보면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문을 닫으면 곧 깊은 산중’이라는 뜻으로 이곳을 설명하기에 더없이 좋은 표현이다. 단아하면서 기품 있는 한옥은 고요히 침잠해 사색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이세희 (티 디렉터)
도너 케밥(Doner Kebab)
올해 초 베를린에 갔을 때 매일 새벽 이곳에서 케밥을 먹었다. 참 맛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먹고 싶은데 나는 한국에 있고, 도너 케밥은 베를린에 있으니 하루에 한 번 정도 그 맛을 떠올릴 뿐이다. 그리고 원하지만 갖지 못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더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박세영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