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로메르의 영화들

에릭 로메르 감독의 작품이 지닌,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은 영상미를 좋아한다. 시대와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보아도 아름다운 영화.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살핀 점 또한 그의 영화가 지닌 아름다움 중 하나다. 이혜진(공간 & 와인 디렉터)

 

영화 <내 사랑>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를 좋아한다. 그중 하나인 <내 사랑>은 캐나다 화가 모드 루이스 (Maud Lewis)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만 접했을 때 예상할 법한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는 아니다. 이 작품에 담긴 따뜻하고 감동적인 사랑을 많은 이들이 직접 보고 느끼면 좋겠다. 쏠(뮤지션)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은 미장센은 물론, 스토리 전개와 로맨틱하고 극적인 요소까지 겸비해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감독의 페르소나인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혹적인 연기까지 더해져 더욱 인상적이다. 사랑과 집착, 관능과 질투, 그리고 회환까지 모두 담은 이야기는 비범한 몰입감으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박정애(공간 및 브랜드 컨설턴트)

 

영화 <소셜 딜레마>

넷플릭스를 구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다큐멘터리다.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가운데에서도 영화 <소셜 딜레마>는 가장 충격적이었다. 별생각 없이 화면을 스크롤하며 보내는 시간 이면에 숨은 덫과 그 완벽한 설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다. 순수하게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지는 PC통신 시대가 문득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서유석(프리랜서 에디터)

 

영화 <슬픔의 삼각형>

직업이 직업인지라 큐레이터가 등장하는 영화라고 하길래, 게다가 작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니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와중에도 수긍하게 되는 전개 과정, 현대사회가 지닌 병폐를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영화를 본 뒤 앞으로 책이나 전시를 보고 기억에 남는 문장은 잘 메모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맹나현(큐레이터)

 

영화 <미드소마>

아리 애스터 감독의 신작 개봉을 기념해 그의 전작을 다시 볼 수 있는 시사회에 다녀왔다. 두번째 관람이었는데, ‘단 한 번도 어두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 공포영화’라는 수식에 이끌려 본 첫 관람 때와는 다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겁에 질린 주인공의 표정에서는 왠지 모르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는 환희가 느껴지기도 했다. 절대 무너뜨릴 수 없는 도덕적 기준, 규율과 규칙이 깨지는 순간이 내게도 찾아올까? 이지현(문화기획자)

 

영화 <보 이즈 어프레이드>

편집증을 앓는 ‘보’(호아킨피닉스)와 그를 집착적으로 사랑하는 어머니 ‘모나’(패티 루폰)의 이야기로, 모나를 무조건 만나러 가야 하는 보가 기억과 환상, 현실이 뒤섞인 공포를 경험하는 기이한 여정을 그린다.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서 봤는데,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충격적이고 재미있었다. 뻔한 영화에 질렸거나 신선한 영화적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굿 넥(다큐멘터리 감독)

 

존 스트레레키의 책 <세상 끝의 카페>

얼마 전 서점에서 이 책에 실린 번역가의 소감과 작가의 소개 글을 읽었다. 지금의 내게 꼭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어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 끝의 카페>는 소설 형식의 자기 계발서로, 피로와 짜증을 느끼던 주인공 ‘존’이 우연히 찾아간 카페에서 만난 사람들과 대화하며 삶을 바꿀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그린다. 내 존재 이유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보게 해준, 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준 책이라 한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 아닐까 싶다. 쏠(뮤지션)

 

 

마틴 게이퍼드의 책 <예술과 풍경>

영국의 저명한 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가 세계를 누비며 작품을 감상하고 작가와 나눈 대담과 경험을 엮은 책이다. 독자들이 예술가의 심상을 온전히 느끼고 작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쓴 문장 덕분에 예술 기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을 안긴다. 비평가다운 날카롭고 전문적 시각과 문장은 물론, 그가 인터뷰한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담아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적인 매력도 갖췄다. 박정애(공간 및 브랜드 컨설턴트)

 

정유정의 책 <종의 기원>

해외에 거주하며 한동안 한국 도서와 멀어졌다. 지인의 추천으로 읽은 정유정 작가의 <종의 기원>은 한국 소설을 다시 찾아 읽는 계기가 됐다. 작품을 관통하는 어둡고 붉은 감수성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이토록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꼈다. 서유석(프리랜서 에디터)

 

제프 다이어의 책 <그러나 아름다운>

©을유문화사

1940~1950년대 재즈 신을 대표하는 찰스 밍거스, 쳇 베이커, 듀크 엘링턴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책이다. 실제와 허구를 뒤섞어 쓴 글이다 보니 에세이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한데, 분명 글로만 이뤄졌음에도 음악이 들리고, 어떤 장면이 눈앞에 보이는 듯한 아름다운 경험을 선사한다. 맹나현(큐레이터)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 <방랑자들>

소설가 올가 토카르추크가 2018년 노벨 문학상에 호명되어 호기심에 구매한 그의 대표작. <방랑자들>을 읽으며 ‘책과 내가 교감하는 느낌이란 이런 걸까’ 싶었다. 저마다의 사연으로 표류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홍콩과 서울을 오가며 정답이 없는 예술 세계에 빠져 지내는 내 삶과 닮은 것 같았다.삶으로부터 도망치려는, 그보다는 삶이라는 것에 끝없이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한 선물이다. 이지현(문화기획자)

 

 

릭 루빈의 책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

©코쿤북스

오래전부터 미국의 전설적 프로듀서 릭 루빈을 좋아한다. 한국에 <창조적 행위>가 정식 출판됐다는 걸 듣고 갖고 싶었는데, 때마침 얼마 전 한 중학교 동창이 이 책을 내게 선물했다. 아직 절반도 읽지 못했지만, 벌써부터 평생 좋아할 책을 만난 기분이라 아껴가며 천천히 읽고 있다. 창의적인 일을 하는 사람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다. 굿 넥(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