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april_lee_
예술 경영을 공부하며
‘널 위한 문화예술’이라는 스타트업의
최고운영위원자로 일하고 있다.
늘 가방에 전시 티켓을 넣어 다니다가
우연히 누군가를 만나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에
티켓을 건네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INFORMATION GATHERING
내게 디지털이란 컬렉팅을 위한 정보를 수집할 때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80% 정도로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컬렉팅은 작가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작가들 대부분이 전시를 통해 작업을 처음 선보이기 때문에 전시회 정보가 대단히 중요하다. 여러 전시 정보를 발로 뛰며 수집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온라인으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인스타그램 활용법 국내 계정 중 전시회 정보를 큐레이션하는 크락티(@crakti), 우뚜기(@oottoogi) 계정을 자주 참고한다.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 가고시안(Gagosian) 등 세계적인 갤러리를 비롯해 주요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 프리즈, 피악(FIAC) 등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그들의 전시와 행사 소식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앞서 말한 주요 기관에 재직 중인 디렉터나 주요 관계자의 계정을 팔로해 이들의 일상을 살피는 것 또한 유용한 방법이다. 가령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작업실을 직접 찾아가는 작가가 누구인지는 매체나 공식 계정에 드러나지 않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플랫폼 아트시(Artsy)와 오큘라(Ocula). 오큘라는 진중한 시선과 태도로 작가들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플랫폼이라 눈여겨보고 있다. 아트시가 유용한 이유는 앱도 나와 있기 때문인데,관심 있는 갤러리와 작가를 팔로하면 해당 작가의 작품이 플랫폼에 업로드될 때마다 알람이 와 컬렉팅에 많은 도움이 된다. 아트시에서 자체적으로 발행하는 ‘아트시스 에디토리얼 팀 픽(Artsy’s Editorial Team Pick)’ 같은 기사도 눈여겨볼 만하고, 옥션 데뷔 여부가 해당 작가의 입지와 시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주요한 지표이기도 하므로 ‘프라이스 데이터베이스(Price Database)’ 탭을 통해2차 거래가 이뤄지는 작가인지 확인하기도 한다.
나의 아트 커뮤니티 예술 경영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줌줍’을 운영 중이고,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 ‘라이프플러스’의 예술 코너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줌줍이 예술 분야 전공자들과 예술경영학에 관한 정보를 주고받는 커뮤니티라면, 라이프플러스에서는 인스타그램에 세세하게 공유하지 못하는 예술 관련 노하우를 나누거나 줌 토크를 진행한다.
디지털 컬렉팅의 명과 암 온라인상에서는 해외 소식을 비롯해 단기간에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홍콩에 거주하며 업무차 서울과 홍콩을 수시로 오가는 터라 양국의 미술 시장 정보가 내게는 모두 중요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온라인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기본적으로 단순하다는 점이다. 전시 정보, 작가의 CV 등을 얻는 데는 유용하지만 컬렉터에게 이보다 더 필요한정보는 작가의 레지던시 계획이나 작업실 위치 등이다. 이런 정보는 작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이들에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접근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당연하게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얻는 우연한 깨달음이나 영감 같은 것은 온라인으로 충족할 수 없는 부분이다.
BUYING
만족스러운 디지털 컬렉팅 10의 n승(ten to the n)이라는 사이트에서 매년 컬렉팅을 해왔다. 모든 작품이 10cm이고 10만원인 매우 독특한 프로젝트다. 작가의 원화를 구매하는 건 가격 면에서 부담스럽지만 이곳에서는 가능하다.
구매 전 체크리스트 작가의 철학에 깊이 공감하며 컬렉팅을 결심했다면 작품이 본인의 기대와 달라도 품을 용기가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색감이나 질감이 화면상으로 볼 때와 다르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청한다면 영원히 디지털 컬렉팅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ARCHIVING
아카이빙 팁 전시 만족도와 상관없이 관련 이미지는 대부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기록하고, 특히 좋았던 전시는 작품의 상세 컷을 함께 올리거나 게시물로 작성해두는 편이다. 소셜 미디어를 통한 아카이빙은 팔로어들과의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같은 전시를 본 팔로어들과 다이렉트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감상을 나누기도 한다.
디지털 아카이빙의 즐거움과 아쉬움 아카이빙 이외의 즐거움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가령 아카이빙 앱이나 사이트에서는 단순히 위치를 기반으로 한 전시 정보만을 제공하는데, 컬렉터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방문객의 리뷰나 평점도 궁금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한다. 요식업을 비롯한 타 업계는 리뷰 서비스가 흔한 편인데, 예술 분야에는 아직 없다는 점이 아쉬울 때가 있다.
첫 컬렉팅의 기억
기념비적인 공공 건축물을 포장하는 작업으로 잘 알려진 대지 미술가 크리스토 자바체프(Christo Javacheff)의 오리지널 포스터를 산 것이 시작이었다. 포장을 하면서 생기는 안과 밖의 개념부터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예술에 매료된 시기였다. 아트 페어에서 우연히 그의 오랜 팬이 수집한 포스터를 액자에 넣어 판매하는 광경을 보고, 그의 작업을 이 정도 가격에 소장할 수 있다면 기꺼이 구매하겠다는 생각으로 컬렉팅을 결심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