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또렷한 취향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이들의 시선은 귀중한 경로가 된다.
날 선 감각을 지닌 25명의 문화 예술계 인물에게서
요즘 보고, 듣고, 읽고, 사고, 즐기는 것에 관한 정보를 얻었다.

 

Exhibition / Book / Movie

 

공연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 다미안 잘레 & 샤론 에얄>

디지털 세상에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요즘, 아날로그 콘텐츠와 사람이 직접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더욱 큰 놀라움과 영감을 안겨주는 것 같다. 지난 5월 말 예테보리 오페라 댄스컴퍼니의 첫 내한 공연 때 안무가 다미안 잘레(Damien Jalet)와 샤론 에얄(Sharon Eyal)의 무대를 마주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샤론 예얄의 ‘SAABA’ 공연은 단순한 춤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었다. 묘하게 찌릿했던 한 순간으로 기억에 남아 있다. 하예진(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영화 <베스트 오퍼>

세기의 경매사이자 감정인 ‘올드먼’이 고저택에 은둔한 여인에게 감정 의뢰를 받으며 인생의 변화를 맞이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스토리 전개도 흥미롭지만 미장센이 압도적이고 몰입도 또한 상당하다. 김진 (작가)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들

여름이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영화를 다시 본다. 유럽 남부에서 보내는 뜨겁고 눈부신 여름휴가를 꿈꾸며 <비거 스플래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아이 엠 러브>까지. 욕망 3부작이라 불리는 이 작품들을 볼 때면 지친 일상에 쫓겨 무뎌진 감정과 감각, 잠자고 있던 뇌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 든다. 최근 <아이 엠 러브>를 N번째 관람했다. 김누리(비주얼 디렉터 겸 스타일리스트)

 

퍼렐 윌리엄스의 첫 루이 비통 쇼

근래 모든 형태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이었다. 루이 비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른 퍼렐 윌리엄스의 데뷔 무대, 2024 봄·여름 남성 패션 쇼는 오직 그만이 선보일 수 있는 창작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다양한 예술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다. 아프로 (APRO, 프로듀서)

 

드라마 <블랙 미러>

찰리 부르커가 각본을 직접 쓰고 제작을 총괄한 작품이다. 형식을 파괴하고, 규칙을 불규칙한 방식으로 재배치하며 새로운 규칙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경험하고 싶다면 필히 관람하기를 권한다. 아프로 (APRO, 프로듀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책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요즘 동료들과 함께 독서 모임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모임에서 다룬 첫 책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였다. 최근 몇 년간 정보 수집을 위한 책만 읽다가 서사가 통쾌한 문학을 읽으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마음이 어지럽다면 이런 고전문학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권민석(바텐더)

 

아리 에스터의 영화들

긴장을 많이 하고 불안을 안고 사는 성격이라 겉으로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근원적 불쾌감을 건드리는 호러 장르를 즐겨 본다. 그러다가 넷플릭스에서 <미드 소마>와 <유전>을 보고 아리 에스터 감독에게 입덕했다. 공포를 자아내는 장면과 사운드로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여타 영화와 달리, 그의 작품은 누구나 안정감을 느끼는 ‘가족’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어두운 심리를 보여준다. 며칠 전 개봉한 <보 이즈 어프레이드>도 예매했다. 손승희 (뮤직비디오 감독)

 

드라마 <유포리아>

(여자)아이들의 뮤직비디오를 준비할 때, 몇 달 동안 하이틴 작품만 본 적이 있다. 내가 ‘하이틴’이었을 때 재미있게 본 작품인데도 나이를 먹고 의식적으로 보려니 꽤 피로감을 느꼈는데, 그 와중에 <유포리아>는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미장센도 음악도 훌륭해 미학적으로 감상하는 맛이 있었고, 10대 시절에 <스킨스>를 보며 느꼈던 ‘하드코어 질풍노도’를 오랜만에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어 좋았다. 손승희 (뮤직비디오 감독)

 

전시 <Basquiat x Warhol. Painting Four Hands>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파리의 루이 비통 파운데이션에 서 열리는 전시. 앤디 워홀과 장 미셸 바스키아가 협업한 작품을 감상하고, 재단의 소장품인 피카소의 작품도 볼 수 있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을 온몸으로 느낀 순간까지, 그야말로 예술적인 경험이었다. 이호진(모델)

 

매거진 <뽀빠이>

서울 시티 가이드 7월호 일본의 서브 컬처 매거진 <뽀빠이>의 7월호 주제는 ‘서울’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면서도 몰랐던 공간과 이야기가 담겨 있어 꽤 흥미롭게 읽었다. (86페이지에 토오베의 이야기도 실려 있다.) 이세희 (티 디렉터)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 <클라라와 태양>

지난해 말부터 계속 해외에 있었는데, 그 시간 동안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의 책을 다 읽으려 했다. 그중 소설 <클라라와 태양>은 지나치게 단순한 듯하면서도 전혀 그렇지 않아 두 번이나 읽었다. 무척 좋았다. 박세영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