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해고도>
감독 김미영
출연 박종환, 이연, 강경헌
윤철(박종환)은 조각가지만 주로 인테리어 일을 하면서 생활을 유지한다.
이혼한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지나(이연)는
아빠를 닮아 미술에 소질이 있지만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미대 입시준비를 그만둔 뒤 돌연 출가를 선언한다.
지나와 윤철, 윤철의 새 연인 영지(강경헌)의 삶에 파동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김미영 감독의 말
이미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게 된다면 우리는 자신에 대해 무엇을 더 알 수 있게 될까 하는 질문으로 시작했다. 무엇인지 헤아릴 수도 없는 가운데 자신을 뒤흔들었던 감정과 그 감정을 비로소 거리를 두고 보게 된 순간들이 이 영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박종환 배우의 말
고등학생 딸을 둔 역할로 대사 중에 ‘나도 지금의 내가 되고 싶어서 된 건 아니었다’라는 말이 있다. 내가 연기한 윤철은 살면서 여러 사건과 사람을 받아들이며 산 사람 같고,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서도 계속 고민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온 사람 같다. 모두가 노력하며 살아가지만, 윤철의 노력은 내가 하고 싶은 노력이다. 내게 찾아오는 것을 받아들이고 어떤 결과가 빚어졌을 때 거기에 또 맞춰서 나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노력 말이다.
이연 배우의 말
지나는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아무리 애써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이때 느낀 답답함이 결국 지나를 절로 향하게 만든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복잡한 상황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겪은 적이 있기에 지나를 이해하는 게 어렵진 않았다. 지나가 단단하고 따뜻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들에게 복수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행동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는 대신 본인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 도맹이 되는 선택을 하니까. 마치 땅에 묻혀 있던 씨앗이 발아하는 것처럼, 지나에게는 스스로 무언가를 뚫고 나오려는 힘이 있다.
<절해고도>라는 제목에는 인간의 고독이 담겨 있는 것 같다. 제아무리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더라도, 그 어떤 도움 없이 자기만의 고민과 선택을 해나가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이다. 그 과정을 소화하며 ‘나’를 찾아가는 순간들이 <절해고도>에 담겨 있다. 지나는 물론, 아버지 윤철과 그의 연인 영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