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

<강가에서>

색다르고 차별화된 비전을 보이는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와이드 앵글. 올해는 경쟁 부문과 쇼케이스를 포함해 총 39편의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한국 단편 경쟁 중에서는 우선 1998 년 허진호 감독의 영화와 제목이 같은 <8월의 크리스마스>가 눈에 띈다. 결혼을 앞둔 여성이 오랫동안 찾지 않던 고향 바닷가 마을을 찾는 여정을 그린다. 생활 속 깊숙하게 스며든 인공지능 기기의 풍경이 단편영화의 지형 역시 서서히 바꾸고 있음은 전도희, 김소희 공동 연출작인 <마이디어>가 보여준다. 2027년, 청각 장애가 있는 주인공 여성이 이성 AI와 대화 나눌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전도희 감독이 주인공 ‘가을’을 연기했다. 어린이들이 한 뼘 자라나는 성장을 기록한 단편 제작 역시 꾸준하다. 올해는 남동현 감독의 <물고기 소년>, 이혜빈 감독의 <홈>에 그 짧지만 귀한 순간이 담겼다.

아시아 단편 경쟁 부문을 통해 로맨스(<나의 여름을 돌려줘>)와 애니메이션(<얼굴 없는 마부>), 심리 스릴러(<롤러코스터>) 등 다양한 장르성을 발견할 수 있다. 여덟 편의 상영작들은 연인이나 가족 과의관계,사회적체제안에서딜레마를겪는인 물들의 상황을 들여다본다. 사회가 금지하는 낙태 를 결정한 뒤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 이란 여성의 여 정을 담은 <21주 후>, 성년 의식을 앞둔 아들에게 가족의 진실을 알려주고 싶은 솔직함과 보호하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어머니의 입장을 다룬 <증인 나무>가 눈길을 끈다.

<물고기 소년>

<약속>

지나간 시간을 복원하거나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관찰하는 시도가 주를 이루는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 제주 4·3항쟁과 르완다의 제노사이드 비극을 나란하게 반추하는 <그날의 딸들>, 재일 조선인의 저항과 투쟁을 다룬 <되살아나는 목소리>, 일제강점기 총동원령으로 영등포 방직공장에 끌려온 소녀들의 기억과 흔적을 모아 담은 <여공의 밤>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작품들이다. 방 안에서 자신만의 공화국을 꿈꾸는 중국 청년 세대의 모습을 다룬 <우리들의 공화국>, 서로 다른 분노를 동력 삼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두 청년의 제도권 정치 도전기인 <청년정치백서-쇼미더저스티스>는 동시대성에 강력하게 방점을 찍는다.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서는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부산국제영화제와 오랜 인연을 맺어온 이란 출신의 마흐말바프 가족의 작품이 두 편 상영된다. 아버지인 모흐센 마흐말바프는 <강가에서>를 통해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을 인격화한 두 화자의 목소리를 통해 역사를 돌이켜본다. <아프간 리스트>는 가족의 막내딸인 하나 마흐말 바프가 완성한 다큐멘터리다. 2021년 8월, 미군 철수 이후 아프가니스탄 예술가들을 구출하려는 마흐말바프 가족의 실제 상황이 담겼다. 엄마를 잃고 슬퍼하는 자신의 어린 아들에게 시 쓰기를 권유하며 달라진 부자의 일상을 담은 민병훈 감독의 <약속>, 2019년 세상을 떠난 설리의 마지막 인터뷰를 통해 그의 존재와 정체성을 좇는 정윤석 감독의 <진리에게>도 필견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