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길도 거침없이 달리는 강인한 SUV, 투아렉

동이 트기 전에 출발해야 해가 지기 전에 겨우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투아렉(Touareg)을 타고 달려야 했다. 사하라사막을 보기 위해서는 만년설이 쌓인 아틀라스산맥을 넘고, 굽이진 산길을 통과하고 끝없는 황무지를 건너야 했다. 이토록 세련된 SUV로 사막이 웬 말이냐 싶겠지만, 투아렉이라는 이름 자체가사하라사막의 유목 민족에게서 딴 것이다. 우리가 지나게 될 티치카 패스는 해발 2460m다. 산소가 희박해지면 자동차도 운행하기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투아렉은 담담했다. 공기를 압축해 엔진에 불어넣었으며 헐떡이는 일 없이 산맥을 올랐다. 길은 좁았고 쉴 틈 없이 운전대를 돌려야 했다. 덩치 큰 투아렉은 능숙하게 요리조리 방향을 바꿨다. 투아렉은 앞바퀴만 좌우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뒷바퀴도 살짝 방향을 튼다. 속도가 낮을 때는 앞바퀴와 반대 방향으로 바퀴를 돌려 회전 반경을 작게 만들고, 속도가 높을 때는 앞바퀴와 같은 쪽으로 각도를 돌려 부드럽게 방향 전환을 하도록 만든다.

완성도 높은 기술은 그걸 이용하는 사람이 미처 인지하지 못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좋은 기술은 유난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뜻이다. 모로코의 험한 도로 환경에서 투아렉은 수많은 기술을 뽐냈다. 하루에 600km를 넘게 달리는 상황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그런 도움이 있었기 때문일 터다. 그도 그럴 것이 투아렉은 폭스바겐그룹이 쌓은 기술의 집약체다. 태생부터 특별하다. 2000년대 폭스바겐그룹의 전성기를 이끈 페르디난트 피에히(Ferdinand Piech) 회장은 최고 속도 270km/h, 뛰어난 오프로드 주파능력, 럭셔리 세단의 승차감 등을 갖춘 SUV 생산을 지시했다. 포르쉐의 창업자 페르디난트 포르쉐의 외손자이자 포르쉐의 대주주였던 그는 당시 그룹사에 속해 있지 않았던 포르쉐까지 끌어들여 공동 개발하게 만들었다. 그 자체로도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고, 멀리 보면 그룹의 미래가 걸린 일이었다. 그렇게 폭스바겐은 투아렉을 내놓았고, 포르쉐는 카이엔을 만들었다. 이뿐 아니라 투아렉과 카이엔에 사용한 뼈대를 이용해 아우디, 벤틀리, 람보르기니 등은 자신들의 SUV를 만들고 있다.

폭스바겐의 첫 SUV인 투아렉은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판매 중인 3세대 모델은 최초 투아렉이 지향한 바를 따라 성장하고 있다. 엔진은 발전했고, 친환경적 요소도 더해졌다. 플래그십 SUV답게 진화한 편의 장비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비롯해 안전 장비까지 탑재했다.사하라사막은 시시각각 모습을 바꿨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흘러내리고 또 새로 쌓이길 반복했다. 방금 지나온 길도돌아갈 때는 상황이 달랐다. 지반이 단단한 곳이 있고, 바퀴가 쑥쑥 빠지는 곳도 있었다. 2톤에 달하는 투아렉이 움직이면 사하라의 모래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무심코 속도를 줄이면 앞바퀴가 모래밭에 푹푹 빠졌다. 끝을 알 수 없는 모래언덕이 펼쳐졌지만, 투아렉은 이번에도 무사히 사막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폭스바겐의 새로운 전기차, ID.4

독일은 자동차의 나라다. 절대적 영향력을 지닌 자동차 회사가 수두룩하다.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된 벤츠, 뮌헨에 본사가 있는 BMW는 각자 그 지역을 대표한다. 스포츠 팀도 아닌데 지역에 따라 자동차 취향이 확고하다. 지역색을 뚫을 수 있는 유일한 브랜드가 폭스바겐이고, 대표적인 차종이 골프다. 골프는 그야말로 독일의 국민 차다. 어디에 가나 볼 수 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때문인지 오랜만에 간 독일에서 골프가 잘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자리를 폭스바겐의 새로운 전기차가 메우고 있었다.

ID.3와 ID.4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골프와 티구안을 대체할 것이다.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ID. 시리즈의 첫 모델이기 때문에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첫인상이 좋아야 다음에 출시될 다른 모델에도 후광이 비치기 마련이다. 특히 ID.4는 SUV가 대세인 전기차 흐름에서 중요한 사명을 떠안고 있다.

ID.3와 ID.4는 폭스바겐의 전기차 시대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골프와 티구안을 대체할 것이다.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ID. 시리즈의 첫 모델이기 때문에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첫인상이 좋아야 다음에 출시될 다른 모델에도 후광이 비치기 마련이다. 특히 ID.4는 SUV가 대세인 전기차 흐름에서 중요한 사명을 떠안고 있다.

플랫폼은 자동차, 특히 전기차의 가장 기초적인 설계이면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플랫폼에 따라 배터리 용량,전기모터, 구동 방식 등등 전기차의 기본적인 것이 결정된다. 또 투아렉이 그랬던 것처럼, 수한 플랫폼은 여러 차에 적용할 수 있다. 원 소스 멀티 유즈(OSMU)로 생산 단가를 낮추고, 절감된 비용을 부족한 부분에 재투자하는 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MEB(Modular Electric Drive Matrixplatform)로 불리는 이 플랫폼은 폭스바겐뿐 아니라 아우디, 스코다, 쿠프라 등 폭스바겐그룹의 자동차가 함께 사용한다.

엔진과 변속기 대신 배터리와 전기모터가 들어가는 것 외에도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먼저 전륜구동을 대표하던 폭스바겐이 과감히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새로움을 각인하기 위해 기존에 볼 수 없던 미니멀한 디자인 요소도 적용했다. 사용 방식도 간편해졌다. 예를 들어 내연기관 자동차는 차에 타면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걸어 기어를 변경한뒤 출발해야 한다. 하지만 ID.4는 차에 타서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만 바꾼 후 출발하면 된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다. 굳이 시동 버튼 혹은 전원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괜찮다. 차는 알아서 켜지고 꺼진다.

우리나라에 판매되는 2023년형 ID.4는 82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했다. 뒷바퀴를 굴리는 전기모터의 최고출력 150kW(204마력), 최대 토크 31.6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거리는 복합 기준 421km로 정부 공인 에너지 소비 효율은 4.9km/kWh다. 135kW의 급속 충전으로 약 36분 만에 5%의 배터리 용량을 8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ID.4를 필두로 폭스바겐은 빠르게 자신들의 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쿠페형 SUV인 ID.5, 중국 전략 모델인 ID.6, 세단 모델인 ID.7을 비롯해 과거 폭스바겐 마이크로버스의 부활이라고 알려진 ID.버즈 등 새로운 모델을 연달아 출시하는 중이다. 폭스바겐은 향후 전동화 전략을 가속화해 2030년까지 유럽 전체 판매 차량의 80%를 전기차로, 북미 전기차 판매 비중은 55%까지 높이겠다는 엄청난 목표를 세우며 나아가고 있다.